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야 하는 겨울이 따뜻했을 때 농민에게는 시름이 하나 더 늘어난다. 바로 다음 영농기에 해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온난화의 영향 등으로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돌발해충의 발생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시설재배지에서는 지속적으로 담배가루이, 아메리카잎굴파리 등 방제가 어려운 해충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화학농약을 살포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농약을 과다하게 사용한 경우 해충이 약에 대한 저항성을 키워 잘 죽지 않거나, 살포된 농약이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 남아 농축산물 및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화학농약을 대신할 친환경 해충 방제제로 식물추출물과 미생물제제가 그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식물추출물의 경우 미생물제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효과가 안정적인 장점이 있으나, 국내에 판매되는 식물추출물 원료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 해충 방제용으로 공시된 친환경 유기농자재 117 제품 중 미생물을 사용한 제품은 14개로 그 중요성에 비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수가 적고 사용량 또한 기대만큼 증가하고 있지 않다.
미생물제 사용에 대한 농민들의 생각을 묻는 한 설문 조사에서, 농민들은 높은 가격, 효능 및 품질의 불균일성, 사용 및 관리 방법의 불편함 등 때문에 미생물제 사용이 꺼려진다고 대답했다. 또 한편으로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효능이 좋으면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는데, 이는 앞으로 미생물 살충제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보여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국내에 공시된 14개의 해충 방제용 미생물제 중 2 제품은 미생물 없이 미생물 추출물 만을 이용한 제품이고, 12 제품은 살아 있는 미생물을 포함한 제품이다.
정확한 방제 정보로 소비자 신뢰도 높여야
미생물제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살충성 미생물제는 특정한 해충만을 죽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발생하는 해충에 맞는 미생물제를 살포해야 한다.
둘째,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회사도 방제 가능 해충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효과가 명백한 해충만을 방제 가능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피해를 막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지속적인 미생물제 사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셋째, 미생물을 활용한 제품은 미생물이 해충의 표면에 붙거나, 해충이 살포된 미생물제를 먹어 해충의 몸속으로 들어가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생물제를 뿌릴 때는 해충의 표면에 제품이 잘 묻도록 살포하여야 한다. 특히 가루이, 진딧물 등 시설재배에서 문제가 되는 해충은 잎 뒷면에 주로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미생물제가 잎의 앞뒷면에 골고루 잘 묻도록 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농작물 병해충 방제를 위해 사용되는 농약 살포기를 사용하여 미생물제를 살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 사용되는 살포기의 대부분은 작물의 뒷면까지 농약을 살포하는 것이 어려워 해충 방제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메뚜기 방제용 곰팡이 살충제 개발 시 전용 살포기를 개발하여 함께 보급하여 효과적으로 해충을 방제한 예가 있다. 우리나라도 미생물제 개발 시 전용 살포기도 동시에 개발하여 미생물제가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해충 방제를 위해서는 우수한 미생물제를 개발하고, 이와 함께 개발 미생물제에 적합한 전용 살포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절한 미생물제를 해충이 발생한 부위에 잘 살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