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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

농업·농촌의 가치 재조명과 대국민 홍보 필요

자연 생태계와의 상호작용 고려
생태계 서비스 개념까지 수용 발전시켜야

 

농업은 먹거리를 생산하는 직접적인 식량공급기능 이외에 환경보전, 농촌경관, 식량안보, 식품안전, 농촌 활력제고 등과 같은 비식량공급기능(Non-Food Functions)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을 발휘하는 산업으로 해석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개념과 관련해서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1993년 UR(Uruguay Round,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이 임박하자 농축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을 선포했다. 이는 농업이 단순히 식량만 생산해 내는 일차산업의 기능만이 아니고, 환경생태계 및 문화와 전통을 보전하고, 지역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며, 식품의 안전성과 국민 생존권을 보장하는 등 다원적인 공익기능을 수행하는 기본산업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UR협정은 농업의 다원적 공익기능을 “비교역적 관심사항(Non-Trade Concerns, NTC)”으로 표현했다. 공식적으로 농림업을 국가와 민족 형성의 최소한의 기본요소(National Minimum Requirement)라고 인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국은 사정에 따라 UR협상에서 농축산업을 품목별로 예외받기도 했다.

 

또한 한국, 일본, 노르웨이,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등은 ‘NTC그룹’을 형성해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발족 후 2000년까지 긴밀히 공동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교역적 관심사항을 어떻게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국이 유리한 입장으로 해석해오고 있기 때문에 실제 적용에 논란을 빚고 있기도 하다.


또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대부분 실제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 비시장재화이기 때문에 시장재화인 식량공급기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평가 또한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이렇듯 저평가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 새롭게 해석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001년 11월 14일 WTO 제4차 각료회의를 통한 WTO 뉴라운드의 출범이었다.


WTO 제4차 각료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농산물시장개방 확대와 국내보조금 감축 등을 포함하는 각료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는 회원국들이 시장접근의 실질적인 개선과 수출보조의 점진적 폐지를 목표로 하는 감축, 무역왜곡적인 국내보조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한 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며, 농업분야도 예외 없이 시장개방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당시 WTO 제4차 각료회의 결과는 국내 농업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WTO 뉴라운드의 출범으로 비교역적 관심사항이 주요한 협상주제로 부각됨에 따라 핵심요소인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내용규명과 이에 대한 가치평가, 그리고 다원적 기능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연간 약27조8,993억원 가치
국내법에서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제3조 제9항에서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식량의 안정적 공급, ▲국토환경 및 자연경관의 보전, ▲수자원의 형성과 함양, ▲토양유실 및 홍수의 방지, ▲생태계의 보전, ▲농촌사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의 보전 등 6가지 기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2018년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한 「농업첨단핵심기술개발_핵심전략기술개발」의 연구과제로 국립농업과학원(토양비료과 현병근 농업연구관)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김수석 선임연구원)이 공동 연구한 ‘농업의 다원적 기능 및 토양자원 가치 설정 연구’에 따르면, 국내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의 연간 가치는 약27조8,993억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중 환경보전에 대한 가치가 66.8%로 가장 크고, 이어 사회·문화 14.7%, 식량안보 11.2%, 농업경관 7.3% 순으로 나타났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농촌경제연구원 김수석 선임연구원은 “국내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가치 평가액은 2016년 농림업 부가가치 28조1,050억원과 비교해 보더라도 실물 시장가치(농산물 가치)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농업을 실물 시장가치의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농업가치의 개념화와 관련해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은 농업생산의 외부효과가 기본 개념이고, 협의의 공익적 기능에서는 농업인이 산출한 공익적 가치가 되며, 토양의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의 기능에 의한 인간 후생이 된다”며 “현재 가장 좁은 의미로 제시되고 있는 협의의 공익적 기능을 자연 생태계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형태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의 다원적 기능 개념을 농업생산조직체가 사회 생태계에 미치는 효과 중심으로 파악하는 협의의 공익적 기능 개념을 넘어서 인간 후생 및 편익 중심으로 파악하는 방식의 생태계 서비스 개념까지 수용하는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시했다.

 

 


농업의 중요성, 농업인 53%, 도시민 55% 공감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농업·농촌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지금까지도 중요했고,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농업인의 52.6%와 도시민의 54.5%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민의 경우 2011년 73.1%에서 2015년 60.9%, 2019년 54.5%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농업인의 경우에는 2011년 62.2%에서 2015년 45.0%로 크게 하락했으나, 2019년에는 52.6%로 7.6%p 상승했다.

 


또한, 국민 경제에서 ‘농업이 앞으로 중요하다’(‘지금까지도 중요했고, 앞으로도 중요’와 ‘지금까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중요’)는 인식 비율도 2011년에는 농업인의 81.3%, 도시민의 90.2%가 중요하다고 인식한 반면, 2019년에는 농업인 73.8%, 도시민 78.0%로 하락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앞으로 농업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특히 ‘지금까지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중요’하다는 비율이 조금은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도시민 64.2% ‘가치가 많다’ 인식
농업·농촌이 갖고 있는 공익적 기능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도시민은 ‘가치가 많다’(‘다소 많다’와 ‘매우 많다’)라는 답변이 64.2%를 차지했고, ‘가치가 없다’(‘전혀 없다’와 ‘별로 없다’)는 답변은 5.3%에 불과했다. ‘가치가 많다’는 답변은 2017년의 70.0%에서 2019년 64.2%로 5.8%p 감소했으며, ‘보통이다’는 2017년 26.5%에서 2019년 30.4%로 3.9%p 증가했다.


보고서는 농업·농촌의 중요성 및 공익적 기능에 대해 농업인과 도시민 모두 과반수 이상 공감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수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국민과 사회가 요구하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으며, 식량의 안정적 공급, 전통문화 계승과 여가 향유 공간 제공, 국토 균형발전, 환경 및 생태계 보전 등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시사점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 중 ‘농어업인 소득안전망의 촘촘한 확충’ 과제에서 공익직불제 개편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농업 환경 보전 프로그램 도입 등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기존 직불제는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여러 법률에 근거하여 운용되고 있다. 다양한 목적과 근거 법률로 운용되던 농업직불제를 공익증진을 주 목적으로 통합하고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근거 법률이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 명칭은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이며 이는 기존의 농업소득보전법을 전면 개정한 것이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 필요
지난 2017년 농협에서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고자 천만 명에게 서명을 받는 운동을 통해 한 달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2018년 3월 발표된 정부 헌법 개정안에서는 “제129조 ①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 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 부분을 추가했다.


‘공익적 기능’이란 농업활동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영향중에서도 공공재(Public Good)나 공유자원(Common Resources)의 성격을 가지고 사회후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익적 가치’는 이러한 기능에 대해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주관적 가치(Value)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공익적 가치’의 확산은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첫째는 공익적 기능 자체를 증대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현재 농업에서 산출되는 공익적 기능에 대해 국민이 생각하는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임영아 부연구위원은 “공익적 가치 확산을 논하기 이전에 우리는 국내 농업 활동이 공익적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가와 이러한 공익적 기능에 대해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업의 기능 중 식량안보, 홍수조절, 지하수함양, 기온순화, 대기정화, 토양유실 저감, 축산분뇨 소화, 농업경관, 농촌활력, 어메니티 제공 등 ‘다원적 기능’이라는 이름으로 논의되어 온 다양한 기능들 중 많은 부분이 공익적 기능의 영역에 속하고 있지만, 토양 양분과잉, 토양침식, 농업용수 수요관리 부족, 수질오염, 폐영농자재의 부적절한 처리, 경관훼손, 축산분뇨 악취문제 등 공익에 반하는 부정적 영향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임영아 부연구위원은 “기존 농업정책이 농업의 경쟁력 제고, 생산기반 확충, 식품안전관리, 농업인 경영안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됐기 때문에 농업 부문에서 대국민 홍보·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농업의 공익적 기능 제공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 가능성이 큰 부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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