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쉽게 배양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이 10배 자라는 동안 혹시라도 우리가 배양해내지 못한 미생물들도 10배가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자란 미생물 중에 우리에게 치명적인 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병원균이나 독소가 있을 수 있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2012년판 한국고용정부원의 한국직업사전을 보면 우리나라의 직업수는 1만1655개라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데 아이디어 중개업이나 파티를 기획해주는 직업 등 새롭고 희한한 직업들도 많다. 그러나 직업이라는 것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데 올해에 소멸될 직업군은 TV브라운관 제조기술자, 비디오테이프 검사원, 타자기 조립기술자, 전화교환원 등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하여 온갖 다양한 직업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미생물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오늘은 특이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은 어떤 종류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Pseudomonas syringae -얼음 결정을 유도하는 희한한 녀석 일반적으로 물은 0℃에서 얼음으로 변한다. 식물체 내에 있는 물도 0℃이하로 떨어지면 세포내 수분이 얼어 냉해피해를 받게 된다. 얼음이 얼게 되면 얼음 결정이 세포내로 침투하면서 고체화되는데 미생물 중에는 잘 얼도록 얼음 결정을 유도하는 녀석이 있다. 바로 Pseudomonas syringae라는 녀석이다. 주사기를 영어로 syringe라고 하니까 아마도 주사기 같이 날카로운 얼음 결정(빙핵)을 만든다고 하여 이름을 그렇게 지은 듯하다. 어쨌든 이 녀석은 주위를 온통 결빙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녀석이 분비해내는 단백질 중에서 주위를 얼음으로 만들게 하는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식물잎에 서식하면서 잎사귀 표면을 얼게 하는 단백질을 분비해내면 잎사귀 표면이 얼면서 식물 세포가 파괴된다. 이렇게 냉해를 받아 파괴된 세포 속으로 침투하거나, 와해된 세포에서 유출되는 물질들을 먹고사는 참 희한한 녀석이다. 식물 병원성 미생물들은 주로 세포벽이나 세포막을 파괴하는 효소를 분비하여 식물 세포 속으로 침투하여 먹고사는 것과는 다르게 세포를 얼음화시켜서 먹고사는 녀석이다. 농작물에 이런 녀석들이 많으면 당연히 안 좋을 것이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희한한 미생물들을 활용하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다. 대장균, 미생물 실험실에서 다양한 용도로 배양 남극대륙이나 구름속에도 이러한 미생물들이 발견되는데 아마도 구름 속에서 수증기를 눈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 오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 사막의 지표나 하늘에서는 이러한 미생물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데 아무래도 특정 지역의 강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도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강수량을 Pseudomonas syringae 와 같은 미생물의 존재여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판단을 하는데 이러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들을 지표미생물(indicator microorganism)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지표미생물은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엄밀히 따지면 36℃에서 2일 이내에 젖당을 발효시킬 수 있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 그램음성균을 통칭하여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E. coli가 대표적이다. 대장균은 인체에 질병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우리 사람의 대장에 서식하고 있어서 이름도 대장균이라 하는데 특정 시료가 분변으로 오염되어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미생물로 이용된다. 다른 미생물에 비해 배양하기가 용이하고 비병원성이라 미생물 실험실에서 다양한 용도로 배양된다. 그런데 간혹 요즘같은 여름철 TV나 신문을 보면 식품에서 대장균이 기준치보다 몇 배 더 검출되어 문제가 되는 기사들이 가끔 우리 눈길을 끄는데 무해한 대장균이 검출된 것이 뭐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 식품 업체에 영업정지나 판매금지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게 되는 것일까? 미생물을 분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 연구소는 미생물을 분석할 때 미생물 영양 배지를 만들어 분석하는데 이렇게 분석되는 미생물의 숫자는 실제 존재하는 미생물의 0.5~5% 정도밖에 배양해 내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분석한 미생물이 절대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대장균은 우리가 어렵지 않게 분리해 낼 수 있는 미생물군에 속해 있는데 대장균이 기준치를 넘어 10배가 분석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미생물 번식에 좋은 조건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의 위험성까지 경고 우리나라는 먹는 물에 대한 세균의 적합한 숫자를 100마리로 제한해 놓고 있다. 만약에 먹는 물이나 식품에 있는 대장균을 분석해 보니 기준치인 100마리보다 10배 많은 미생물이 분석이 되었다는 것은 그 동안 이 식품이 미생물 발생의 호조건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손쉽게 배양해 낼 수 있는 미생물이 10배 자라는 동안 혹시라도 우리가 배양해내지 못한 미생물들도 10배가 자랄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렇게 자란 미생물 중에 우리에게 치명적인 병을 발생시킬 수 있는 병원균이나 독소가 있을지도 몰라서 식용으로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대장균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대장균은 다른 미생물들을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척도 미생물인 것이다.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미생물의 세계에서 각각의 미생물들은 맡겨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미생물도 한편에서는 환경 미생물로 응용되는 것을 보면서 미생물의 양면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