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관점에 따라 악취가 되느냐 식욕을 자극하느냐?
오늘은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요즘같이 장마철에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어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 분뇨와 같은 유기성 폐기물 관리에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지독한 악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악취라고 하는 냄새는 사람마다 또는 사회적인 문화 차이에 의해 느낌이 다르다.
홍어를 삭힐 때 나는 암모니아 냄새를 처음으로 접해본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끼지만 숙성된 홍어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오히려 식욕을 자극시킬 수도 있다. 중국에 가면 소금에 절인 두부를 발효시킨 취두부(臭豆腐:처우더우푸)라는 것이 있는데 나의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하수구에서 나는 냄새로 기억을 하는데 처음 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근처에만 가도 코를 막고 고개를 돌린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취두부에다가 우리에게는 익숙치 못한 허브의 일종인 고수(샹차이)를 얹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삯힌 홍어를 삶은 돼지고기에 얹어 막걸리와 함께 맛있게 먹는 것을 중국인들이 보면 똑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청국장 냄새도 그렇고 치즈를 발효시킬 때 나는 냄새도 사람이나 민족마다 받아들이는 느낌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악취라는 것들은 모두 미생물의 발효 과정에서 발생이 된다. 냄새를 나게 하는 원인 물질이 대부분 단백질이기 때문에 단백질에 들어있는 질소나 황 성분이 곰팡이나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 중에 발생되어 주관적이긴 하지만 불쾌한 냄새를 나게 하는 것이다.
생선 악취의 주범 ‘트리메틸아민’
홍어를 비롯한 바다 물고기들은 잡아서 얼마 되지 않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악취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트리메틸아민이라는 과히 좋지 않은 냄새를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악취라고 하는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틸메르캅탄, 트리메틸아민과 같은 냄새가 대표적인데 그 중에서도 생선이 썩을 때 나는 냄새가 바로 트리메틸아민이다.
세균들은 공기가 풍부한 조건에서는 산소를 이용해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 중 많은 에너지를 얻지만, 공기가 없는 조건에서는 산소 대신 다른 물질을 이용해서 분해를 하기는 하지만 얻는 에너지가 적다. 공기가 풍부한 조건에서 분해가 되는 것을 유기호흡이고,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대사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무기호흡이라고 한다. 농민들은 호기성 또는 혐기성으로 표현한다.
공기가 있는 조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녀석들을 호기성 미생물이라 하며 바실러스 세균이나 퇴비 더미에 피는 방선균 등이 대표적인 호기성 세균이며 모든 곰팡이는 절대 호기성 미생물이다. 공기가 없는 조건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을 혐기성 미생물이라고 하며 일부 광합성 세균이나, 유산균(Lactobacillus spp.는 호기적인 조건에서도 성장할 수 있음)이 여기에 포함되며, 우리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파상풍을 일으키는 Clostridium tetani(클로스트리듐 테타니)가 대표적인 혐기 미생물이다.
호기성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끝까지 분해해서 이산화탄소가 되기까지 에너지(ATP)를 얻어내는 반면 혐기성 미생물들은 유기물을 대충 대충 분해해서 중간 산물을 남겨놓는 특징이 있는데 이 중간 산물이 우리 사람에게 아주 유용한 물질이 될 수도 있거나 아니면 해가 되는 물질이 될 수 있다.
혐기성 미생물이 단백질이나 포도당과 같은 물질을 대충 대출 분해하면서 생긴 중간 산물이 냄새를 발생시킬 수 있는 물질이 될 수 있고 우리에게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독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꼭 우리에게 나쁜 물질만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술(알코올)이나 유기산(식초)과 같은 우리의 삶에 이로운 물질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잘만 이용한다면 호기성 미생물보다 혐기성 미생물이 우리에게는 훨씬 이득이 될 수 있다.
현장 맞춤형 미생물로 해결 가능
요즘같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는 퇴비장이나 축산농장에서 냄새가 많이 발생이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민원이 발생되어 주민 간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하거나 재활용하는 퇴비장이나 축산 농장 또는 분뇨 처리장들은 도심지와는 거리를 두고 설치가 되어 운영이 되어왔다. 그러나 도심이 확대되고 농촌 지역도 개발되면서 그동안 골짜기라고 여겨졌던 곳에 펜션들이 들어서고 새로운 이주민들이 원래 있던 퇴비장과 축산농가를 향한 민원을 제기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급기야는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물론 냄새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어지지만 마땅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요즘 우리 연구실에서는 냄새가 발생하는 농장 조건에 맞춰 개발한 현장 맞춤형 미생물과 기타 첨가제 등을 활용하여 퇴비장과 축산농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없애기 위한 무진 노력을 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퇴비장과 농장들을 드나들면서 냄새를 측정을 해왔는데 농장이나 퇴비장마다 발생하는 냄새의 종류와 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암모니아 냄새가 유독 심하게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황화수소와 메틸메르캅탄 냄새가 강세인 농장이 있다. 암모니아가 5ppm이 측정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20ppm이 측정되는 곳이 있다. 냄새가 심한 돼지 농장의 분뇨에서 잘 적응하는 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하여 다시 분뇨장에 넣어 주면 분뇨 악취가 한결 가라앉는 것을 확인했다.
유익한 미생물로 발효를 잘 하여 처리하는 농장에서는 냄새가 훨씬 덜 난다. 그 농장의 분뇨를 떠다가 냄새가 나는 농장 분뇨에 혼합하면 냄새가 없어진다. 그러나 3~4일 후면 또 냄새가 발생하여 미생물로 냄새를 제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을 하였다. 냄새를 나게 하는 녀석들도 미생물이고 악취 문제를 해결해 주는 녀석들도 미생물인데 이러한 경우를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표현하면 그 녀석들이 기분나빠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