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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씨앗 시대… 국내 종자산업의 현주소

종자 1g, 순금 1g의 3배 가치
최근 5년간 해외 지출 로열티 약 591억원
반면, 수입 로열티 약 15억 4천만원, 지출액의 2.6% 수준

종자 값이 금값을 넘어서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준 가격으로 최근 1년간 순금 1g은 최고 4만8,465원에서 최저 4만2,193원까지 거래돼 왔다. 반면에 몇몇 파프리카 종자는 1g 당 10만원이 넘게 거래되고 있으며 토마토 종자도 1g 당 12만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나 종자 1g의 가치는 씨앗 자체를 제외하더라도 재배되는 농산물과 관련 농기자재, 수확 후 가공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그 부가가치는 더욱 크다.


글로벌 10개 종자기업이 세계시장의 75%를 점유
이렇듯 종자산업의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글로벌 종자기업들은 M&A를 통해 시장 점유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7년 기준 글로벌 10개 종자기업이 세계시장의 75%를 점유하는 등 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국내 종자산업은 지난 1997년 11월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이하 외환위기)가 터지고 나서 2001년 8월 회복되기까지 약3년9개월 만에 보유하고 있던 대부분의 종자주권을 상실했다. 우리나라 상위 5대 종자회사 중 4개 회사가 외국 기업으로 팔려나간 것이다. 이와 함께 토종종자는 물론 육종기술과 인력까지 모두 외국기업에게 넘어갔다. 당시 국내 2위 업체인 서울종묘는 1997년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노바티스에 3,809만 달러에 인수됐다. 이후 노바티스는 다시 세계 3위 종자회사인 신젠타에 2000년 합병됐다.


같은 해인 1997년 국내 4위 업체인 청원종묘가 일본 종자회사인 사카타에 1,047만 달러에 인수합병 됐다. 이어서 국내 1위 업체인 흥농종묘와 3위 업체인 중앙종묘가 다음해인 1998년 멕시코의 다국적 종자회사인 세미니스에 1억6,689만 달러에 팔렸다. 이후 2005년 몬산토가 세미니스를 14억 달러에 사들여 세계 최대 종자회사가 되면서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몬산토의 소유가 됐다. 현재는 LG그룹의 팜한농(당시 동부팜한농)이 2012년 몬산토 종자 일부를 인수하면서 흥농종묘와 중앙종묘의 종자를 소유하고 있다.



국내 종자업계, 매출액 5억 미만 대다수
이처럼 국내 종자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다국적 기업 등이 국내 상위 종자회사들을 인수합병한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독립되어 나온 중소, 개인 육종가가 늘어나면서 영세한 소규모 업체들이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재배품목 및 품종의 다양화와 정부의 지원혜택으로 민간종자업체의 참여는 계속 늘어났다. 실제 국립종자원에 등록된 종자기업은 [도표1]에서와 같이 2000년 415개사에서 2010년 924개사로 약2.2배 증가했으며, 2018년 말 기준 2,466개사로 2000년 대비 5.9배 이상 증가했다. 2000~2018년까지 18년간 10.4%의 연평균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립종자원이 종자산업법 제4조 및 통계법 제18조에 따라 지난 2017년 실시한 「종자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업체 1,337개사 중 종자 판매액이 5억원 미만인 업체가 1,175개사로 87.9%를 차지했으며, 5~15억원인 업체는 97개사(7.3%), 15~40억원인 업체는 46개사(3.4%), 40억원 이상인 업체는 19개사(1.4%)로 조사됐다.


특히 종자 판매실적이 있는 업체는 1,157개사로 전체의 86.5%로 나타났다. 이중 국내 판매만 하는 업체가 1,084개사로 93.7%를 차지했다. 해외 판매만하는 업체는 5개(0.4%), 국내·해외 판매를 병행하는 업체는 68개(5.9%)로 조사됐다. 조사된 국내 종자업체 1,337개사의 전체 판매액은 5,408억원으로 이중 국내 판매액은 4,722억원(87.3%), 수출액 655억원(12.1%), 해외 생산·판매액 31억원(0.6%)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국내 종자업체의 대다수가 매출액 5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로 해외 수출 보다는 국내 시장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출 종자 로열티, 최근 5년간 591억원
현재 우리가 식당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청양고추는 더 이상 국내 종자가 아니다. 청양고추는 1983년 국내 종자회사인 중양종묘가 태국 고추와 제주도 고추를 잡종교배해 개발했다. 당시 청송군과 영양군 일대에서 임상재배에 성공했으며, 현지 농가의 요청에 의해 청송의 ‘청(靑’)자와 영양의 ‘양(陽)’자를 따서 청양고추로 명명하고 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1997년 외환위기 때 중앙종묘가 미국 몬산토에 매각되면서부터 더 이상 청양고추는 국내 종자가 아니게 됐다.


지난 2012년 국내기업인 동부팜한농(현재 LG그룹의 팜한농)이 몬산토 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삼복꿀수박, 불암배추 등 채소 종자 300여 품종에 대한 특허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채소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많은 고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 많은 국내 토종종자들이 여전히 몬산토의 권리로 남아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하고 재배해 오던 많은 토종종자들이 현재는 로열티를 내지 않으면 더 이상 재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우리나라가 해외 국가에 지출한 종자 로열티는 590억 9천만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벌어들인 종자 로열티는 약 15억 4천만원으로 로열티 지출액의 2.6%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4~2018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가 해외 국가에 지출한 종자 로열티는 총 590.9억원으로 2009~2013년까지 5년 동안 지출한 로열티 총 814.3억원 대비 27.5% 감소했다. 특히 2014~2018년까지 연평균 △5.3%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GSP통한 종자산업 성장기반 마련
지난 2011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종자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 및 민간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골든시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이하 GSP)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자산업은 오랜 시간의 투자가 소요되는 종자개발 특성으로 인해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대기업들이 세계 종자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종자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글로벌 대기업의 인수·합병과 농업생산량 감소 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GSP 사업을 시행했다. GSP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농촌진흥청·산림청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연구개발 과제로, 2012~2021년까지 10년 동안 국고 3,985억원과 민간자금 926억원, 총 4,911억원을 투자해 종자수출 2억달러 달성과 수입 대체로 종자 자급률을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시장 확대와 더불어 종자수출도 적극 도모하면서 1990년 610만 달러에 불과했던 종자 수출액은 2017년 5,858만 달러로 큰 폭으로 확대되어 종자의 수출산업화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특히 2017년 GSP 사업을 통한 수출은 2,447만 달러로 향후 GSP 사업을 통해 개발된 우수품종의 수출증가로 국내 종자 수출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근 우수품종의 종자가 속속 개발되면서 해외 품종 중심이었던 작물이 국내품종으로 대체되어 해외로 유출되는 로열티를 절감하고 있다.


딸기의 경우 2000년대 초만 해도 90% 이상 일본품종이 재배됐다. 그러나 2006년 농촌진흥청이 주최가 되어 출범한 ‘딸기사업단’을 통해 10% 미만인 국내 딸기 육성품종을 2010년까지 50%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딸기사업단’은 국내에서 딸기를 연구하는 대학교수, 연구소, 기술센터 등이 참여한 산학연 공동연구팀으로 3개 연구팀 34명으로 시작됐다. 현재 국내 딸기는 국산 우수품종의 개발·보급으로 재배 품종의 94.5%를 국산품종인 ‘매향’이나 ‘설향’ 등이 차지하고 있다.


GSP 사업 통해 신품종 개발 및 국산화
한편,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종자·종묘 유전자원은 25만5,000여점이다. 미국 59만6,000점, 중국 44만1,000점, 인도 43만9,000점, 러시아 31만1,000점에 이어 세계 5위에 위치해 있다. 또한 유전체 분석 결과를 국내 육종가들에게 공개하고 있으며, 종자를 원할 경우 무료로 제공하여 민간 종자육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발표를 통해 “2012~2016년까지 GSP 1단계 사업 중 핵심연구실적들이 2012년 국가 연구개발사업 100선에 선정됐다”며 “병충해에 강한 토마토 품종, 파프리카 품종, 양배추 품종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시장화도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GSP 사업에 참여한 농우바이오는 고기능성 대추 토마토 품종 ‘TY시스펜’을 개발해 33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고 수출 규모도 242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팀인 경남농업기술원은 “수입에 의존하던 미니 파프리카를 국산화했다”며 “이마트를 통해 유통채널을 개척하는 것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종자산업 활성화 위해서는 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
지난해 초 농림축산식품부는 GSP 사업이 수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성과를 적극 홍보했다. 1단계 사업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따라 2단계 사업이 시작된 2017년부터 주요 전략을 사업화에 집중시킨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종자산업에서 신품종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은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의 연구기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에 대한 뒷받침 없이는 발전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GSP 사업을 통한 종자수출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종자기업에 비해 자본과 품종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종자업체로서는 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형식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 있는 품종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올해 초 국립종자원 최병국 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현재 연600여억원 정도의 종자수출을 하고 있지만, 영세업체 위주의 구조로 계속 간다면 종자산업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수출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해서 “현재의 소규모 분산지원 형태의 지원사업들을 규모화 및 해외진출 확대방향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종자업계 관계자는 “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국내 종자회사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생력을 갖고 성장하도록 정부가 조력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며 “오랜 기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한 만큼 대기업의 참여에 대해서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수출이 목적이라면 각각의 수출 국가별 재배환경과 소비자 선호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적합한 품종을 선별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또한 현지 테스트베드를 통해 종자뿐만이 아니라 연관된 농기자재까지 통합해서 수출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 종자주권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종자산업의 안정화와 발전이 우선 되어야
이와 더불어 국내 종자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진출뿐만 아니라 국내 종자산업육성에 대한 노력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본이 튼튼해야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종자협회 이종우 회장은 “국내 종자산업이 살아야 세계시장에서도 기죽지 않고 이겨낼 수 있다”며 “우리나라 기후와 환경에 가장 잘 맞게 개발된 우리 품종을 사랑하고 애용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국민의 주권은 국가가 건재해야 지킬 수 있다. 그에 앞서 국가는 국민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모든 농생명의 시작이 되는 종자의 중요성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국내 종자주권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종자산업의 안정화와 발전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는 물론 유통 종사자들의 의식변화와 더불어 정부의 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검토를 통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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