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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5 미생물이란? 포자

“죽지 않는 미생물, 그 비밀은 포자에 있다”

 
미생물들은 먹이가 없거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거나 떨어지거나 또는 건조가 되는 등 주위 환경이 안 좋아지면 죽게 되어 있다.

당연히 먹을 것이 없어지고 온도가 40℃ 이상의 고온이 유지되면 죽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악조건에서도 죽지 않고 견뎌내는 독한 놈들이 가끔씩 있다. 바로 포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절기는 바야흐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秋分)을 지나 제비가 강남(江南:중국 양자강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한로(寒露)로 치닫고 있다. 올 8월의 찌는 듯했던 더위와 폭염 그리고 열대야는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그러들고 아침, 저녁의 선선해진 날씨에 긴 옷들을 꺼내어 놓게 된다.

대개 더운 여름날에는 조개나 해산물 종류를 잘 먹지 않는데 이유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그리고 비브리오 같은 전염병에 혹시라도 걸릴까 걱정이 되어서이다.

그러나 슬슬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면 대하(大蝦)나 전어(箭魚)와 같은 해산물을 전염병 걱정 없이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데 도대체 그 많던 전염병 균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병원성 미생물들, 특히 세균 종류가 사람이나 동물에 치명적인 병을 발생시킨다. 참고로 병원성 곰팡이는 세균과 달리 곰팡이 자체보다는 곰팡이가 분비하는 물질(독소)이 무서운 병을 일으킨다.

생물무기금지협약(Biological Weapons Convention)에 따라 사람과 동물에 병을 발생시키는 규제 대상중에 바이러스가 16종, 세균이 11종이다. 세균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을 볼 수 있는데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곰팡이인 탄저병(Colletotrichum gloeosporioides-고추 탄저병원균)과는 다르다.

그러면 수많은 미생물들이 있을 텐데 그 중에 특히나 병원균으로서 우리 사람한테 찍혀서 규제 대상이 되는 녀석들은 어떤 고약한 특징 때문에 그런 것일까?

미생물들은 먹이가 없거나, 온도가 급격히 높아지거나 떨어지거나 또는 건조가 되는 등 주위 환경이 안 좋아지면 죽게 되어 있다. 당연히 먹을 것이 없어지고 온도가 40℃ 이상의 고온이 유지되면 죽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악조건에서도 죽지 않고 견뎌내는 독한 놈들이 가끔씩 있다. 바로 포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포자란 극한 환경 가운데에서 죽기 전에 자기 몸에 있던 가장 중요한 DNA(유전물질)와 꼭 필요한 세포내 기관만을 모아 두꺼운 껍데기 안에 쌓아 놓고 나머지는 죽게 내버려 둔다. 이렇게 형성이 된 포자는 죽은 것과 똑같이 아무런 활동을 안 하고 존재만 한다.

그러다 주위 환경이 다시 좋아지면 깨어나 활동을 하게 되는데 생물무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탄저균도 바로 이러한 포자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반면에 포자를 형성할 수 없는 콜레라나 이질, 장티푸스 등과 같은 전염병원균들은 미생물 배양액을 분말화(제품화)시키는 과정에서 죽어버린다.

설사 생물무기 제품화 과정을 성공했다 하더라도 로켓트의 탄두에 병원균을 실어 발사하면 날아가는 도중에 대기의 낮은 온도와 압력 때문에 죽어버릴 것이다. 그러니까 병원균이라고 해서 모든 미생물이 다 생물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세 유럽을 한때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흑사병(일명 페스트)의 원인균인 여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는 다행히도 포자를 형성하지 못하는 세균이다. 단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옮겨다니며 사람의 폐나 혈액을 썩게 만들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원균이다.

당시의 유럽 인구 30%를 사망시킬 정도로 무섭게 맹위를 떨쳤던 흑사병균도 추위에는 견디질 못 하고 자연스럽게 사그라들어 그나마 30%만의 목숨만을 앗아갔던 것이지 만약에 흑사병균이 포자를 형성하는 미친 능력이라도 있었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이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된다.

포자는 끈질긴 생명력의 표상인가?
농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미생물 중에 유산균이나 광합성세균 그리고 슈도모나스 세균들이 포자를 형성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이다.

포자를 형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 조금이라도 그 녀석들의 비위를 건드리기만 하면 곧 바로 죽어버린다.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애지중지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길게는 2달 정도 살아 있다.

그래서 미생물을 연구하는 실험실에서는 그런 민감한 녀석들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다가 죽을 만할 때쯤이면 꺼내서 새로운 배지에 옮겨 원기를 회복시켜 주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미생물 계대배양이라고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바실러스 세균은 가끔 생각날 때쯤, 6개월에 한번 정도 새로운 배지로 옮겨 주면 잘 자란다. 미생물들도 활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살던 오래된 집도 청소해주고 새로운 먹이도 주어야 잘 자란다.

세균 중에 슈도모나스(Pseudomonas spp.) 종류가 있다. 특별한 세균은 아니고 흔히 토양이나 호수에서 쉽게 분리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인데 가끔 이 녀석들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하곤 한다. 바로 역병이나 탄저병 곰팡이와 같은 병원균들을 억제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토양에 잔류되어 있는 농약이나 유해한 물질을 분해하는 능력도 있다. 그래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작업에 응용되기도 한다.

농작물에 극심한 피해를 일으키는 역병이나 탄저균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난 세균을 발견하여 앞으로 병원균을 억제하는 생물제제를 만들어 떼돈을 벌 생각을 하며 가슴이 몹시나 설레었던 적이 있었다.

그동안의 연구소에서의 고생이 비로소 빛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슈도모나스 세균을 배양해서 제품화를 진행하다 보면 좀 전의 생각이 일장춘몽(一場春夢)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은 포자를 만들지 못하므로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상품화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좋은 미생물이라도 소비자가 사용하기 번거롭고 어려우면 사장되기 마련이므로 연구소에서 효과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이 없다. 현재로서는 농민들이 효능이 입증된 슈도모나스 세균을 직접 배양해서 사용하는 수밖에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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