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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미생물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잘 자랄 수 있는 조건 천차만별

늘 이맘때면 하는 이야기이지만 다사다난했던 2019년도 어느덧 저물어 가는데 뚜렷하게 이루어 놓은 일은 없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이 남아 초조함만 더해지는 심정이다. 어린시절 학교 다닐 때 노느라 정신이 없어 방학은 다 끝나가서 몇 일 있으면 학교를 가야하는데 방학 숙제는 하나도 안 해놓고 일기도 안 써놓아서 벼락치기로 숙제를 할 때의 그 기분이 요즘에도 드는걸 보니 아직 철이 덜 든 듯 하다.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어 가는데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았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가 이맘때의 마음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 같다.
보다 더 안전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내고 경쟁력 있는 농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농민들의 노력이 한창 바쁜 농번기나 요즘같이 한산한 농한기할 것 없이 꾸준하게 지속되는 것을 보면 정말 존경의 마음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해서 숙박해가며 하나라도 더 배워서 농사를 더 잘 지으려는 그 마음이 반드시 보답을 받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눈앞의 이익이 없더라도 소신을 가지고 묵묵하게 이어가는 친환경농업
우리가 관심을 갖고 추구하려고 하는 친환경농업은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뿐만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식량주권과도 관계가 있는 만큼 중요하며 농민들도 이러한 친환경농업의 의미를 알기에 힘들고 눈앞의 이익이 없을지라도 소신을 가지고 묵묵히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미생물에 대한 관심과 사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간혹 미생물을 만병통치약으로 맹신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취향이나 개성이 뚜렷한 미생물들
유용한 미생물을 토양에 넣으면 그 녀석들이 토양에 들어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토양이나 작물에 좋은 영향을 주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미생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토양에 들어간 미생물이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환경조건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미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녀석은 50℃가 넘는 고온에서 잘 자라는 반면 다른 미생물은 20℃ 이하의 서늘한 곳에서 자라기도 한다. 또 약산성인 pH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중성이나 알칼리 조건을 더욱 선호하는 미생물들도 있다. 식성 또한 제각각 이어서 풀만 먹는 채식주의 미생물이 있는 반면 생선이나 고기를 좋아하는 녀석들도 있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미터(1센티미터를 1만등분 한 크기) 단위의 미생물들도 각각의 취향이나 개성이 뚜렷해서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조건에서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이 이르기만 무작정 기다릴 따름이다.


일반적으로 농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미생물들은 효모, 유산균, 광합성 세균 그리고 바실러스 세균 종류이다. 예를 들어서 1㏄당 1억 마리(108) 이상 자라있는 유산균 배양액을 토양에 뿌리면 농민들은 유익한 미생물인 유산균이 우점을 하면서 병원균 발생도 막아주고 뿌리 발육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그러나 유산균의 대부분은 공기가 없어야 잘 자랄 수 있는 혐기성 미생물이고 좋아하는 먹이는 우유와 같은 것들인데 아무리 많은 밀도의 유산균이 토양에 투입된다손 치더라도 유산균이 자라기 좋은 혐기조건과 우유와 같은 먹이 성분이 없으니 그 녀석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미생물이 활동할 조건이 도무지 맞질 않으니 토양에 들어간 유산균들 대부분은 죽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유산균이 죽으면 유산균의 죽은 사체는 단백질원이 되어 결국에는 아미노산의 형태로 식물의 양분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미생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자라거나 우점을 하지 않는다
좀 더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섭취하는 식품들을 예로 들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유산균이 듬뿍 들어있는 김치나 요구르트를 먹게 되면 가장 먼저 접촉하는 곳이 입 안인데 입 안에 유산균이 정착을 하여 자라고 있는가 말이다.
우리 생각대로 라면 입 안에 유산균이 가득해야 하는 것인데 입 속에 유산균이 정착해 있다는 연구는 아직 들어보질 못했다. 비근한 예로 청국장 발효균인 Bacillus subtilis(바실러스 섭틸리스)가 가득한 음식을 먹는다고 청국장 발효균이 우리 입안에 정착해 자라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입안에 충치를 유발하는 Streptococcus mutans(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 미생물들을 수시로 퍼먹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수단 좋은 그 녀석들은 우리 입속을 점령하여 충치를 유발하고 있다. 이렇듯 미생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자라거나 우점을 하지 않는다. 원하는 미생물이 선호하는 조건을 파악하여 맞추어 줄 때에 비로소 미생물들이 실력 발휘를 할 것이다.


사람이나 가축이 유산균을 섭취하면 입에서 우점이 안 되고, 위에서는 더욱 안 되고 소장을 지나 대장에 이르러서야 정착하며 자라게 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생각해 보면 무조건 미생물을 집어넣는다고 아무 곳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환경 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에 비로소 정착이 된다는 것이다. 토양에 유익할 거라 생각되는 미생물들을 아무리 많은 밀도로 넣어주어도 환경조건과 맞질 않으면 우점이 안 되어 우리가 원했던 효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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