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농약을 마시고는 쉽게 자살하지 못한다. 아울러 국내에 등록된 농약을 일컬어 맹독성이니 고독성이니 하는 식의 표현은 ‘무지의 소치’가 된다. 오는 11월부터 농업용 고독성 농약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신젠타코리아가 ‘그라목손’ 후속제품으로 신규 등록 신청한 제초제 ‘리노베’의 품목등록을 최종 반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이후 패러쾃디클로라이드 성분의 제초제 사용이 금지되는 등 국내 농업용 고독성 농약의 ‘제로화’가 실현된다. 농진청은 지난해 11월 패러쾃 성분의 제초제가 자살용으로 오용되는 등 심각한 위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패러쾃 성분 제초제 11개 제품의 등록을 취소한데 이어 올해 그 후속제품으로 신규 등록을 신청한 패러쾃디클로라이드 5%와 다이쾃디브로마이드 7% 합제인 ‘리노베’의 등록을 불허했다. 농진청의 이같은 결정은 농약전문위원회가 지난 3월 14일 1차회의에 이어 지난달 11에도 ‘리노베’의 독성구분을 다시금 고독성으로 분류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본래 패러쾃 성분은 시험동물에 대해서는 보통독성에 해당되지만 농약전문위원들은 농약관리법 시행령의 ‘사람에 특히 위해한 것으로 명백히 밝혀진 농약 등은 해당등급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리노베’를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했다.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역시 지난달 22일 전문위원회의 이같은 평가를 토대로 참고인 진술 등을 청취한 뒤 참석위원 14명(정원 20명)이 무기명 투표를 통해 찬성 10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등록을 최종 반려했다. 이로써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등록이 취소됐거나 자진 취하한 패러쾃 성분 제초제를 포함한 23개 고독성 농약은 더 이상 생산·유통시킬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들 제품도 등록 유효기간이 끝나기 전인 지난해 11월23일 이전에 생산된 제품은 올해 10월 말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농업용 고독성 농약은 올해 11월 이후 모두 사라지며, 국내에 등록된 농업용 농약 1467개 품목 중 저독성(Ⅳ) 농약이 전체의 88.2%를 차지하고, 나머지 11.8%는 보통독성(Ⅲ) 농약이다.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고독성 농약이 완전히 사라지는 오는 11월 이후에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고 싶어도 어떤 농약이든 웬만큼 마셔서는 쉽게 죽지 못한다”며 “차제에 농약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불식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대수 농진청 농자재산업과장은 “앞으로도 신규농약 등록 시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고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농약 안전관리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현재 사용중인 농약에 대해서도 재평가를 실시하는 등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관련규정도 국제기준과 조화를 이루도록 정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젠타코리아 관계자는 “패러쾃 성분의 제초제를 없애는 것은 한국농업인에게서 생산도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제품의 위해성은 반드시 제품의 정상적인 사용용도에 근거해 평가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사용을 근거로 독성등급을 상향조정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신젠타는 앞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