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시행 중인 친환경유기농자재 목록공시제도와 별도로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친환경유기농자재 제품의 개발촉진과 품질향상을 도모해 유기농자재 선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목록공시제는 농업인에게 자재선택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친환경유기농산물 생산을 위해 쓸 수 있는 자재인지 여부만을 검토해 공개해 왔다. 새롭게 도입되는 품질인증제는 자재 생산부터 유통단계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성분분석을 통해 사후품질관리가 가능하며 일정수준의 효능을 보증하는 제도다. 품질인증제도의 도입은 사후관리의 강화도 맞물려 있다. 현재는 규정 위반 자재에 대해 목록 삭제만 가능했던 것이 개정된 친환경농업육성법에는 인증 취소 등 행정처분과 사법조치도 추가했다. 서류심사뿐만 아니라 현장심사를 추가해 원료 수급부터 생산·판매까지 평가·관리를 함으로써 유기농자재에 대해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품질인증제도와 사후관리의 강화는 친환경유기농자재의 법적지위를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 친환경농자재로 통칭되는 것도 친환경농자재와 유기농자재로 확실한 분리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기농업만을 위한 법을 따로 신설해 유기농과 친환경을 분리해야 한다는 유기농업계와의 목소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특히 친환경농업으로 대변되던 농업정책이 저농약 인증의 폐지로 우수농산물관리인증제(GAP)가 보다 강화되면서 친환경농자재, 또는 친환경유기농자재시장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저농약 인증이 폐지 됐지만 여전히 친환경농산물의 60~70%가 저농약 농산물로 유통되고 있어 정통의 유기농자재 수요보다는 기존의 친환경으로 분류되는 농자재의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기농산물의 재배면적이 친환경농산물 재배 총면적 20만1688ha의 0.8%정도에 불과한 현실도 친환경유기농자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굳이 비싼 유기농자재 사용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과 함께 품질인증 친환경유기농자재의 사용이 급격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반대로 GAP 농산물이 유통시장에서 자리매김하게 되면 농산물의 생산단계부터 수확 후 포장단계까지 사용되는 모든 농자재가 다 들어나게 됨으로써 오히려 품질인증을 받은 친환경유기농자재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친환경유기농자재의 품질인증제 도입은 친환경농자재 생산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당장 반갑지 많은 않다. 품질인증을 받게 되면 제품에 인증마크가 부여되고 효능표기를 할 수 있지만 강화된 약효·비효 등 재배시험 기준과 독성시험을 거치려면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됨으로써 영세한 생산업체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품질인증을 받으려면 농촌진흥청장 또는 농촌진흥청장이 지정한 품질인증기관에 신청서와 관계서류 등을 첨부해 신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병해충 관리용 분야를 보면 급성경구, 경피, 어독성 이외에 안점막, 피부자극성 시험이 공통으로 추가됐다. 수도용은 물벼룩 급성유영저해시험, 토양처리제는 지렁이 독성시험, 개화기 처리제는 꿀벌접촉 독성시험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독성시험이 추가되면 현행보다 2배 정도 시험비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또 현장심사가 신설돼 공장이 없는 업체는 공시를 받기 어렵다. 정부가 이처럼 병해충 관리용 분야의 시험을 강화하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다. 업계는 이에 대해 목록공시를 신청하는 물질들이 기본적으로 국제기준 CODEX 부속서Ⅱ에 수록된 118종에 속해 있어 안전성이 담보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살충효과를 나타내는 천연식물추출물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는 상태라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약과 비교하면 신규는 없고 미투 품목 등록으로 자료제출 면제품목이나 다름없다”며 “이미 독성정도가 밝혀진 물질들에 지렁이 시험까지 추가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농약에도 적용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 난다”고 강조했다. |
퇴비의 경우에는 무항생제 또는 유기축산에서 유래한 원료만 인증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유기축산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유기축산 유래 원료만 사용해 유기퇴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농진청 이외에 전문인력과 시설을 갖춘 민간기관에서도 자재에 대한 심사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업체들로서는 반갑지 많은 않다. 민간기관에서의 인증은 그만큼 고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관련 농민단체에서도의 친환경유기농자재 목록공시와 품질인증제 도입은 비용 과다 투입 방식이라는데 업계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친환경유기농자재의 인증 등 관련 업무를 친환경유기농산물 인증기관에서 함께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자재 인증기관 운영 등이 결국 사회비용이 낭비되는 상황인 만큼 기존의 농산물인증기관에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협회, 공동시험 설계 평가 통일안 마련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는 친환경유기농자재 품질인증제의 시험비용이 기존 목록공시제에 비해 2~3배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회원사의 공동시험 설계 평가 통일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품질인증제 도입에 따라 독성 5종, 재배시험 2포장, 비해 5작물이 추가돼 시험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
친환경협회에서 준비하는 공동시험의 절차는 시험신청접수 → 시험적격요건 검토 → 설계심의 → 항목조정 → 지정시험기관의뢰 → 시험결과보고서 취합 독성검토(국립농업과학원) 및 민간인증기관 공동의뢰 → 서류보완 → 현장심사(인증심사원) → 인증기관의 품질인증서 교부 등의 순서를 거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존 목록공시 제품에도 협회 자체 공시 확인 마크를 부여한다는 방침을 마련해 놓고 있다. 시험비용에 대한 부담을 절감코자 공동시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품질인증 제품들은 전용마크를 사용하게 되므로 기존 목록공시 제품은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공시확인마크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 마크에는 공시제품이라는 협회의 인정과 함께 약해나 비해 시험성적에 따른 시험작물명을 표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유기농자재 품질인증마크의 경우 약효나 약해, 적용대상 작물명과 병해충명 등 적극적인 효과 표시가 가능하고 목록공시의 경우 사용가능여부를 표기해주는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협회는 9월 2일 서울 aT센터에서 전 회원사와 관계 기관을 초빙해 공동시험 추진 및 제도, 하위규정 설명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
친환경유기농자재 업계는 아직 품질인증제 도입에 적극성을 가지고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시험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독성 3급 이하만 품질인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안구, 경피 등 다수의 독성시험을 시행하다 그 중 하나라도 2급 이상으로 판명날 경우 시험 비용을 고스란히 손해 볼 수 있어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KG케미칼, 고려바이오, 대유, 유일 등 비교적 선두에 있는 업체들은 품질인증제 도입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앞서 나가려고 하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친환경유기농자재 업체들은 선두 업체들이 한 두 가지 품목을 품질인증 한 이후에 등록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통합 친환경농업육성법 전면개정, 인증업무의 농업기술센터 지정 등을 전면 비판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통해 △외국과의 동등성 추진 반대 △친환경농산물 인증업무의 민간이양 약속 즉각 이행 △공통인증마크 추진 즉각 중단 △2012년 친환경농업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도 친환경농업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 2010년 대비 24.2%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
그동안 친환경농업의 정책은 생산기반 가공 및 연관 산업의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에 소홀했다. 특히 정부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정부 의존도가 높다. 이는 친환경농업이 정부의 의지에 따라 성장과 퇴보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실제 친환경농산물은 양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앞으로 성장이 지속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우선 올해부터 신규 인증이 폐지되는 저농약 농산물이 전체 친환경농산물의 60~7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유통업계도 소비자의 기호가 무농약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농약 인증폐지로 인해 친환경농산물의 수급에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고 이 시장을 GAP나 별도의 인증 품목이 대처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의 친환경농업의 개념과 육성사업 변화의 불가피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제3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에는 친환경농업 관련단체의 지적대로 각각의 사업에 대한 예산확보와 투입이 불투명하다. 특히 친환경농자재산업 육성과 지원 정책이 불분명하다. 육성한다는 방침을 설정해 놓고 있지만 지원범위와 예산확보 등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 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친환경농업이 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것처럼 친환경농자재산업도 친환경농업 발전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친환경유기농자재의 품질인증제도가 친환경농업에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에 수반되는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