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적폐청산을 정조준했다. 정부 스스로가 태생을 ‘촛불혁명’으로 규정지으며 비리와 부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식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접한 농업계에서는 업계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비리와 불합리한 관행이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이번 국정과제에서 농업분야는 3개 과제에 불과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외면 받는 산업으로 평가절하 됐던 행태가 반복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농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영위하기 위한 큰 그림은 그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분야…
소득안정·복지에 ‘방점’
정부의 농업분야 구상은 우선 농민들의 소득안정과 복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농업분야 국정과제 중 첫 번째는 ‘누구나 살고 싶은 복지 농산어촌’으로 교통·의료 등 농산어촌 생활 인프라 확충과 농촌의 부존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및 국민 휴식공간 조성을 목표로 한다.
2018년부터 군 지역 100원 택시 등 농어촌형 교통모델을 확대하고 2021년부터 여성 농어업인을 대상으로 특화 건강검진을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농업 활동 기반 6차산업 고도화 및 사회적경제 모델을 정립한다.
두 번째는 ‘농어업인 소득안전망의 촘촘한 확충’이다. 쌀 수급균형 달성 및 쌀값 안정, 자연재해로 인한 농어업 피해 보전 및 복구 지원, 직접지불제를 단계적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목표다. 주요 내용으로는 농산물 수급 안정을 위해 쌀은 시장격리하고 사료용 벼로 전환 등 선제적 수확기 수급안정 방안 시행,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5만ha 생산조정제 한시 도입, 2018년 친환경농업직불 단가 인상과 더불어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해지원 강화 등이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농식품 산업 기반 조성’이다. 환경친화적이고 스마트한 농식품산업 확산 및 먹거리 종합계획 수립과 농업·농촌 특별위원회, 농어업회의소 등 협치·참여 행정 확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2018년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를 도입하고 귀농·귀촌 임대주택단지 조성 등 영농창업 초기 생활안정·정착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환경친화형 농축산업을 위해서는 2022년까지 6차산업형 친환경농업지구 100개소 조성 등 친환경·동물복지 농축산업 확산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2022년까지 스마트팜 시설원예 7000ha, 축산 5000호 보급 및 관련 R&D 투자를 확대한다.
“농정과제, 공약보다 후퇴”,
농업계 아쉬움 드러내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농업분야 국정과제에 대해 “선거공약마저 칼질됐다. 국정과제를 폐기하고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대선후보 시절 제일 먼저 내세운 공약인 쌀 목표가격 인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고, 농산물 가격보장 정책이 하나도 없다는 것. 무엇보다 국정과제 수행에 필요한 178조의 비용 가운데 농업분야는 1조 1000억원으로 0.5%에 불과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역시 성명을 내고 농업분야 국정과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쌀 생산조정제 도입, 공익형직불제 개편,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제 도입, 국가 및 지역단위 푸드플랜 수립,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설치 추진 등 한농연이 제시한 핵심 농정공약이 반영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농업·농촌의 다원적·공익적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정부·국민·농업인간 ‘상호준수협약’의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농업계 비리·부적절한 관행
수술대 오를 듯
정부의 이번 국정과제 발표의 가늠쇠는 산업 곳곳에 배어있는 비리와 부패를 향했다.
독립적인 반부패 문제를 총괄하는 ‘국가청렴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령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
이에 따라 농업계 내부에서도 근본적인 자성과 성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농업계는 그동안 고위공직자와 농업 관계기관이 비리혐의로 고소·고발되거나 관피아(관료 전관예우) 등 업계에 똬리를 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2013년 반부패 신고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비리와 부패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문제인 정부 들어 이른바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농업 관계기관의 부적절한 관행과 비리가 본격적인 수술대에 오를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농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척결을 제1순위로 국정과제에 담은 만큼 농업계가 풀어야 할 우선순위도 적폐를 척결하면서 그동안의 오명을 씻어야 할 것”이라면서 “관료들의 청렴도를 높이고 무능력한 농업기관을 효율화하는 등 농업계의 치부부터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