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이하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적극 뒷받침하기 위해 시·도지사가 요청한 농업진흥지역 변경·해제(안)을 승인했다. 이러한 행보는 지난해 말 발표한 농업진흥지역 보완·정비기준에 따라 지자체 검증 및 주민의견 청취 등의 과정을 거쳐 추진된 것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보완정비 이후 10여년 만에 이루어지는 조치라는 점이다. 이번 정비계획에 따라 변경·해제되는 규모는 8만5000ha(변경 28, 해제 57) 수준으로 지역별로는 경기가 1만5000㏊로 해제·변경 규모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은 경북·전남 등의 순이다. 그러나 이러한 승인조치에 대해 농업계의 시각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
먼저, 정부의 입장을 보면 이번 보완정비를 두고 농식품부는 “현 정부에서 중점 추진 중인 ICT와 융복합한 스마트팜 확산과 농업 생산의 규모화·조직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남는 농촌의 노동력을 흡수하기 위하여 농촌지역의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배경설명을 했다. 이를 위해 농지로서 이용가능성이 낮은 토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거나 용도구역을 농업진흥구역에서 농업보호구역으로 변경하여 행위제한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농촌지역에 2·3차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업진흥지역 변경 지역의 기준으로는 도로·철도 개설 등 여건 변화에 따라 3~5ha이하로 남은 지역, 경지정리 사이 또는 외곽의 5ha이하의 미경지정리지역, 주변 개발 등으로 단독으로 3~5ha이하로 남은 지역이 포함되었다. 또 해제 지역의 기준은 도로·철도 개설 등 여건 변화에 따라 3ha이하로 남은 자투리 지역, 주변이 개발되는 등의 사유로 3ha이하로 단독으로 남은 농업진흥구역, 도시지역(녹지지역) 내 경지정리되지 않은 농업진흥구역, 농업진흥지역과 자연취락지구가 중복된 지역, 농업진흥구역 내 지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비농지인 토지 중 지목이 염전, 잡종지, 임야 학교용지, 주차장 등인 토지가 해당된다.
지자체,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한 전략 지역으로 활용
이번에 변경·해제되는 지역에서는 그 동안 농업진흥지역 행위제한으로 인해 현장에서 애로를 겪어 왔던 각종 시설의 설치가 가능해지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지자체에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한 전략지역 또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사업부지 등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농식품부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농식품부는 국민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보전가치가 높은 농업진흥지역은 철저히 보전하되, 매년 실태조사를 하여 보전가치가 낮은 농업진흥지역은 지속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업계, “농업진흥지역 대폭 해제 문제있다!”
그러나 농업계는 농업진흥지역이 이번 해제로 면적이 기존 103만6000㏊에서 97만9000㏊로 줄게 된 것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체의 8%에 해당되는 규모가 줄어드는 것으로, 식량안보 기반이 위협받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이유로 먼저 농업진흥지역 해제·변경이 서울 등 대도시 인근에 집중돼 있기는 하지만, 읍·면 소재지 인근의 우량농지도 상당부분 포함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공급과잉으로 ‘농지가 너무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게 문제이며, 이를 빌미로 농업진흥지역을 대규모로 해제하는 건 더 큰 문제”라면서 “식량안보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을)은 지난달 27일 농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농업진흥지역이 꼭 필요하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농업진흥지역이 개발된 이후 용도변경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