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튼튼해지려면 농업을 지원하는 농자재산업이 튼튼해야한다”는 것에 대해선 농업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누구나 인정하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실제 농기계, 농약, 비료, 종자, 시설, 사료, 축산자재 등의 농자재산업은 농업을 지원하는 든든한 후방산업이자 필수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농자재산업은 농산물 생산과 관련한 가격지지정책에 국한된 수요자 중심의 정책방향으로 인해 농업생산비가 오를 때면 주범인양 몰매를 맞아왔다. 농자재산업은 또 수요의 탄력성과 수익성이 낮아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첨단기술 수준도 농업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농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공공연구기관에서 현장애로사항을 토대로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이 또한 실용화 부분에서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농업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농자재산업 육성과 관련한 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농식품부의 수요자 중심의 농정정책으로 인해 농자재산업은 서자 취급을 받아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농식품부 정책의 대상은 농업인, 농촌마을 주민, 농업인단체, 소비자, 소비자단체 등이다. 농자재산업은 이처럼 농식품부로부터는 서자로,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등으로부터는 농식품부 소관으로 치부되면서 애매한 위치에 놓여왔다. 별도 농자재산업과 관련한 농자재산업정책은 농식품부는 물론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 등 어느 부처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관리체계상에도 농자재산업은 산업분류가 분산돼 있어 농식품부 단독으로 산업육성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영세율이나 할당관세 보조 문제를 접근하다보면 타 부처에서 농자재업체를 도와주는 것으로 오인한다는 농식품부 관계자의 지적도 이와 무관치 않다. 강창용 농촌경제연구원 기획실장은 “농자재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통한 농업생산비 절감, 품질제고와 달리 농식품부내 농자재와 산업을 아우를만한 책임부서가 없다”면서 “자그맣게 흩어져 있거나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한다. 강 기획실장은 특히 “농산물과 식품의 가격, 품질경쟁력은 어디에서 그냥 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농자재산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 결과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토종 종자회사들이 거의 무너진 지금, 이제야 종자산업을 육성하는 우를 또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산업 육성에 기반을 둔 농자재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림수산투입재산업 비중·부가가치 ↑ 강 기획실장은 또 “농업과 농자재산업간의 관계를 서로 무관한 관계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농업의 중요성과 발전은 늘 표출되고 강조되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뒤에서 지원하는 농자재의 생산과 공급, 품질의 제고는 그냥 주어진 것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농림수산업의 총산출과 부가가치가 국내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하지만 농림수산 관련 전·후방 산업을 포함하면 국가 전체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이 가운데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림수산투입재의 지난 2008년 총산출은 지난 1995년보다 2.7% 포인트 증가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1995년에서 2008년 기간에 전체산업에서 차지하는 농림수산 관련산업의 비중은 농림수산투입재산업 부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감소해 농자재산업의 중요성을 대변했다. 또 부가가치(GDP)를 산업별로 나눠 보면 농림수산업이 25조원(28.6%), 농림수산투입재산업 8조원(9.5%), 농식품가공산업 16조원(18.8%), 외식산업 19조원(22.1%), 관련유통산업 7조원(8.0%) 등이다. <표 2> |
비료, 농약, 농기계 등 농림수산투입재산업의 종사자 수는 지난 1995년 12만명(0.7%)에서 2007년 11만명(0.6%)으로 약간 감소했다. 그러나 농림수산업의 부가가치 비중과 종사자 수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지만 외식산업, 농림수산투입재산업 등 전·후방 관련산업의 비중과 종사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농림수산업 자체는 국내 총부가가치에서 2.7%에 불과하지만 관련산업을 포함하면 9.4%로 국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이 김철민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정부 ‘첨단농자재산업’ 성장산업 육성 농자재산업은 농림수산 관련산업 가운데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엔 가축분뇨의 저장과 운반·처리 기자재, 축산분뇨·바이오디젤 등 바이오 매스 관련기자재, 잔류농약·비료성분 검사 기자재, 친환경농자재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또 농작업, 수확후 처리, 판매를 전문조직이 담당하는 체제가 점진적으로 일반화되면서 농업생산과 선별·포장 등 수확 후 처리와 건조·저장시설 등의 기자재 시장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상품포장과 시설 등의 기자재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도 고품질 농산물 생산 확대와 유통체계 구축을 위해 효율적인 농자재 공급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농자재산업과 농업은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특히 농자재산업의 발전은 없이 농업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농업 발전 없이 농자재 발전 없다면서 지난해 3월 ‘농림수산식품·농산어촌 비전 2020’을 발표했다. 굳이 농자재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찾으라면 이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비전에 따르면 농업분야의 신성장 동력을 최대한 향상시키기 위해 곤충, 관상동식물 등 5대 생명산업과 첨단농자재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IT 등 신기술, 신소재 등과 접목된 고효율 에너지 절감형 자재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시설 자재 및 농기계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논농사용 농기계의 효율적 활용과 파종·수확기계화 등 밭농사 기계화,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TIER4엔진개발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위해 완효성 비료와 맞춤형 복합비료 개발로 화학비료 사용을 절감하고 유기질 비료 효능제고 및 신규 개발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생물농약(천적, 미생물 등) 효능제고 및 신규개발과 기후변화에 따른 신규 병해충에 대한 방재 방안 개발 등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새로운 종자개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생명공학, 나노기술을 활용한 신기능 품종개발을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종자·미생물 등 생명산업에 7조원 ‘눈길’ 정부의 농림수산식품기술 육성사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농정정책 가운데 농자재산업과 밀접한 관련 정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R&D 기술분야별 투자방향으로는 기술의 시급성, 실현가능성, 정책방향성 등을 고려해 생산시스템, 자원·환경·생태기반, 생산·가공, 유통·식품, 바이오, IBT융합기술, 문화 등 7개 산업별 20개 세부산업을 설정하고 있다. |
발전전략은 또 ▲세계 수준의 생명자원 확보 및 종합정보시스템(DB) 구축 ▲생명공학(BT)·나노기술(NT) 등 융복합 기술 연구개발(R&D) 확대 ▲생명산업 기업 육성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농림기술개발’을 ‘생명산업기술개발’ 사업으로 개편해 향후 10년 동안 1조196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농생명 분야 원천기술연구를 위해 ‘차세대 바이오그린 21사업’을 2011년부터 착수한다. 농진청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8150억원을 투자해 유전체 해석, 유용한 유전자 발굴, 바이오 장기생산기술 등을 연구하게 된다. 농자재분야 직·간접 예산은 감소 ‘시름’ 농림수산식품분야 R&D 투자는 늘어났지만 2011년 농자재분야와 관련한 직·간접 예산은 전체적으로 감소해 농자재업계에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농기계임대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농업기계장비사업의 2011년도 예산안은 전년대비 133억(46.2%) 감소한 155억원으로 편성됐다. 50ha 이상의 들녘을 공동생산 할 수 있도록 조직화·집단화하는 고품질 쌀 최적 경영체 육성사업도 전년(22억5000만원) 대비 55.6% 감액(12억5000만원)됐다. 지속적인 친환경농업 기반 확충을 통해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체계를 구축하려는 친환경농업육성사업도 2010년도 3665억원보다 663억원(18.1%)이 감소한 3002억원이 편성됐다. 예산안 감액의 주요 사유는 친환경비료지원사업에서 국고 보조율 및 물량 등의 축소이다. 생물학적병충해방제사업은 아예 지원이 중단됐다. 농작물피해방지를 위한 농작물병해충방제사업도 29억원으로 전년보다 3억원(9.4%)이 감액됐다. 친환경 신 재생에너지 보급 및 에너지 절약형 난방·보온시설을 지원해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시설원예 에너지이용효율화사업도 전년(1527억5000만원) 대비 6.9% 감액(106억원)된 1421억5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종자수매·공급사업도 46억5900만원이 감소한 727억4100만원으로 편성됐다. 농자재 관리조직 확대 필요성 ‘대두’ 2011년 농자재 관련 예산의 축소와 함께 농자재업계의 숙원인 농자재산업을 아우르는 정부 내 전담부서의 설치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친환경유기농자재의 품질 및 사후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친환경농업육성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농자재 관리 전담부서는 아니더라도 농자재 관리조직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
이에 따라 2011년은 농자재산업을 아우르는 전담부서와 관리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점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친환경농업 등 영농형태가 다양해지고 과학의 발달로 농자재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농자재 관리조직은 축소됐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농자재산업 정책 패러다임 필요 친환경농업육성법의 개정안이 통과되고 농기계등록과 면허제를 골자로 하는 농기계선진화 방안이 추진되면 농진청 내 농자재 관리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산업에 기반을 둔 농자재산업정책은 여전히 요원하다. 지난 2006년 농기계분야는 농식품부 농기계(농업기술지원과) 정책담당부서의 축소·와해 된 이후 농업기계기획·농업기계관리 등의 업무를 농산경영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농약업무도 지난해 친환경농업과에서 안전위생과로 이관돼 농약산업을 위한 정책개발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강창용 농경연 기획실장은 “일부 농자재의 구입과 공급에 일정 보조를 준다는 것으로 농자재산업을 지원했다고 이야기 할 지도 모르지만 명백한 것은 이것은 농민을 위한 정책”이라면서 “일반 산업정책과 농업정책의 대상과 내용, 방법 등이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기획실장은 또 “농산물과 식품의 가격, 품질경쟁력은 어디에서 그냥 오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제라도 농자재산업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그 결과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업과 한 배를 타고 가는 농자재산업 농자재업계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으로 농식품부와 별도로 중소기업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중기청은 2011년 녹색·신성장, 지식서비스, 뿌리, 지역전략·연고, 문화콘텐츠, 바이오, 융복합·프랜차이즈 등 7대 전략산업에 전체 정책자금의 70%(2조200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태양전지와 LED 응용 분야, IT 융합산업,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금형과 주조, 열처리 산업, 캐릭터·게임·애니메이션 산업 등에 정책자금이 집중적으로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농자재산업분야가 중기청으로부터 정책자금을 받기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자재분야의 신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새로운 기업을 설립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 수요의 탄력성과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전국의 대학에서 다양한 창업보육센터와 산학협력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농자재분야를 특화한 창업보육센터와 산학협력단을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지식서비스분야 정보통신(IT),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분야를 지향한다. 농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간산업 중의 하나이다. 농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후방산업인 농자재산업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농업생산비를 놓고 벌이는 경쟁의 관계가 아닌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농자재산업 정책은 농자재산업의 경쟁력 확보의 지름길 이면서 국내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근간이다. 농업과 한 배를 타고 가는 농자재산업, 이제 그 산업만의 정책마련이 필요하고 이를 전담하는 부서의 탄생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