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가 되었든 고무통이 되었든 모두가 미생물의 발효통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선내장이나 부산물 그리고 당밀, 흑설탕 등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 미생물 종균을 투입하면 발효 속도가 더욱 빨라지지만 종균이 투입 안 되어도 발효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발효통 안에서 다양한 미생물들이 각기 제가 잘났다고 모두들 나서서 발효의 주역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 안간힘들을 쓰겠지만 그때그때의 발효통내의 환경에 가장 잘 맞는 미생물이 우점을 하게 될 것이다. 숨 죽인 체 자기의 때를 기다려 그렇다고 한 가지 미생물이 계속 우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발효통안의 환경이 위치와 외부 조건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한 항아리(발효통)안에서 서로의 역할을 수행하다 조건이 안 맞으면 조용히 수그러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다만 환경 조건이 안 맞아 숨 죽인 체 자기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며 한 쪽 구석에서 조용히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듯 발효라는 것은 다양한 미생물들이 서로 협조 및 견제 하에 재료로 들어온 생선내장, 식물 열매 또는 쌀겨와 같은 유기물을 분해해 내는 것이다. 항아리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물을 채워 온도를 맞추어 주면 3-4일내에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어 표면에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표면에는 하얀 효모층이 형성되어 막을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항아리에서 유기물을 발효시킬 때 공기와 접촉이 훨씬 수월한 윗부분인 표면에는 호기성 미생물들이 왕성하게 자라 유기산을 만들고 있다. 바로 그 아래층, 공기는 없지만 빛이 들어오는 곳에는 광합성 세균이 자라고, 밑바닥 깊은 곳에는 유산균과 같은 공기가 없어야 잘 자라는 미생물들이 혐기적 조건에서 열심히 젖산과 같은 물질들을 만들며 자라고 있을 것이다. 굳이 공기 공급을 위해 공기공급기를 설치할 필요도 없다. 가끔씩 밑에 가라앉은 재료를 섞어주기 위해 저어주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효소를 분비해 분해하는 미생물 발효가 진행되면서 산도가 떨어지면 이제까지 활동하던 미생물들은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그때부터는 산성에서도 잘 활동할 수 있는 미생물들이 새롭게 등장하여 발효를 지속시켜 나간다. 그러다 미생물들이 견디기 어려운 조건이 되면 발효가 완료가 되는 것이다. 발효는 미생물의 활동이므로 미생물이 활동을 중지하면 발효도 끝나는 것이다. 미생물들은 자기 역할만 충실히 할 뿐 자기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자기가 하겠다고 들이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미생물은 자기 분수를 잘 알고 질서를 잘 지킬 줄 아는 창조물이다. 농촌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축산 분뇨 처리 시설에서 발효 미생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위와 같이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한 미생물들이 역할을 할 것이다. 먼저 축산 분뇨 중에 포함되어 있을 항생제와 같이 분해하기 어려운 난 분해성 물질들을 방선균이나 녹농균(슈도모나스)과 같은 미생물들이 효소를 분비하여 분해할 것이다. 그 후에 다른 미생물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유기산이나 알코올로 변환을 시키면 또 다른 미생물군이 나타나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CO2)와 수소(H2)를 만들 것이다. 혹시라도 그 속에 메탄생성균이라도 있으면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메탄(CH4)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때 생성된 메탄은 연료로 대체 사용될 수 있다. 이렇게 미생물 중에는 분해하기 어려운 난 분해성 물질들을 부작용 없이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물론 실제적인 활동은 미생물이 분비하는 효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생물학적 토양복원(Bio-remediation)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릿호와 해상 크레인 사이의 충돌로 인하여 사상 유례가 없는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난 적이 있다. 그 때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합심하여 재난지역에 가서 봉사활동을 펼치며 복구활동에 전념하여 지금은 예전과 같이 깨끗한 바다로 회복시켰다. 그때 우리 대한민국은 정말 자랑스러운 나라인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시커먼 기름으로 오염된 바다와 해안가 바위를 일일이 걸레로 닦아내어 고통을 분담하려는 그 수고와 마음씀씀이가 서로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바위에 묻은 기름을 걸레로 열심히 닦아 내고 있었을 때 사실은 미생물들도 바다속, 땅속 또는 바위 밑에서 소리 없이 그러나 부지런히 기름을 분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생물을 이용하여 주유소나 화학물질로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연구들도 활발히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작용을 생물학적 토양복원(Bio-remediation)이라고 한다. 이렇게 자연의 충실한 청소부인 미생물들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