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 pH(수소이온농도), EC(전기전도도) 수치는 비슷하여도 토양 속에 서식하고 있는 세균, 곰팡이, 선충 등 그 종류나 숫자 면에서 가지각색으로 관찰된다. 물론 우리가 현미경으로 관찰하거나 미생물을 배양해내는 기술은 한계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미생물 분리 방법으로 토양 미생물상을 관찰해보면 많은 차이들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한 동네에서 채취한 토양이라 하더라도 농사를 누가 짓고 있는가에 따라 미생물상이 달라질 수 도 있다. 왜냐하면 각자의 농사 방법에 따라 토양 미생물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력, 토양의 미생물부터 차이가 나 유기질 비료도 사용하는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생 유기질 비료를 그대로 토양에 넣는가 하면 발효를 해서 넣어주기도 하고 유기질 비료와 미생물 종균제를 같이 넣어주기도 하는가 하면 살포하는 시기도 서로 다르다. 토양이 완충능력이 좋다고 하지만 그것은 토양을 구성하고 있는 교질 입자들에 의해서 완충력이 좋은 것이지 미생물들은 조그마한 변화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농민들이 농사 방법을 제 각각 구사할 때마다 토양 속에 미생물들은 수시로 변화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처를 해야만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 하면 그대로 죽어서 다른 미생물들의 훌륭한 단백질 먹잇감으로 전환된다. 토양 속 미생물들을 분석해보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미생물 밀도와 종류이다. 다양한 세균, 효모, 곰팡이 그리고 방선균류들이 자라고 있는 토양이 있는 반면 단순하게 바실러스 속 세균이나 슈도모나스 속 세균들만 관찰되는 토양도 있다. 곰팡이도 노랗고 하얗고 검은 것들이 관찰되는 반면 검은 것만 배양되거나 하얀 곰팡이만 배양되는 토양도 있다. 대개 농사를 잘 지으신다는 분들의 토양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소동물들이 관찰된다. 아무래도 유기물 관리에 신경을 쓰고 지력향상을 위해 애쓰는 분들의 토양은 미생물부터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반대로 화학비료를 즐겨 사용하고 연작을 오래한 토양은 일단 방선균이 없으며 바실러스나 슈도모나스 계열의 편협한 수종의 미생물들만이 자라고 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토양을 분석하다보면 토양 미생물상만을 보더라도 농사를 잘 지으시는 분인지를 어림짐작 할 수 있다. 미생물 세계 왕따 같은 ‘길항미생물’ 다양한 미생물들이 섞여 자라고 있는 토양을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그네들만의 질서를 잡고 있다. 서로에게 몸이 닿아도 아무런 불평 없이 자라는가 하면 자기 주위로는 곰팡이 종류는 얼씬도 못 하게 항생제와 같은 항균 물질을 분비하여 보호막을 만들고 있는 미생물들도 있다. 연구원들은 성격 좋은 미생물보다는 엄청 까다로운 녀석들을 훨씬 좋아한다. 다른 녀석들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그런 미생물들이 여러 모로 써먹을 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들을 길항미생물(拮抗微生物)이라고 점잖게 표현을 하는데 길항미생물은 다른 미생물들을 몹시도 귀찮게 하거나 죽여 버리는 능력을 지닌, 미생물 세계에서는 왕따 같은 녀석을 말한다. 토양 속에 서식하고 있는 일반 미생물들은 길항미생물들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우리들은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하기 위하여 미생물 제제를 개발하거나 연구를 할 때 요긴한 재료로 사용한다. 그런데 그런 특이한 미생물 중에는 슈도모나스 속에 속하는 세균들이 많은데 안타깝게도 슈도모나스 세균들은 배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죽기 때문에 산업화하기가 매우 어렵다. 슈도모나스 세균들은 토양 내에서 병원균도 억제하고 유기물 분해도 잘하며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독한 화학물질들까지도 먹어치우는 다재다능한 미생물이지만 몸이 원체 부실한 녀석이라 현장에 적용하기가 쉽지가 않다. “포자는 식물의 씨앗 개념과 비슷” 널리 알려져 있는 고초균(枯草菌), 즉 바실러스 세균들은 콩의 주성분인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시킬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 청국장 발효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슈도모나스균보다는 튼튼한 녀석이라 잘 죽지도 않는다. 성격도 덜 까다롭고 먹성도 좋기 때문에 유기물 발효 액체 비료를 만들 때에도 종균으로 많이 이용된다. 바실러스 세균이 농업용 미생물로 가장 많이 이용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바실러스 세균이 포자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포자는 일종의 자기 보호 장치로서 외부 환경이 극도로 악화되어 도저히 살아가기가 어려운 지경이 될 때 포자를 형성할 수 있는 미생물들은 자기 몸에 꼭 필요한 부분만을 남겨놓고 나머지는 다 버린다.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성분들만을 두꺼운 껍질로 겹겹이 감싸서 죽은 것처럼 완전 휴면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휴면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을 미생물 포자라고 한다. 포자상태의 미생물은 100℃에서도 죽지 않는다. 극한 pH에서도 죽지 않을 정도로 외부 환경에 견디는 능력이 대단하다. 그렇게 휴면상태에 있다가도 외부환경이 좋아지고 살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하면 포자는 두꺼운 껍질을 벗어버리고 정상적인 몸 상태를 회복하여 생명활동을 재개한다. 포자는 일종의 식물의 씨앗 개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