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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와 물질 사이에 있는 그런 존재감 ‘바이러스’

조용히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곰팡이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이후 바이러스(Virus)에 대한 공포가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고 또 멀지 않은 시기에 제2의 코로나 발생을 예측 하거나 이미 바이러스의 또 다른 공격이 시작되었다고도 하는 추측들이 떠돌고 있다. 
아무래도 미생물을 연구하다 보니 주위에서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또 우리를 공격할 것 같은지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중에서 1%도 채 안 되는 녀석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고 나머지 99%는 우리와 공생을 하고 있거나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로 존재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아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단순한 물질로 보기에도 정확하지 않은 생명체와 물질 사이에 있는 그런 존재이다. 어쨌든 바이러스는 우리의 건강뿐만 아니라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그런 무시무시한 녀석으로 인식이 되고 있는데 실상은 바이러스가 원인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철저하게 깨끗한 것만 먹이다 보니 
애써서 만들었던 면역체계가 무너지기 시작

내 어릴 적만 하더라도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아서 과자나 사탕도 먹다가 땅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다시 주워서 묻은 흙이나 먼지를 후후 불어서 다시 먹곤 했다. 지금이야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 그렇게 먹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병원균에 노출되고 면역력을 키우면서 살아왔던 것이다. 학교 체육시간이 끝나면 생수도 아닌 수돗물을 그냥 마셨었고, 시골 우물가 펌프에서 나오는 물도 손으로 받아서 마셨다. 아마도 배탈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에 대해서는 그때부터 면역이 생겼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고 언제부터 생수가 아니면 마시질 않고 더러운 것은 나도 안 먹고 아이들은 더더욱 철저하게 깨끗한 것만 먹이다 보니 애써서 만들었던 면역체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과하게 청결하게 살다 보니 외부 침입 병원균에 대한 방어 준비 태세가 해이해졌고 그렇게 우리 면역력이 느슨해진 틈을 타서 병원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우리가 바이러스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에 조용히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녀석이 있으니 바로 곰팡이이다. 어떻게 보면 소리 소문 없이 농작물에 병을 발생시켜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를 입히는가 하면 우리의 머리 피부에서 비듬을 유발하기도 하고 발가락 사이에서는 무좀을 일으키며 엄청 가렵게 만들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효모의 일종인 캔디다 아우리스(Candida auris)는 일본 환자의 귀에서 발견돼 ‘귀 곰팡이’라고도 하는데 이 못된 녀석이 우리를 아주 못살게 군다. 사람의 혈액에 침투하여 심장, 눈, 뇌 등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에밀리 모노선이 쓴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이라는 책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인간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시기를 틈타 곰팡이병이 널리 확산됐을것이라고 분석을 하고 있다. 곰팡이는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가 즐겨 먹는 과일인 바나나이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품종은 ‘캐번디시’종인데 이보다 훨씬 더 맛있는 바나나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그로미셸’ 품종이다. 1960년 전까지만 해도 그로미셸 바나나를 주로 먹었는데 지금 바나나보다 훨씬 달콤하고 맛도 더 진하며 껍질도 두꺼웠다. 맛있는 그로미셸 바나나를 먹던 시절에는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캐번디시 바나나는 가축 사료용으로나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바나나의 암’이라고까지 불리는 ‘파나마병’으로 인해 바나나가 말라 죽게 되면서 그 맛있던 ‘그로미셸’ 바나나가 급기야는 멸종에 이르고 말았다. 1960년대에 이르러 그로미셸 바나나는 곰팡이병 발생으로 생산이 완전히 중단되고 파나마병에 내성이 있던 사료용 ‘캐번디시’ 품종이 상품화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파나마병의 원인균은 우리가 시들음병으로 잘 알고 있는 후사리움 옥시스포럼(Fusarium oxysporum)이라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이 녀석으로 인해 바나나 산업이 무너지고 농장 주인, 노동자, 화물운송 그리고 소비자에게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밀이나 쌀, 옥수수와 같은 식량 작물이 곰팡이의 공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식량 작물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식량 확보를 위한 전쟁과 테러가 발생하고 자국 이기주의가 성행하여 정치, 경제, 사회에 연쇄적인 거대한 충격이 가해진다. 곰팡이가 병원균으로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면 우리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효모’라는 곰팡이는 유용한 미생물의 모습과 병원균의 모습 
두 가지를 아주 극명하게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미생물

미생물 살충제로 활용되는 ‘동충하초(冬蟲夏草)’는 유용한 곰팡이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 겨울에는 곤충의 몸 안에서 기생을 하다가 여름이 되면 곤충의 몸을 뚫고 나와 버섯으로 자라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애벌레를 죽이는 생물농약으로 농업 분야에 적용이 되고 있다. 


효모의 일종인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에(Saccharomyces cerevisiae)는 지자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양하여 공급해주는 유용한 미생물 중의 하나인데 공기가 있으면 있는 대로 자라고, 공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자라는 기특한 녀석이다. 특별히 배양되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내는데 토양 중에서 이산화탄소층을 만들어 토양 내 보온층을 형성하여 작물 생장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토양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특성이 있어서 작물의 뿌리 신장을 원활하게 하는데 농사를 준비하는 2~3월부터 토양에 10일 간격으로 뿌려 놓으면 지력 증진에 아주 도움이 되는 곰팡이이다. 미생물은 늘 양면성을 지니고 있지만 ‘효모’라는 곰팡이는 유용한 미생물의 모습과 병원균의 모습 두 가지를 아주 극명하게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미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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