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미생물 연구를 하다보면 미생물을 이용한 여러 가지 다양한 일들을 하는데 그중에 작물 해충인 진딧물을 농약이 아닌 미생물을 이용하여 방제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산이나 들 또는 유기농 농가를 찾아다니며 죽어있는 벌레를 찾아다니곤 한다.
바닥에 죽어있는 곤충(벌레)을 찾는 이유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곤충도 병이 들어 죽을 수 있는데 바로 곤충을 병들어 죽게 만든 곤충 병원성 미생물을 찾기 위함이다.
죽은 곤충의 껍데기나 내장 속에 들어있는 미생물을 분리하다 보면 그 곤충을 죽게 만든 미생물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곤충을 병들어 죽게 만드는 미생물을 곤충 병원성 미생물이라고 하는데 주로 곰팡이 종류가 많으며 Cordyceps(코디셉스), Beauveria(비베리아)나 Lecaniicillium<레카니실륨, 몇 년 전에는 Verticillium(버티실륨)으로 불렸다>, Paecilomyces(페실로마이세스)에 속하는 미생물들이다.
일반적으로 곤충의 껍데기는 키틴, 단백질 그리고 지방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간혹 미생물 중에는 이 3가지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들이 있다. 즉 키틴, 효소 그리고 단백질 이 3가지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미생물이다.
이러한 곤충 병원성 곰팡이들이 곤충의 딱딱한 껍데기 위에 떨어지게 되면 본능적으로 위의 3가지 효소를 분비한다. 그러면 분비된 효소들이 각각 곤충 껍데기의 구성성분인 키틴과 단백질, 지방 성분을 녹여(분해)내어 곤충의 껍데기에 구멍을 뚫어 놓는데 그 구멍을 통해 미생물이 곤충 내부로 침투하여 곤충의 내장을 먹이로 성장을 하고 나중에는 알까지 낳아 곤충을 완전히 자기 집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이러한 곤충 병원성 미생물에 의해 곤충은 죽게 되는데 미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미생물들을 수집하여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상업성이 있는 미생물을 선발하여 농업용 해충을 방제하는 생물농약을 개발하는데 사용한다.
건강식품 ‘동충하초’는 곤충 병원성 곰팡이
오래된 이야기인데 실험실에서 곤충을 죽일 수 있는 미생물을 많이 분리할 목적으로 애완용 곤충을 사육하고 있는 농장에 전화를 걸어 “혹시 사육하다가 죽은 곤충이 있으면 보내달라”라는 부탁을 했다. 몇일 후 죽은 곤충의 사체가 담긴 플라스틱 통이 연구소에 도착했는데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어쨌든 보내온 곤충 사체로부터 미생물을 분리하기는 했으나 죽은 곤충에서 나는 썩은 냄새가 어찌나 지독했던지 지금도 잊히지 않고 있다. 이렇듯 죽은 곤충으로부터 미생물을 분리하여 실용화시키기 위한 연구들이 지금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적으로 농사를 짓는 과수원이나 밭의 지표면에는 간혹 죽은 곤충들이 있는데 그러한 곤충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표면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한 곰팡이는 어쨌든 곤충의 껍데기를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다.
건강보조식품으로 섭취하고 있는 것 중에 “동충하초(冬蟲夏草)”라는 것이 있다. 동충하초라는 뜻은 한문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에는 벌레로 있다가 여름에는 꽃이 핀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꽃은 버섯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충하초는 일종의 버섯이다.
이 동충하초라는 것은 Cordyceps(코디셉스)라는 곰팡이를 누에의 애벌레에 뿌려서 코디셉스 곰팡이를 배양한 것으로 누에를 숙주로 하는 곤충 병원성 곰팡이인 것이다. 코디셉스 곰팡이가 애벌레의 표피를 뚫고 들어가 겨울에는 누에 애벌레의 몸속에서 월동을 하다가 여름에 표피를 뚫고 나와서 버섯으로 피는 것인데 이것이 사람의 건강에 좋다고 하여 식품으로 섭취를 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는 누에의 애벌레 대신 우리가 식품으로 섭취하는 번데기를 이용하여 곰팡이를 배양한다. 그런데 요즘 국산 번데기는 비싸서 중국산 번데기를 사용하였는데 방부제가 많이 들어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중국산 번데기에서는 배양이 잘 안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충하초 곰팡이가 배양되기 위해 이용되는 숙주 곤충으로 누에 애벌레를 비롯해서 노린재, 매미, 딱정벌레 등이 있는데 노린재 또한 한라봉, 감과 같은 과일이나 콩 재배시 상품성을 저하시키는 작물 주요 병해충인데 생물학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미생물을 이용하여 생물농약도 만들고 건강식품도 만들고 하는데 미생물 중에는 반드시 살아있는 생물체에서만 서식(기생)을 하는 종류가 있는데 이러한 미생물을 활물기생균(活物寄生菌)이라고 하며, 작물에 피해를 많이 입히는 흰가루병, 노균병, 무사마귀병 등이 대표적인 활물기생균이다.
활물기생균의 반대되는 개념이 사물기생균(死物寄生菌)으로 대표적인 것이 버섯이다. 버섯은 죽은 나무나 식물 조직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물기생균은 실험실에서 제조한 인공배지에서는 배양이 되지 않아 방제제 개발 및 방제 효과를 확인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나마 이렇게 인공적으로 배양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이 실제 존재하고 있는 미생물의 1%밖에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 미생물학적으로 이루어 내야 할 과제가 무궁무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