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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자재 검사제도 변경]유기농자재 검사 강화된다

유예기간도 없이 강화되는 제도


업계는 ‘망연자실’…정부 ‘어쩔 수 없다’

유기농자재 검사 항목 중 농약 검사 가짓수가 320종으로 늘어나는데 대한 업계의 성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aT 화훼공판장에서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주관으로 진행된 ‘친환경 비료 및 천연식물보호제 등 유기농자재산업 현재와 미래 발전과제 세미나’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산업계 종사자들을 범법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검사 농약 320종의 목록을 공개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촉발된 친환경농산물 부실 인증 사태 이후 유기농자재의 현장 품질 검사를 강화하면서 농약의 분석 대상 종을 245개에서 320개 성분으로 늘렸다. 품질검사 대상도 2013년 385점에서 올해 782점으로 2배 증가시켰다.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시 취소된 유기농자재가 전체 1400여개 제품(2012~2013년 기준) 중 659점에 달했다. 여기서 자진취소 등을 제외한 부적합 유기농자재가 91점이었고 이중 농약이 검출돼 취소된 자재가 39점을 차지했다. 정부가 품질검사를 강화한 배경이다.


이날 세미나 토론회에서는 업계의 대표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이 처한 불합리한 사태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유기농자재에 농약을 고의적으로 혼입하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열심히 좋은 자재를 생산하는 선한 업체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유기농자재에 비의도적으로 농약이 혼입되는 것은 변별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마다 검출 기준 달라 ‘러시안룰렛’
서정삼 (주)그린포커스 대표이사는 “유기농자재 원료를 수입하는 업체인데 아바멕틴이나 에마멕틴은 중국 회사 입장에서는 국가가 인정한 자재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번 제도가 시행되는 7월 말 이전에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는 유예를 하거나 소급 적용해 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험ㆍ인증 기관들의 검출 기준을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통해 동일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취지인데 과연 그 취지대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기관마다 검출 기준이 달라 애를 먹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특히 “제충국, 데리스, 담배잎 등은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에 사용할 수 있는 자재들인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제조회사들이 이 원료를 빼고 무엇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는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고삼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다들 제품을 만들었는데 이번 농약 검출 사건에서 대거 손해를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박매호 자연과미래 대표 또한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검사 항목을 320종으로 늘리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농업인들에게 공급하는 것은 업체로서는 당연한 일인 만큼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도태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검사하는 것은 좋지만 업체들에게 농약 검사 항목 320종의 목록을 고시해 이를 준비해 문제없는 자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국에 320종의 농약을 동시분석 할 수 있는 분석기관이 어디에도 없었고 286종이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현 상황에서 대비할 수도 없는 제도를 받아들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검사 항목 320종 공개하라
박 대표는 “이 같은 제도 하에서는 삼성 이건희가 오더라도 범법자가 될 것”이라며 “전세계가 수십년간 농약을 써왔는데 100% 오가닉으로 자재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7~8월에는 공동방제가 집중되는 시기로 이 기간에 유기농자재가 보조로 많이 공급된다”며 “제도 시행 후 공동방제용으로 선정된 유기농자재가 농약 검출 등에 걸려 공시 취소가 되는 경우 그 민원을 소화할 복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자재 공급 업체는 이 같은 경우 자재비도 받기 쉽지 않을 전망인 것이다.


윤상희 대유 본부장은 “회사들이 유기농자재를 제조할 때에는 원료를 1년치 단위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원료 소진 기간이 있는데 이렇게 연중에 제도가 바뀌게 되면 나머지 원료를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제도를 내년 초로 변경해 시행하는 등 유예 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또 “인증심사 기관들의 심사 기준들이 모호한 것이 많다”면서 “고시에 없는 애매한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계속 서류를 보완하라고 업체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인증기관들간의 협의회가 열릴 때 협회나 업체 대표가 참석해 인증 절차, 방법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충국 등 우리나라만 안돼?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됐다. 현재 유기농자재의 공시 및 품질인증 등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담당자가 1명에 불과해 과연 많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 업계의 걱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데 자재가 많이 사용되는 만큼 이를 관리하고 지도해야 할 정부가 담당자를 겨우 1명만 두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그만큼 유기농업에 소홀하다는 반증”이라며 “차라리 자재를 없애고 농업인들이 손으로 벌레를 잡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안인 (사)한국친환경자재협회 부회장도 “사후관리비를 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자신의 목을 자신이 조르는 격”이라며 “농진청 등 정부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업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사후관리는 서비스 개념으로 업체의 제품에 문제가 생기거나 미흡한 점이 있으면 교육과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 본래 취지라는 것이 업계의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민간인증기관들은 정부와 함께 단속나서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여 업계와 분쟁거리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관리비 정부가 인증기관에 지원해야
이에 따라 인증기관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인력 수준을 박사에서 석사ㆍ학사 등으로 낮춰 고용 비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도출된 것이다. 대신 인증 인력의 교육 등을 통해 자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하는 것이 업계와 인증기관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같은 업계의 주장이 이어지자 세미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제도 시행을 해야 하는 이유들과 개선책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유기농업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되는 것을 허용해주면 다른 농자재와 변별력이 없어져 농민, 소비자 등에게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비의도적인 혼입에 대한 기준은 마련해야 한다는데는 공감했다.


또 유기농자재의 부적합 비율이 15%에 달하는 만큼 다른 자재에 비해 부적합율이 높다. 이 같은 수치는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1년 정도 품질 강화를 위한 기준을 높여 관리하면 업계 자체의 수준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정부는 또 유기농자재에서 농약이 검출될 경우 농약과는 다르게 유기농산물 생산자로 인증을 받은 농가가 인증이 취소되는 등 피해가 커지게 돼 관리가 더욱 엄격해야 하고 유예기간 등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의도적 농약 혼입 기준 마련 공감
특히 이번 농약 검사 대상이 320종으로 확대된 것은 동시분석 대상을 늘리는 것으로 정부의 기술이 높아졌다는 의미이지 검사 기준이 강화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즉 유기농자재를 생산하는데에는 원칙적으로 잔류기준이 설정된 농약 439종이 모두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는 것이고 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439종 중 320종은 동시분석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119종은 단일 분석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모두 문제없이 분석해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3000만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한 품목 판매해서 공시비용도 채우지 못하는 시장에서 그 많은 돈을 들여 제품을 공시한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제도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약도 등록해 제품을 출하할 때에는 품질검사를 하고 출하하는데 이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다”며 “비료도 시험기관들에게 위탁해 품질검사를 하고 있는 만큼 유기농자재 또한 제품을 만들어 시중에 공급하려면 품질검사를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맞다”고 일축했다. 다만 유기농자재업계 대부분의 회사들이 영세해 정부가 사후관리를 하기로 한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후관리비를 국가 예산으로 지원해 분석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용역과제를 통해 검증해보고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며 “협회 등이 나서서 유기농자재업계의 규모를 파악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규모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원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산업규모 파악해야 지원도 가능
정부는 이와 함께 제충국 등 국내에서 공시받지 못하는 유기농자재 원료에 대해서도 농산물품질관리원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러나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 언제쯤 제충국 등이 유기농자재로 공시가 인정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농관원이 MRL이 설정돼 있다는 이유로 인정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또 유기농자재 업계의 유통도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마진 체계로 이뤄진 유통이 개선되지 않으면 업계의 발전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안 부회장은 이에 대해 “미량요소 함유 일부 제품에서 유통 마진이 큰 것으로 안다”면서 “유기농자재 자체는 마진이 높은 것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협회에서 판매협동조합을 만들어 유통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기농자재업계는 487개 회사가 88개의 유기농자재 허용 물질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워낙 영세한 상태에서 시작한 회사들이 많고 유기농자재로 사용가능 여부만을 알려주는 공시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때에는 진입이 비교적 쉬운 산업으로 인식돼 왔다. 이후 2009년 공시 제도가 시행된 이후 적용이 가능한 병해충 명을 제품에 명시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는데다 부실한 제품들이 증가하자 정부는 공시 시행 2년 만에 품질인증제를 도입했다. 공시 제도도 이전보다 강화했다.


유통 개선하는 자구노력도 필요
하지만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들은 현재까지 겨우 30여종에 불과하고 이 마저도 반 이상이 천적과 페로몬 등이다. 품질인증제가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시행 전부터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공시 3년을 거쳐야 품질인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까다로운 제도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시와 품질인증제 모두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복잡하고 비용만 발생하면서 효용성도 찾기 어려운 제도는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이제는 없애고 소비자도 만족하고 업계도 정상적인 제조가 가능한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유기농자재업계는 제도에서만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 내년부터는 다국적 기업들이 적어도 2개 이상 국내 유기농자재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고품질의 자재와 자본력으로 시장을 한 번에 잠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만큼 현재의 유기농자재 업체들은 위기 의식을 가지고 자신들의 자리를 굳건히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농산물 저농약인증이 전면 폐지된다. 유기농자재 업계로서는 가장 큰 고객층을 잃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업계 전체가 힘을 합쳐 일반농산물 수확기 등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재로 포지셔닝을 굳히는 전략을 세우고 효과적인 홍보에 나서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올바른 제도와 업계 지원으로 품질 좋은 유기농자재 생산을 독려해야 하며 업계는 경쟁력있는 자재를 생산해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미진 gaiaone@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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