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전자조작(GM) 벼 재배 연구와 관련하여 전북 중심으로 구성된 45개의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설득과 해명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 것은 농진청이 지난 2011년 출범시킨 GM작물개발사업단이 최근 GM벼를 비롯해 고추와 잔디를 포함한 4종에 대한 정부의 안정성검사를 준비 중에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 현재 농진청에서 20작물 200여종의 유전자조작농작물(GMO)을 연구, 개발 중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북 중심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
이 사실을 접한 농민과 노동, 환경관련 전북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 7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 GM벼 상용화 반대 전북도민행동(준)’을 구성해 GM 작물의 개발과 생산을 즉각 중단시키기 위한 전북 차원의 공동행동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GM벼 생산에 적극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째로 유전자조작 농산물의 인체 유해성과 생태계 교란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연구소에 의한 GM작물의 생산과 연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농진청이 위치한 전북이 우리나라 최대의 쌀과 식량 생산기지이기 때문이다. 전주에 위치한 농진청 주변에서 GM벼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 경제에 커다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북도민행동은 “농촌진흥청 주변지역은 유기농 쌀과 농작물을 생산하는 친환경단지”라며 “GM벼와 농작물이 생산되면 주변 농산물의 유기농 인증은 의미를 상실하고, 전북 농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으로 지역 농업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농진청의 GMO 시험 재배 단지가 거론됐다.
농진청, “종자주권과 식량안보를 위해 GMO 연구 필요”
전북지역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에 적지 않게 당황한 농진청은 최근 형성된 GM 벼 생산 반대 여론을 진화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18일 농진청에서 열린 전북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GMO 연구가 종자주권 및 식량안보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양호 청장은 ‘농업생명과학기술 현황’이라는 주제 아래 “미국·EU·중국 등 종자 선진국들이 GMO 연구에 매진하는 가운데 갈수록 이들 나라의 종자에 대한 종속관계가 깊어질 수 있어 우리도 GMO 연구에 나서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새로운 역사적 기술이 발전할 때 부정적 시각이 동시에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GM 기술도 양면성이 있는 만큼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위해 GM벼 연구는 지속 돼야”
이 청장은 “미국·EU가 GMO 연구 등으로 개발한 생명공학 특허를 전 세계의 75% 가량 보유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이 GM 벼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상황에서 우리도 주저앉아 일을 수만은 없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농진청은 GM벼 상용화 계획은 논에서 벼를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식물세포 배양을 통해 화장품 원료(레스베라트롤)를 얻는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배양조직을 식품으로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벼 종자까지 사용 후 모두 소각 처리해 환경에 방출되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식용으로 승인받으려면 식약처 등 까다로운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우려할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이밖에 인체 유해, 생태계 교란, 농경지 유출 등의 우려도 모두 근거가 미약한 추측성 우려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
농진청은 이미 80년대부터 상용화된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을 사례로 들어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인슐린, 우유응고제, 혈액응고인자, 동물용 백신 등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콩, 옥수수, 면화 카놀라 등이 그 사례들. 현재 세계적으로 357품목의 GM 작물이 1억 8150ha에서 재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양호 청장은 “바이오 선진국에 식량 등이 종속되지 않기 위해 기술력 및 육종재료의 확보는 필수”라며 “아울러 GM 작물 위해성 평가기술 개발 및 안전관리도 강화하고, 자료 공개 등 소통을 통해 안전 우려 또한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6일 이양호 청장은 또 한 번 농업전문지 기자단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GMO 및 GM벼와 관련한 연구 및 농업생명공학기술 연구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상업화는 글로벌 종자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추진하되, 국내의 경우 국민적 공감대가 확보되기 전에는 비식용 또는 산업 소재 위주로만 추진할 계획임을 다시한 번 확인했다. 식량안보 확립과 바이오 선진국으로 나가는 길 역시 꼭 이뤄야할 당면과제이기에 지역주민과의 현명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상훈 기자 jayden@newsa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