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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자재

[유해요소 관리하는 GAP제도]안전농산물, GAP가 답이다

생산~유통까지 위해요소 관리

 소비자들의 안전농산물에 대한 열망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쌀 밥 한 그릇이면 배부르던 시절에서 건강을 생각하는 단계를 지나 안전성을 구매의 가장 중심으로 여기는 시대가 됐다.

정부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한편 검증된 농산물 생산을 통해 농업의 지속성을 이어가기 위해 농산물 우수관리제도(GAP) 활성화에 팔을 걷어 붙였다. ‘2020년 GAP 인증 국내 전체 농산물의 50% 달성’이라는 목표를 국정 과제로 삼은 것이다.

GAP 인증에는 농산물 생산에 투입되는 농자재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본지는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작물보호협회와 공동으로 GAP 인증에 대해 6회에 걸쳐 기획시리즈 ‘안전농산물, GAP가 답이다’를 마련했다. GAP 인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 농자재에 대해서도 올바른 시각을 갖자는 취지이다. 


소비자들은 농산물의 위험 요소로 단연 ‘농약’을 꼽는다. “농약을 뿌린 농산물은 건강에 해롭다.” “무농약농산물, 유기농산물은 농약을 살포하지 않으니 안전하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농산물 구매에 나선다.
하지만 2002~2012년 실제 식품사고 발생 원인별 현황<표 1>을 살펴보면 유해미생물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비율이 58.5%로 반 이상을 차지한 데 반해 화학물질에 의해서 식품사고가 난 것은 0.2%에 불과했다. 특히 2011~2012년 사이에 유해미생물에 의해 발생한 식품사고는 271건이었고 화학물질에 의한 식품사고는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농약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화학물질보다는 유해미생물이나 자연독에 의한 농산물 오염의 위험수준이 높다는 얘기다.



정부 2020년까지 GAP 50% 목표
농산물 우수관리제도(GAP)는 말 그대로 농산물을 제대로 관리해 안전하게 공급하는 제도이다. 즉 화학물질 외에도 유해미생물이나 자연독에 의한 위험 요인도 사전에 차단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는 농산물을 제공토록 한다는 것이다.


만약 생으로 섭취하는 들깻잎을 유기농산물로 정성스레 재배한 뒤 식중독균에 오염된 손으로 포장 후 시중에 공급했다고 가정해 보자. 들깻잎은 익혀 먹기 보다는 쌈용으로 소비가 많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도 식중독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1년 유럽에서 발생한 장출혈성대장균 질환은 독일의 유기농 업체에서 생산된 새싹 채소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로 인해 감염자가 2200여명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만 22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유기농산물이라고 해서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유기농산물이 환경과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하는 좋은 것이기는 하나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본래의 취지가 묻혀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농약, 중금속, 유해미생물 등 관리 핵심
또 많은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산물, GAP 농산물은 농약을 사용하는 농산물이라며 배척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윤덕훈 한경대 교수는 “유기농산물도 GAP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GAP는 생산 절차를 검증된 방법으로 시행하자는 개념이지 농약을 사용하고 안하고를 구별하는 기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GAP의 개념 위에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일반 농산물 등을 놓을 수 있다는 뜻이다.


GAP의 정확한 목적은 ▲농산물 안전성 확보 ▲농업환경 보전 이 두가지이다. 적용 대상은 농산물과 농업환경이다. 농업환경에는 재배포장 및 농업용수가 포함된다.


GAP의 정확한 정의는 ‘농산물의 생산, 수확 후 관리 및 유통단계에서 농약, 중금속 및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합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HACCP의 농산물 버전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농산물의 생산 단계에서는 농약 및 중금속, 농업용수 오염 등이 위해 요소가 된다. GAP 인증을 받는다고 해서 농약과 비료를 마음껏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GAP 기본 개념에 저투입 지속 가능한 농업을 통한 농업환경보호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병해충 및 작물생육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농약과 비료가 사용돼야 한다. 농약과 비료는 엄격한 관리기준에 의해 등록 및 신고 후 공급되고 있어 사용자는 안전사용 기준에 따라 작물에 사용하면 GAP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오남용만 피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친환경농산물 등과 마찬가지로 GAP도 농자재 사용 내역을 기록해 제출해야 한다.


GA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산물 생산단계에서 토양의 오염도도 중요하게 다룬다. 중금속에 오염된 토양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GAP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4년 이내의 중금속 분석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비료는 ‘비료관리법’의 비료공정 규격에 적합한 비료만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필수 사항으로 ‘강우시 유출방지 등 환경오염 우려가 없도록 관리’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비료를 야외에 보관하기 때문에 GA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비료 관리 창고 등을 갖추거나 강우에 노출되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한다.


GAP 인증을 위해서는 농업용수도 적합해야 한다.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농업용수수질기준’에 적합하면 된다. 질소, 인 성분은 작물의 필수양분으로 기준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농업용수가 ‘먹는물의 수질기준’에 적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콩나물과 새싹채소다. 바로 먹는 채소들이다.



주변 정리 잘하고 손 잘 씻으면 OK!
생산 단계에서 적정 방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은 수확 후 관리와 유통 단계에서도 GAP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덕화 경상대 교수는 수확 후 관리 단계의 GAP를 한마디로 “주변 정리 잘하기와 손 잘 씻기”라고 말한다. GAP는 ‘위해요소 관리’가 골자인 것이다. 안전 기준에 맞도록 생산된 농산물을 오염되고 지저분한 시설에서 분류, 포장하지 않고 깨끗하게 정돈해 위해요소가 농산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 분류ㆍ포장 전처리 작업장은 화장실과 바로 연결되면 안된다. 작업 직전에는 손을 씻을 수 있도록 동선을 계획해 시설을 구성해야 한다. 정 교수는 “작업자에게 교육을 통해 손을 씻으라고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해도 시설이 손을 씻기 어려운 구조이면 이 같은 교육은 무용지물이다”라고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행동이 유발되도록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위해요소가 집중될 수 있는 단계를 위해요소 중요관리지점을 정해 위해요소를 제거하거나 통제한다. 예를 들어 단체급식소에서의 중요관리지점은 해당 농산물을 가열해 조리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중요관리지점이 달라진다.


가열채소는 볶을 때 74℃에서 1분 이상 가열하면 위험한 균은 대부분 제거된다고 본다. 이에 따라 채소를 세척, 자르는 단계 등은 중요관리지점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생으로 섭취하는 샐러드용 채소는 전용 도마와 칼을 사용하고 전용 볼만을 쓴다. 또 장갑도 소독해야 한다. 단계마다 중요관리지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위해요소 관리가 중점인 ‘GAP’ 인증은 지금까지 까다로운 규제로 인해 GAP가 도입된 2003년 이래 전체 농산물의 4%만이 인증을 받는 등 불명예스러운 성적을 보여 왔다. 인증을 위해 개인이 설치하기에는 힘든 시설 등을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의 GAP 인증 농산물은 대부분 농업법인 등 대형 RPC를 이용하는 단체에서 인증을 받아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까지 GAP 인증 농산물을 전체 농산물의 50%까지 확대키로 목표를 세웠다.


인증심사절차 간소화 BUT 안전성은 강화
이 같은 목표가 가능하기는 할까? 농가들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으면 농산물 가격을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GAP 인증을 받으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따라 GAP 인증에 대해 홍보를 하면 “GAP 받으면 돈 더 받나요?”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온다는 것이 GAP 인증 관련 종사자들의 말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아니다”라는 것이 거품 없는 현실적 대답이다. GAP는 농가들의 수익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는 것이 ‘주’인 제도이다.


거꾸로 대량의 식중독 사태가 농산물에 의해 발생됐을 경우 GAP 인증을 받은 농가들은 안심할 수 있다. GAP 인증을 위해 단계별 위해요소를 제거하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GAP 인증 농산물에서 식중독 원인이 발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GAP 인증을 받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를 지어 사고가 났을 경우 대규모 손해 보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GAP는 농가들을 선제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취지는 이러하나 환경이 열악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GAP를 선뜻 나서서 도입하는 농가는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7월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규칙’을 일부 현실에 맞게 개정해 농가들이 어렵지 않게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표 2>




먼저 GAP 인증심사절차를 기존 △이력추적관리제도등록 △농산물 우수관리시설 신청 △ 인증심사의 3단계로 처리하던 것에서 인증심사만 실시하는 1단계로 간소화해 소요기간을 126일에서 42일로 84일 단축했다. GAP 인증을 받으면 GAP 인증 번호만으로도 이력추적이 가능하다.<표 3> 이에 따라 이력추적관리제에 등록하면 2중으로 이력추적 등록을 하는 결과가 돼 이력추적을 삭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증기간이 42일 단축됐다. 또 농산물 우수관리시설도 신청해야 하는 것을 삭제했다. 농산물의 특성에 따라 관리시설이 완벽하게 필요한 작물은 이에 맞는 시설을 도입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예외로 뒀다. 과거에는 GAP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RPC 등 커다란 수확 후 관리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포도 같은 경우 봉지에 씌워 재배하고 이를 그대로 수확해 유통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따로 수확 후 관리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농촌진흥청은 이와 관련해 개인이 갖추고 사용할 수 있는 수확 후 관리 시설을 작은규모로 개발해 농가에 시범 공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농산물 우수관리시설 신청 절차도 삭제해 또 42일이 단축됐다. 결과적으로 GAP 인증 단계가 1단계로 간소화돼 인증심사기간이 총 42일밖에 걸리지 않게 됐다. 안용덕 농식품부 소비정책과장은 “GAP 인증 절차가 완화됐다고 해서 허술하게 인증을 내주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불필요하게 중복됐던 절차들을 각 케이스에 맞도록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기간과 제출서류는 줄어들었음에도 안전성은 더욱 높였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수확 후 관리 시설이 없는 지역의 농산물이 예전 제도에서는 꼭 시설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면 현 제도는 이 같은 단계를 줄임으로서 오히려 농산물이 오염되거나 부패할 수 있는 단계가 줄어드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홍보ㆍ교육ㆍ지원 우선 실시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GAP 인증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을 총괄교육기관으로 정하고 GAP 전문성과 교육시설 등의 기반을 갖춘 대학이나 전문연구기관 등을 교육기관으로 지정해 현장수요에 맞추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교육과 홍보를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농가 참여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대형 마트 등이 농산물을 계약해 판매 시 GAP 농산물을 우선하도록 하는 장려책을 쓸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 판로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유통 마트의 구매 정책이 GAP 우선 정책이면 농가들의 입장에서는 GAP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마트에서는 내부적으로 GAP 농산물을 우선 취급하겠다는 정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또 GAP 제도 활성화를 위해 정책 사업간 연계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사업대상 및 분야별 특성에 맞는 우선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련사업 대상자 선정 시 가점부여 등 우선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GAP 농산물 우선 사용분야도 군대, 학교 급식 등으로 확대한다. 이와 함께 GAP 분야 지원을 위한 사업예산도 구분해 관리 추진할 계획이다.



GAP 확대 추진협의회도 구성ㆍ운영된다. 부내 관련 부서 담당자로 협의회를 구성하고 생산, 유통, 판매 단계별 정책사업 중 우선 지원사업을 발굴하고 지원을 실시한다. 매년 예산 편성 및 사업실시 요령 개정 시에도 GAP 농산물 우선 지원 방안을 검토ㆍ발굴해 실적점검을 시행할 방침이다.


안 과장은 “라면 하나를 만드는데 20개국의 재료가 사용되는 시대”라며 “농산물의 안전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기로 GAP 인증이 안전농산물을 사수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심미진 gaiaone@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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