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달 17일 농촌진흥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벌였다. 이번 국감은 농진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 aT,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원 4개 기관이 한 자리에서 이뤄져 각 기관별 집중적인 조명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농자재 관련 이슈는 무엇이 있었는지 짚어본다.
농약 봉투와 병에 권장소비자가격을 부착해야 한다는 질타가 이번 국감에도 이어졌다. 신성범 새누리당(경남 산청·함양·거창) 의원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농약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강조하고 있는데 왜 시행이 안 되는지 알 수 없다”며 “1998년까지는 권장소비자 가격이 있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농진청 관계자는 “1999년 공정위에서 권장소비자가격을 부착하면 제조사들이 가격을 높게 잡아 담합이 우려된다고 밝혀 이 제도를 폐지했다”고 답변했다.
신 의원은 이에 대해 “정부가 기업논리에 따라가는 격”이라고 질타하며 “지금까지 농약 유통을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도적으로 농약의 가격을 높게 잡는 담합의 소지가 있다면 정부가 계도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맞다”며 “농약 유통 단속 및 가격 표시 등은 모두 농진청 소관 업무”라고 못박았다. 특히 “농진청이 제조업체들과 만나 상의할 것이 아니라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해결 방안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 측은 농약 병에 스티커로 가격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하며 “농민단체, 업체, 전문가 등이 모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태경 새누리당(부산 해운대·기장을) 의원은 “농진청은 가축분뇨 액비에 대한 농가의 만족도를 조사한 것이 있느냐”며 “사실 액비 효과 없다는 의견이 많고 보조 사업이 있으니 사용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농민들의 생각이 이 같은 만큼 효능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 의원은 “농진청이 제작 보급한 가축분뇨 퇴·액비 사용 매뉴얼은 사용법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퇴·액비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과정을 계량화하고 표준화해 액비의 품질을 높이고 기술지원과 교육활동을 강화하는 등의 표준화된 매뉴얼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전남 순천·곡성) 의원은 “내재해성 비닐하우스의 개선을 요구했는데 결과가 없다”며 광폭 비닐하우스 규격제정 마련을 요구했다.
농기계 관련 분쟁 농진청이 일원화해야
장윤석 새누리당(경북 영주) 의원은 “농기계가 승용차보다 비싼 경우가 많은데 소비자보호원에 분쟁 접수 건이 1500여건에 달한다”며 “고가의 기계가 고장난 경우 농사를 망치게 되는데 분쟁해결이 안되고 있어 농진청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종자관리원이 분쟁과 관리를 일원화한 것처럼 농진청도 농기계 분쟁의 원인규명부터 소비자 보상까지 일원화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또 “유기농자재가 품질인증과 공시로 관리되고 있다”며 “과학적 증수효과가 사례로는 입증이 되는데 성분 규명이 모호한 것들이 있어 이들을 관리할 제도를 한 가지 더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단계 제도를 만들어 농민들이 좋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은 “국가 병해충 관리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병해충 관리시스템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이 시스템은 운영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국내 주요 농작물에 대한 병충해 현황조차 집계하지 못할 정도로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김 의원은 “13억원의 혈세를 들여 통합시스템을 만든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제대로 운용이 안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조속히 시스템 개선대책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연구관, 민간업체 기술 도용 의혹
이날 농진청 국감에서 가장 이슈가 된 부분은 농진청 간부 연구관의 민간업체 기술도용 의혹이었다. 황주홍 민주당(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은 “농진청의 한 연구관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베껴 연구실적으로 제출한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방송이 보도됐다”며 “기술도용 여부는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의혹이 제기된 것 자체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명희 새누리당(비례) 의원도 기술도용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이안’의 이진희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기술도용 과정을 공개했다. 이번 기술도용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은 비닐하우스 공기보온장치인 ‘알루미늄 공기커튼’으로 이진희 이안 사장은 “연구관이 방문할 때 동행한 타 업체가 자신의 기술을 이용한 경쟁 제품을 만들어 판매해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농진청 연구관이 이안을 방문해 공기벽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뒤 연락이 두절됐는데 올해 연구관의 연구과제로 수행중인 사실도 밝혔다. 이 대표는 “7월 1일자로 감사원과 국민권익위 등에 탄원서를 발송했다”며 “현재 금품수수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의뢰하고 법원에 고소해 대질심문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양호 청장은 “해당 연구관의 금품수수와 특허문제에 대해 감사담당관이 보고해 알고 있다”며 “현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황으로 다만 연구제안서의 사진도용 부분은 사실로 인정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