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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구매, 농자재업체 쥐어짜는 “슈퍼 갑의 횡포”

2015년 이후 매년 가격인하, 올해는 10% 인하 선전포고

열악한 농자재업계 경영악화
“농협 본질에서 성과 찾아야”


농협중앙회의 농약계통구매의 시즌이 돌아왔다. 농약계통구매란 전국의 회원농협에서 올 한해 조합원들에게 공급할 농약을 사전 주문하는 프로그램이다.
과거 한때는 농약영업의 꽃이라 불리며 농약제조회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온 1년 영업의 꽃이었다. 하지만 최근 농약계통을 준비하는 농약제조회사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잿빛이 되고 있다.
지난 2013부터 지금까지 단 한해도 가격이 인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3년간 동결이 되더니 2016년부터는 오히려 가격이 인하되고 있다. 2016년 0.8%, 2017년 3.3%, 2018년 1.2% 등 매년 가격이 인하되었다.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
“2019년은 농약가격 10% 인하하겠다”

지난해 10월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은 농약회사들에게 청천벽력같은 발표를 한다. “내년에는 지역농축협과 협의해 농약가격을 10% 이상 인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시장가격에 민감한 10가지 농약 품목에 대해서는 약 20%까지 인하해 구매원가 수준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올해 농약계통구매를 앞두고 이미 지난해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2018년도 농약계통구매 실적을 보면 총 6,559억이다.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케미컬이 2,103억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팜한농(1,590억), 경농(833억) 등이 뒤따르고 있다. 물론 신청량 대비 실제 공급량은 차이가 있지만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올해 약 656억 정도를 인하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지난 3년간 농약, 비료 등 영농자재 가격 5,742억원을 인하해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에게 저렴한 농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 역시 농협의 주요 사업 중 하나겠지만, 농협의 노력이 아닌 농자재업체에 대한 쥐어짜기 후 농자재업체의 고혈을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한다는 좋지 않은 평가가 뒤따랐다.


농약제조회사
“비용은 매년 증가, 수익률은 갈수록 저조”

농약을 비롯해 농자재회사들은 농협의 계통가격 인하로 인해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농약의 경우 농약의 원료인 원제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데 원제 가격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동안 제네릭 원료의 대부분을 생산해 온 중국에서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어 제네릭 원제를 비롯 부재, 중간재도 줄줄이 가격이 인상되었다.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시행되는 PLS(Positive List System 농약 허용물질 목록 관리제도)에 대비하느라 각종 시험, 등록비용도 크게 증가하였다. 농민들의 PLS제도 적응을 위한 대농민 홍보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실제 농약회사들은 대부분 PLS 안내책자, 등록책자, 전단지 등을 대량 제작해 대농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


농약 제조회사들은 지난 2013부터 동결 내지 인하된 가격이 올 해 만큼은 현실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의 막대한 바잉파워에 어쩔 수 없이 가격인하에 동참하고는 있으나 그동안 경영부담이 너무 가중되어 왔다”며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계속 잃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가격 현실화가 되지 않는다면 미래의 농약개발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의 제품가격에는 많은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다. 원료비에 생산 제조비, 물류비, 마케팅비용 등은 물론이고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비도 포함되어 있다.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 발전하고 있고, 미래의 제품 개발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현대에서 살아날 수 없다.
농약회사, 농자재회사들도 마찬가지다. 국내의 수많은 회사들과 경쟁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효과가 높은 제품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연구개발비는 기업생존과 관련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 하겠다.


농약의 경우 하나의 신물질을 개발해 상품화하기 까지는 약 10여년의 시간과 약 1,0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농약원제 기술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 농약회사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 할 수 있겠다.
국내 농약회사들의 선두기업인 팜한농과 경농의 연구개발비를 살펴보면, LG그룹에 편입된 팜한농이 2015년 100억원, 2016년 130억, 2017년 161억 등 매년 1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으며, 경농의 경우는 매년 80억원에서 100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기업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농업환경에 맞는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농협의 가격인하는 이러한 개발의지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업을 대표하는 기관 농협,
글로벌경쟁력 향상 위해 투자에 앞서야 할 책임감 가져야

농협케미컬은 지난 2007년 농협중앙회에서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농협중앙회의 지원을 받으며 농약업계 2위 자리에 올라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막강한 농협중앙회의 지원과 회원농협들의 판매지원에 힘입은 성과이지, 자체적인 경쟁력은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국내 농약산업의 경쟁력 향상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농약원제의 국산화나 신물질 개발 등 국내 농약산업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가격인하와 M/S향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농협은 한국 농업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획을 갖고 연구개발 및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투자에 앞서야 할 책임감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정치적인 목표를 갖고 한국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판상 경영권 심각한 위협 가해
대농민 서비스의 질 하락 우려

농협계통구매의 단가 인하가 수년째 지속되면서 농협과 판매경쟁에 있는 농약판매상(시판상)들의 경영권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충남의 한 지역에서는 회원농협이 주요 농약제품을 15% 인하해 판매하고 사후에 15%를 추가 환급함으로써 총 30%의 가격 인하를 실시했다.
해당 지역에서 시판상을 경영하고 있는 한 판매인은 “우리 시판상도 인근의 회원농협과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느라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적정 이익이 보장되어야 자세한 영농상담과 배달 등 편의성 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데 지난해에는 서비스가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판상의 경영위축은 대농민 서비스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고 결국 농민들도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는 계통구매 단가인하로 농가경영비를 절감하고 이로 인해 농가소득을 향상하는데 기여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물론 맞는 말이다. 계통구매 단가인하로 농가들의 영농자재 구매가격이 감소하였고 그만큼 농가소득이 향상되었으니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농가소득을 높이는 방안에 농자재 단가인하가 우선되고, 그 성과가 농협중앙회의 공로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농가소득은 농작물을 생산, 판매해 발생하는 농업소득과 농업외소득, 이전소득, 비경상소득 등으로 구성된다. 농업인으로서 농업소득이 가장 큰 소득원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농가소득 5천만원 목표,
해법이 영농자재 가격인하?

농협중앙회가 목표로 하고 있는 농가소득은 2020년 기준 5천만원이다. 2017년 현재의 농가소득은 3,823만원이다. 이중 농업소득은 1,004만원으로 농가소득의 26%에 그치고 있다. 농업인이지만 농산물 판매금액이 아닌 농업외소득이 훨씬 많은 금액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24년 전인 지난 1994년 농업소득이 처음으로 1천만원을 돌파하였다. 그리고 24년이 지난 2017년 농가소득이 1,004만원이다. 지난 24년간 거의 제자리인 것이다.
혹자들은 농가소득이 제자리인데 비해 영농경영비가 많이 증가한 것을 지적하면서 영농자재의 가격 인하를 주장한다. 농업소득이 제자리인 것을 문제제기하고 농업소득을 향상시킬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본질은 감춘 채 영농자재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다.


지난 24년간 영농자재의 가격이 인상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4년간의 물가 상승율에 미치지 못함을 볼 때 농가소득의 본질적인 문제는 농업소득의 해결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업경제 관계자는 “농가소득 향상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계통가격 인하를 추진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농업소득의 향상에서 대책을 찾아야 한다”라며 “농산물의 고품질 생산과 안정적인 판매와 안정적인 가격 확보, 그리고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농산물의 가격 안정 등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의 추진안대로 올해 농약계통을 추진할 경우 농약에서 인하되는 가격의 총합은 대략 656억원이다. 농가를 약 100만 가구로 계산할 경우 한 농가당 경영비 인하의 폭은 6만5천원이다. 국내 농자재업계의 미래를 위협하면서까지 가구당 6만5천원을 인하해야 하는지, 아니면 농산물의 판매에서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야 할지 되새겨 봐야 할 부분이다.


농협은 비용을 효율적으로
농민을 위해 집행하고 있는가?

농협중앙회의 농자재가격 인하와 맞물려 또 하나의 지적은 농협중앙회 스스로 비용을 효율화하고 있는지의 의문이다. 농자재가격은 농협중앙회의 성과가 아니라 농자자업계의 피와 살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자재업계에 압력을 가하는 만큼 본인들도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화하고 농업인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집행되고 있는지 뒤돌아 볼 일이다.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농협중앙회가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농협임직원 징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총 191건의 비리 및 부당대출 등으로 총 6,668억의 사고금액이 발생되었으며, 이로 인해 농협에 1,353억원의 직접적인 피해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온갖 비리를 저지른 이들이 징계처분에 의해 변상한 금액은 피해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인 57억원 밖에 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으며, 그마저 회수된 금액은 절반정도인 29억원에 그쳤다.
당시 홍문표 의원은 “정부가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2012년 사업구조 개편 차원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고 4조원 정도의 이자를 대신 내주고 있는 상황인데도 농협 임직원들은 온갖 비리비위 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실 농협관련 비리비위 뉴스는 1년 내내 심심치 않게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A군 지난해에도 보조사업비 횡령, B군 농협연합장례식장 건축비 의혹, C시 영농자재센터 설립비 횡령 등 거의 매달마다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농자재회사들의 가격 협의 때에는 농민들의 소득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단가 인하에 냉혹하면서도 자신들의 비리비위에는 한없이 자비로운 농협. 농자재회사들의 피와 땀과 미래를 자신들의 공로로 치부하기에 앞서 본인들의 자정과 정화로 더 큰 비용을 아끼고 더 많은 농가소득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경제지주의 비전,
구호가 아닌 실행이 되어야 한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는 “농민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판매농협 실현”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범농협 협력마케팅 도입, NH Farm을 통한 수출 10억불 달성, 농협양곡 중심으로 쌀 판매 2조원 추진 등 농산물 판매사업에의 역량집중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농약계통구매를 통해 보여준 농협경제지주의 모습은 비전과는 상이한 모습이다. 농산물 판매를 통한 농가소득 향상보다는 영농자재의 단가인하를 통한 영농비 절감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농협경제지주가 최근 내건 슬로건은 ‘농업의 새로운 가치 창조’이다. “농산물 생산, 유통의 효율화와 선진화를 통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새로운 가치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2019년 농약계통구매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많은 농자재업체들은 농협중앙회가 이번 기회에 농협경제사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농자재가격의 무자비한 인하라는 슈퍼갑의 횡포에서 벗어나 농자재 가격의 충분한 보장으로 농자재회사들이 연구 개발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농업이 발전하고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안전한 한국 농업이 될 수 있도록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할 것이다. 


또한 농산물 판매향상을 통한 농가소득 향상에 대해 고민하고, 비전에서 밝히고 있는 경제사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겠다.
농자재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분명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을 명심해야 겠다.   

 <발행인 박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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