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지베렐린 도포제에 발암성 용매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어 배 농업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지베렐린 도포제는 50g 단위로 30만개가 판매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 중 15만 개가 밀수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밀수 지베렐린이 국내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상황으로 심각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상태다.
밀수 지베렐린은 주로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밀수 지베렐린의 품질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품질관리 안돼 함량 들쭉날쭉
업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밀수 도포제를 구해서 분석과 생물 시험을 해 보니 품질 및 안전성에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유효성분이 균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라벨이 찍혀 있거나 같은 유통업자에게 받은 도포제라고 말한 농가의 밀수 도포제 여러 종류를 분석해 보면 어떤 것은 지베렐린이 2.5% 정도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3.5% 이상, 어떤 것은 1% 미만의 것도 있었다”고 전한다.
이 같은 경우 도포제 제조시 혼합기에서 층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또 제조방법에 대한 노하우가 없고 Q.C(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같은 튜브에서 위치별 상중하로 나눠 분석해 보면 아래는 2.9%, 중간에는 1.8%, 위에는 1% 정도로 튜브에서 층분리가 일어난 제품도 많았다. 이것은 제품 제조시 튜브에 충진 후 도포제에 대한 제조기술 부족으로 튜브안에서 층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업계는 또 2011년 밀수품을 사칭한 업자들이 지베렐린을 넣지 않고 부제성분인 라노린만 넣은 채 제품을 유통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이 경우 지베렐린의 유효성분은 0%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돈과 노동력을 지불하고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로 인해 농가에서는 배가 균일하게 커지지 않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밀수품을 쓴 농가에서 배가 조금만 비대가 돼도 싸게 샀지만 효과가 좋다”고 하고 “효과를 못 본 농가들은 자신이 불법으로 사서 쓴 것이기에 하소연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농가들 역시 중국 밀수 지베렐린을 믿을 수 없어 도포량을 기준보다 2~3배 더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지베렐린 부제 용매 발암물질 가능성 대두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밀수되는 지베렐린의 부제로 쓰이는 용매가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중국에서는 2008년 발암물질이 포함된 치약이 시중에 유통돼 문제가 생긴 일이 있다. 특히 DMF 등은 발암물질이지만 용제를 잘 녹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용매로서는 그 역할을 훌륭히 하기에 이 같은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의심되는 밀수품들도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밀수품들은 약효약해, 독성이 검증되지 않아 안정성이 없고, 또 어떤 물질이 어떻게 들어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들어가서는 안되는 성분의 잔류 문제로 인체 및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밝혀진 바는 없으나, 혹여 시중에 유통 중인 배에서 밀수 지베렐린으로 인해 발암물질 등이 검출됐다는 사건이 터지기라도 하면 배 농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같은 파급 효과는 국내산 배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뜨리게 될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배 주산단지인 나주의 농협 관계자는 “나주 배 농업인 대부분이 밀수 지베렐린을 사용하고 있어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가격 차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계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효 떨어져도 싸니까 많이 도포…사용 농업인도 문제
이와 같은 문제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농가에서는 대부분 “작년에 몇 개 사용해보니 약해가 없었다”며 “약효가 조금 떨어지면 값이 싸니까 많이 도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품 도포제의 경우 한 튜브당 실제 처리개수를 따져보면 배 1알당 약제 비용이 30~40원이고, 밀수품의 경우 13~19원 정도로 배 한알 당 11~27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지베렐린 도포제는 1알당 약 1000원 이상의 수익을 내려고 사용하는 것인데 검증되지도 않고 피해를 받았을 시 보상도 받을 수 없는 이러한 밀수품을 사용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전했다. 러시안 룰렛처럼 언제 자신이 밀수 지베렐린 도포제의 피해자가 될지 알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몇해 전부터 농진청, 작물보호협회, 각 농약 제조회사 등이 공조해 밀수 지베렐린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농약관리법이 개정돼 밀수 지베렐린을 사용한 농업인도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배 농가들은 단속이 시작되면 도포제를 짜서 튜브를 버리고 다른 통에 옮겨 사용하고 주머니에 정품을 넣고 밀수품을 도포하다가 단속이 뜨면 정품으로 교체해 도포하는 등 더욱 더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품 가격도 많이 내린 상태”라며 “밀수품을 쓰면 단속에 불안하고, 효과도 자신할 수 없는 등 문제가 많으니 농업인들이 정품 인증된 제품을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