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는 농작물 재배를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필수적인 양분이다. 우리나라의 질소수지는 228kg/ha이며, 질소비료의 사용량은 연간 21만6천톤이다(농림축산식품부, 2017). 특히 화학비료 사용량은 313.2 kg/ha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다.
농업분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연간 316,299톤 배출되며, 비료를 사용하는 농경지에서는 18,799톤(5.94%)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농작물 재배를 위해 논과 밭에 살포하는 질소비료의 12∼18%가 암모니아(NH3) 기체로 대기에 배출된다. 이는 질소양분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결국 농업인이 비용을 치르고 구입한 질소비료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암모니아는 국가가 관리하는 9대 대기오염물질 중 하나로 공기 중에서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과 반응해 초미세먼지 (PM2.5)를 생성하는 촉매 작용을 한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농업부문의 감축목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현재의 질소비료 사용량의 23%인 34kg/ha(현재 149kg/ha → 2030년 115kg/ha)를 줄여야 한다.
농작물 수량을 줄이지 않고 질소비료 사용을 줄일 수 있는가?!
온실가스 중 질소성 기체의 배출량은 농경지의 질소비료 사용량과 비례관계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질소비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탄소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이다. 반면에 농작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효과 빠른 질소비료가 필수적인데 ‘생산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질소비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현재 영농현장에서는 비료를 토양 표면에 살포한 후 로터리 작업 등으로 토양과 혼합해 주는 방식으로 비료를 살포하고 있으나 이 방식은 암모니아가 배출되고 질소 흡수율이 낮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토양 속에 비료를 주입하는 심층시비(Fertilizer Deep Placement)는 암모니아의 배출을 억제하고 농작물의 질소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에서는 심층시비를 이용해 질소비료 사용량 절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평가과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벼를 이용한 유리온실내 포트실험과 논 시험포장에서 심층시비에 따른 암모니아 가스 배출억제 및 질소비료 사용량 절감에 대한 벼 재배실험을 수행했다.
심층시비, 포트실험 및 논 포장실험… 시범보급 위한 현장 실증연구 수행 중
유리온실 내 포트실험 결과, 심층시비로 기비만 처리할 경우 이삭수 증가로 벼 생산량은 7% 증가했다. 또한 기비를 심층시비하고 줄기거름과 이삭거름을 표면살포 하면 16% 증가, 심층시비로 기비, 줄기거름, 이삭거름의 양을 합해 기비로 투입시 21% 증가하는 경향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2022년 경기도 화성시에서 논 포장실험을 수행한 결과, 기비로 심층시비하고 이삭거름만 처리하면 표면살포 방법 중 하나인 관행의 측조시비보다 벼 수량이 유의하게 14% 증가한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심층시비로 시비량을 조절하면 벼 생산량의 감소 없이 질소비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평가과 홍성창 박사는 “올해에는 시범보급을 위한 현장 실증연구를 수행 중이다”라며, “토양을 분석한 결과, 심층시비 처리는 표면살포보다 질산태질소의 함량이 논 토양에서 토심 10~30cm 깊이에 따라 90~94%, 밭 토양에서 24~4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질소비료가 산소와의 접촉이 줄어 질산화가 감소된 결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층시비(Whole Layer Fertilization) 이론에 의하면 산소가 희박하거나 없는 논 토양의 환원층에 질소비료를 주입하면 산화작용에 의한 질산화(Nitrification)를 방지하고 탈질작용 (Denitrification)을 억제해 질소성 기체인 산화질소(NO), 아산화질소(N2O), 질소(N2)의 배출을 줄인다.
전층시비는 환원층에만 질소비료를 주입할 수 없으므로 위층인 산화층에 비료를 살포하고 로터리작업 등으로 하층인 환원층까지 질소 비료가 섞여 들어가도록 하는 시비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산화층에도 비료가 섞여 있기 때문에 암모니아 배출 및 질소성분의 손실이 발생된다.
심층시비장치, 환원층에 질소비료 직접 주입
농촌진흥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원층에 직접 질소비료를 주입할 수 있도록 새롭게 심층시비장치를 개발했다. 심층시비는 토양 표면에 살포하던 질소질 비료를 토양 속 25∼30cm에 주입하는 것이다. 시비량은 표준시비량에 준하며 NPK 삼요소 기비를 토양 속에 주입한다.
심층시비로 벼 9%, 콩 23%, 배추 24%, 보리 27%, 마늘과 양파의 생산량이 55% 증가했으며, 이는 암모니아 배출억제로 질소성분의 손실이 방지되고 질소흡수가 증가되어 생육이 촉진되고 생산량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심층시비로 암모니아는 보리 재배시 관행 표면살포의 배출량이 5.9kg·NH3/ha이던 것에 반해 배출이 없었다. 또한 질소성분의 흡수율이 높아 질소비료 웃거름을 생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벼 재배시 이삭거름을 생략하면 질소비료를 22∼25% 절감할 수 있으며 (N 9kg/10a 기준 22%, 11kg/10a 기준 25%), 마늘과 양파 재배시 생육재생기에 살포하는 웃거름 3회 중 1회를 생략하면 질소비료를 21%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창 박사는 “심층시비를 통해 주요 작물 재배의 웃거름을 생략하거나 줄임으로써 질소비료의 사용량을 21∼25%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결론적으로, 작물 재배시 심층시비를 하면 생산량의 감소 없이 질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심층시비장치를 이용한 심층시비 농법은 농업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새로운 기술로 유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1일 전북 완주군 조사료용 옥수수 시험포장에서 심층시비장치 이용기술 현장연시회 개최>
심층시비장치 이용기술 현장연시회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 1일 전북 완주군의 조사료용 옥수수 시험포장에서 심층시비장치 이용기술 현장연시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시회에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의 작목연구자 및 기술지원과 업무 담당자와 시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진행은 먼저 심층시비에 대한 효과 설명과 새롭게 개발한 심층시비장치 작동 시연을 한 후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 청취와 이용 전망 등에 대한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됐다.
참석자 의견을 요약하면, ▲농경지는 지역별로 지형, 토양특성 등이 상이하므로 이용기술을 상세히 정립하고 심층시비장치의 성능개선 및 대형화가 필요하다. ▲심층시비를 할 경우 유기물이 많은 토양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고 작물재배로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기도 하므로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 및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단그라스와 옥수수 등 다비성인 사료작물의 재배에 도움이 되고 웃거름을 생략할 수 있어 비료살포 노동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특히 질소비료 사용을 줄이는 저탄소 농업기술 확대를 위해 시범보급사업을 통한 농업현장에 시범보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홍성창 박사는 “연시회의 다양하고 유익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올해 추진 중인 벼, 마늘, 양파를 이용한 현장 실증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이번 연시회에서 실시한 결과로 옥수수 생육 및 수량에 대한 현장평가회를 9월에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