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업계는 최근 몇 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병·해충 발생이 줄어든 것이 실적부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하면서도 농협의 비대화 등 유통 문제, 친환경농업 급부상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의 돌파구 마련으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사업다각화 등을 꾀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근본적으로 농약의 원제를 90% 이상 외국에서 수입하는 국내농약의 구조 상 허약한 기초체력이 끊임없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농약이 농업에 미치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시각이 단속 대상이며 농업인들로부터 이윤을 취하기만 하는 산업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도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고독성 농약이 전면 생산 중단되는 등 농약의 안전성은 점차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호도되고 있는 농약의 이미지는 ‘맹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료도 사용정도에 따라 친환경적 자재임에도 화학적인 것은 무조건 안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미지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올해 완효성비료에 이어 내년부터는 맞춤형비료의 보조가 전면 중단될 예정으로 있어 기능성 비료 개발 등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만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올해도 45.3% 인상요인에도 불구하고 농협의 최저가 경쟁입찰로 인해 가격인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입찰이 이뤄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와 업계는 이에 대해 농약과 비료산업 체질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작물재배에 있어 농약과 비료는 가장 핵심적인 자재라는 점에서 산업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고 불투명한 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로드맵 개발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산업의 유통체계에 대한 연구와 부정적 시각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단기적인,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 식물자원환경과 교수는 “농약과 비료 등 농자재산업이 튼튼하지 않으면 농업도 장기적으로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면서 “농업과 농약, 비료 등 관련 농자재산업이 동시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산·학·관·연 모두가 참여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특히 정부 내 농자재산업을 아우르는 부서가 없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원제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 지난 11일과 12일 강창용 농촌경제연구원 농식품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의 주재로 SG한국삼공(주)과 한국비료협회 회의실에서 각각 열린 ‘농약과 비료 연구사업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농약과 비료의 뿌리 깊은 이슈들이 지적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로드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농약 간담회에서는 원제개발과 농약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네이밍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정한 서울대 교수는 “일본만 보더라도 자체 개발한 농약 원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농약 원제는 겨우 6개로 원제 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손 본부장은 또 “농약 제네릭 원제 및 제형 개발 등은 국내에서도 가능하다”며 “동남아시아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 제네릭 원제를 생산해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경무 바이엘크롭사이언스 부장은 “농약원제를 개발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것 보다는 생물농약 등 우리나라 실정과 부합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해충 없는 농산물…건강한 농산물” 김승환 농림수산식품부 안전위생과장은 “농자재 수준이 농업 수준을 결정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인프라시스템이 낙후된 상황에서 농업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또 “처음부터 개발하려고 하려면 이미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에게 뒤처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KTX 기차가 프랑스의 떼제배의 틀을 가져와 성공한 것처럼 우리가 필요한 기술의 틀을 찾아 도입하는 것이 빠른 방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그는 또 “가축을 병든 상태에서 도축해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병을 치료하고 난 뒤 건강한 상태에서 도축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더 좋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농약도 식물의약품 등의 명칭이 올바른 표현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이며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이 병·해충이 없는 건강한 농산물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자재 산업이 처해 있는 현실을 반영한 연구과제를 선정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사용되도록 할 것”이라며 “농자재 발전을 위한 미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현황 파악 연구가 선행 된다면 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약의 시험·평가·등록 OECD 수준 김경선 농촌진흥청 농자재관리과 사무관은 “생물농약의 경우 천연식물보호제로 이미 명칭이 바뀌었다”며 “우리나라의 농약의 시험·평가·등록 기술수준은 OECD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또 “우리나라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이 세계 3위인데 사용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GHS 도입, 식물의약사, 가정원예용 농약 관리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용역 과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무 부장은 “농약의 안전성을 알리는 홍보를 작물보호협회 차원에서 10년간 꾸준히 해 오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어려운 언어보다는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고 전달방법도 현 세대에 맞는 트위터 등을 활용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화학비료 간담회에서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명칭 변경과 비료분류 등 체계적인 개념정리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료의 이용실태 및 토양의 성분량 조사, 비료 입찰에 대한 문제, 비료 정책과 제도 변화 등도 주요 연구대상으로 꼽혔다. 현해남 제주대 식물자원환경과 교수는 이날 비료의 용어와 개념 정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비료는 보통비료 내 화학비료와 유기질비료 나눠지고 퇴비인 부산물비료와 미생물제제가 포함되는 기타비료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비료관리법 내에 존재하지 않는 친환경비료 용어가 사용되면서 비료시장에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이에 따라 비료관리법의 기준에 화학비료의 명칭을 무기질비료로 변경하는 등 화학비료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비료의 분류와 용어 등 개념 정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김황립 농림수산식품부 친환경농업과 비료담당 주무관은 “비료 사용량을 산출할 수 있는 국가적인 표준이 필요하다”면서 “2013년 맞춤형 비료 지원이 중단될 예정으로 있다”고 밝혀 비료업계의 자구책 마련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동렬 풍농 영업관리이사와 조규용 한국비료공업협회 부장은 비료의 농가 이용실태 조사를 통한 시비 추천량을 제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했다. 이 이사는 “유기질비료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토양에 붕소 결핍현상으로 발생해 화학비료에 0.2~0.3%의 붕소를 첨부하고 있다”면서 “붕소 첨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으로 붕소 첨부로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지만 토양 성분량 조사 등을 통한 시비 추천량 등이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화학비료산업은 농업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산업으로 정부와 농협에서 적정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필요하다”면서 “특히 현재와 같은 최저가 입찰은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추세인 기능성 비료의 개발을 위해서라도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비료 입찰제도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