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지난해 2월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해 곤충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올해 1월에는 5년간 1100억원을 투입하는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곤충산업을 미래 고부가 생명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곤충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달 19일 굼벵이 등 유용 곤충자원의 식·약용 소재화를 위한 약리성 검정 및 독성평가에 2014년까지 총 12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또 곤충자원의 산업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지역곤충자원산업화 지원센터’를 내년부터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3곳 설립키로 했다. 지역곤충자원산업화 지원센터는 비무장지대(DMZ) 자연 토종보존과 체험학습장을 특징으로 하는 중부권, 화분매개곤충과 천적을 특화한 영남권, 천적과 지역행사·축제, 애완용을 특화한 호남권에 각각 세워지며 1곳당 5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3월 안에 사업자를 공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와 대학, 관련단체들도 곤충의 산업화를 위해 앞 다퉈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달 27일 농업인회관에서 ‘곤충산업 육성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보고회에서는 천적, 화분매개곤충을 특화로 한 경북의 곤충산업은 민간 연구소, 대학, 연구기관 등 기존 인프라가 잘 구축돼 풍부한 네트워크 구축이 가능하며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유 할 수 있다는 강점을 제시했다. 특히 경북도가 ‘곤충산업 복합단지 조성으로 국내 곤충산업의 허브 기능을 수행’한다는 비전을 수립해 발표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전남 곤충산업협회를 창립했다. 최근에는 전남한방산업진흥원이 지네를 활용한 동물사료 산업화 기반구축 사업이 농식품부 생명산업기술개발과제로 선정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동안 국비 7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경남도는 곤충 생산·가공·유통 업체와 학계·연구기관으로 이뤄진 ‘경남곤충산업진흥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달 4일 제1회 곤충산업 육성을 위한 신기술 및 정책심포지엄을 개최해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 농자재회사인 동부한농은 세실인수와 함께 ‘동부세레스(주)’를 공식출범하고 천적곤충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처럼 곤충의 산업화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여전히 유용 곤충의 산업화를 위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또 곤충자원에 대한 탐색, 조사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등 정보제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곤충산업화가 애완, 학습, 관광, 식·의약, 환경 등 비농업 분야로 확산되면서 농업과 융·복합산업으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천적활용 등 농산업분야에서의 곤충산업화는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초 한시적으로 3년간 지원키로 했던 천적지원사업이 보조금 탈법 등의 문제점이 발생돼 중단되면서 천적산업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천적시장의 60%를 넘게 차지하던 세실은 주식시장에서의 퇴출과 함께 사세가 급격히 기울어 동부한농이 인수한 상태다. |
농촌진흥청은 곤충은 ‘해충’이 아닌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미개발 ‘생물자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에는 꿀벌과 누에를 제외한 대부분의 곤충은 사람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퇴치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곤충은 천적, 화분매개, 사료용으로 농업에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애완, 학습, 관광, 식·의약, 환경 등 비농업 분야에서까지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농업분야의 경우 친환경농업과 시설원예의 확산으로 해충방제용 천적곤충, 식물의 수정을 돕는 뒤영벌 등 화분매개곤충, 단백질 공급원인 귀뚜라미와 밀웜(Meal worm) 등 식품과 사료용 곤충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비농업분야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환경정화분야, 곤충유래 물질에서의 기능성 신약 개발과 애완·학습용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기다 함평나비축제와 예천 곤충바이오엑스포 등과 같은 관광 및 지역행사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또 초파리 등을 활용한 유전학 연구와 자벌레의 운동능력을 모방한 대장 내시경, 바퀴벌레의 이동성을 응용한 로보로치 등 생명공학과 생체모방공학의 바이오센서 분야의 융·복합 소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이석형 곤충산업발전포럼 공동위원장(전 함평군수)은 “곤충은 ‘1조원시대’를 눈앞에 둔 농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곤충은 화분매개, 물질이용, 천적 및 식·의약용 등 그 활용범위와 효용가치가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문화·관광산업과 접목할 경우 침체된 농촌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일찍이 곤충에 눈뜬 선진국들도 곤충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법률을 정비해 정책적으로 육성해왔다. 일본은 ‘동물애호 관리법(애완곤충)’과 ‘식품위생법(식용곤충)’등의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곤충산업 창출에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미생물농약제조법(천적)’ 및 ‘식물상과 동물상 관리법(곤충관리)’ 등을 통해 곤충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1991부터 10년간 천적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천적으로 인한 농산물 수출이 늘어나면서 농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식용곤충에 대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곤충산업화가 농업분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해 2월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해 곤충의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올해 1월에는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해 곤충산업을 미래 고부가 생명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15년까지 곤충산업 육성에 11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570억원의 시장규모를 3000억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곤충자원 조사 및 유용곤충 발굴 ▲곤충자원의 R&D 강화 ▲곤충농가 육성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강화 등에 나선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곤충 사육농가 육성 등 지원을 확대해 산업기반을 조성하고 곤충생산단지 및 체험학습장의 현대화, 전문화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또 다양한 곤충자원의 확보와 유전적 특성평가를 통해 곤충 산업소재로 제공하고 곤충산업 전문 인력 양성기관 지정·운영 등을 통해 전문가도 양성할 계획이다. 특히 농식품부는 올해 총 91억원을 투자해 전국에 12개소의 곤충생산단지 및 곤충체험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 곤충 체험학습장은 66개소, 곤충 생태공원은 18개소가 있으며 각각 연 136만명, 100만명 정도가 관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내 곤충연구소는 18개소로 이 중 민간이 13개소, 지자체가 5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체계화된 곤충자원 정보체계 미흡해 그러나 국내 곤충은 약 1만4000여 종으로 현재의 분류 및 수집 기준에는 곤충 산업화의 유용성 등에 대한 평가기준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곤충자원의 수집·평가 시에 학술적 분류·평가기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화의 가능성에 대한 평가기준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곤충산업의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곤충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국내 유용곤충의 종류, 생태정보의 DB화, 국내 곤충자원의 산업적 이용가치 평가기준 마련 등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
이에 따라 국내 곤충연구기관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체계 구축, 유용 곤충탐색, 연구개발 강화, 전문기업 및 사육농가 육성 등 곤충의 산업화를 위한 산·학·연의 전 방위적 노력이 필요로 하고 있다. 또 곤충산업 전문인력 양성, R&D를 통한 융복합 기술개발, 사육·가공·유통시장 활성화 등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천적 지원중단, 시장규모 후퇴 가속화 곤충의 산업화가 거론될 때면 천적, 화분매개 등이 성공적인 산업화로 비춰지고 있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천적의 경우 2005년부터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매년 규모가 확대되고 2009년부터 친환경유기농자재로 목록공시가 가능해지면서 천적의 위상도 크게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천적시장이 친환경농자재산업의 일부분으로 당당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는 토마토, 가지 등에 대한 천적 사용비율이 90%를 넘어가면서 천적시장은 매년 20%씩 고성장을 기록하고 캐나다와 폴란드 등의 나라에서도 사용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천적시장의 미래를 밝게 했다. 특히 세계 3위 수준의 기술력의 보유한 세실로 인해 국내 천적에 대한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천적과 미생물농약을 포함한 224억원 규모의 ‘생물학적 병해충 방제사업’이 중단되면서 천적시장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한시적으로 3년간 지원키로 했던 천적사업은 보조금 탈법 등의 문제점이 발생됨에 따라 지원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이 내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천적사업을 주도해온 (주)세실이 경영진 국가보조금 허위 수령 혐의와 부실 재무제표 작성 등으로 구속되고 주식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천적시장의 암울한 기운이 깃들고 있다. 천적의 시장규모는 2008년 142~162억원, 2009년 360~416억원, 2010년 579~671억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또 2011년 797~825억원, 2012년 1016~1180억원, 2013년 1235~143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규모는 지난해 정부 시범사업 면적 1000ha와 일반 보급면적 340ha를 포함해 연도별로 10%씩 증가하는 것을 추정한 규모로 사업비는 ha당 60~70만원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천적지원사업 중단으로 시장규모는 2009년 이전 수준이하로 후퇴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아래 곤충사육농가에 대한 지원과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화를 위한 지원도 좋지만 고사위기에 몰린 천적산업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