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공용 토마토 재배

경북 상주에서는 지금 토마토가 붉게 익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그 모양이 다소 낯설다. 우리가 흔히 먹는 일반적인 생식용 토마토처럼 동그랗지 않고 큰 대추토마토처럼 계란형으로 생긴 것이 특이하다. 국내에서는 수입 통조림으로나 만나볼 수 있는 플럼토마토의 일종인 살라데테(saladette)라고 하는 아시아종묘의 가공용 토마토 히어로(HERO)120이다. 토마토소스나 페이스트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이 품종이 국내 농가에서 재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히어로(HERO)120은 주로 인도를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수출되는 품종이다. 이러한 가공용 토마토를 상주에서 재배하게 된 계기는 토리식품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경북 상주에 자리한 토리식품은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몇몇 향신료를 제외하고는 무농약 이상의 친환경 국내산 농산물을 고집하며, 이를 가공해 토마토케첩‧스위트콘‧건강죽 등을 만드는 기업이다. 토리식품의 김영태 대표는 “히어로(HERO)120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9년의 일입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가공용 플럼토마토를 알게 되었습니다. 수입품을 구매해 토마토케첩 가공용으로 실험을 해보았는데 결과가 매우 좋았죠. 국내에서 플럼토마토 씨앗을 찾고자 아시아종묘 경북지점에 문의했고 수출용인 히어로(HERO)120을 소개받았습니다. 곧바로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아시아종묘 생명공학육종연구소로 달려가 직접 눈으로 품종이 자라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2020년에 시험 재배를 해봤습니다. 첫 재배인 데다가 재배방법이 일반 생식용 토마토와 달라 결과가 성공적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확물로 제품 가공 실험을 해보니 히어로(HERO)120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재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아시아종묘 생명공학육종연구소 가지과육종팀 안준형 연구원은 “히어로(HERO)120은 인도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수출용 품종이어서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노지에서 뜨거운 햇볕을 받아야 잘 자라고 열매를 맺습니다. 무한생장형인 일반적인 생식용 토마토와는 달리 유한생장형으로 고추나 가지처럼 자라는 것도 특징이죠. 곁가지가 많이 나오며 옆으로 많이 퍼지기 때문에 과실이 달리면 가지가 늘어지거나 꺾일 수 있기 때문에 가지마다 줄을 걸어 주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수확할 때도 손이 많이 간다. 일반 생식용 토마토의 경우 무게가 약 250g 나가는데, 히어로(HERO)120은 100~130g 정도로 과실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기존 토마토 대비 2~3배를 더 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리식품이 지난해 시험 재배를 해본 결과 재배 시 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공에 들어가면 그 번거로움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이 있었다. 히어로(HERO)120의 과실 크기는 작지만 일반 생식용 토마토에 비해 젤리 형태의 씨방 부분이 작고 과육 부분이 많다. 때문에 기존에는 4분의 1로 농축해야 했다면, 히어로(HERO)120의 경우는 3분의 1로 농축해도 충분해 가공에 필요한 시간과 연료가 줄어들었다. 점도가 높아 가공비가 절감되는 것이다. 또한 붉은 빛깔이 훨씬 선명해 식욕을 돋우며, 갈아 놓으면 매우 부드러워 식감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실험 재배 결과를 통해 히어로(HERO)120의 가능성을 확인한 토리식품은 올해 본격적인 재배에 돌입했다. 현재 약 300평 크기의 비닐하우스 40동에서 재배하고 있으며, 이는 토리식품이 재배하던 기존 생식용 토마토의 70% 수준이다. 올해는 히어로(HERO)120과 기존 토마토를 혼합해 색감과 맛이 더 뛰어난 토마토케첩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한편 토마토에는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 등 몸에 좋은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생으로 먹는 것보다는 익혀서 먹을 때 체내 흡수가 더 잘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종묘 도시농업팀은 굽거나 찌는 등 익혀 먹는 토마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신누리마루, 누리마루2호 등 키 작은 텃밭용 토마토 품종들을 출시해 도시 인근 텃밭 농가들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