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오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진실은 무엇인가? 오해의 원인과 결과, 진실을 밝혀 제초제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해명해야 하는데, 그 대상은 ‘농약 독성과 작물보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 ‘농약이나 작물보호에 무관심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렵다. ‘제초제는 고독성 또는 맹독성이다’라는 오해는 다음 3개의 개념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첫째, 비선택성 제초제인 그라목손(paraquat)을 고엽제(Agent Orange)와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둘째, ‘독성’ 개념을 "인축독성"에 한정하지 않고, 단순히 용어로서 식물, 곤충, 미소동물(微小動物), 미생물 등 모든 생물에 대한 독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셋째, ‘제초제’에는 몇 종의 경엽처리용 제초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토양처리용 제초제가 널리 사용되고 있음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인식에서 오는 오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결국 1) 그라목손은 고독성이다. 2) 그라목손은 제초제다. 3) 고로, ‘모든 제초제는 고독성이다’라는 모순논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대(大) 전제(前提)와 소(小) 전제(前提) 모두가 맞지 않은 삼단논법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속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순논리가 ‘제초제는 모든 생물에 영향을 주는 고독성 물질’이므로, ‘토양을 죽이고, 환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따라서 ‘토양에 사용할 수 없는 농약이다’까지 비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제초제는 결코 고독성이 아니다’를 한마디로 증명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급성독성(경구)으로 간단히 비교해보는 것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살균제, 살충제, 제초제 1종씩, 제초제 그라목손, 고엽제 함유 다이옥신, 대표적인 의약품인 아스피린, 필수 조미료인 소금 등 7종을 반수치사약량 [LD50 (mg/kg, rat)]*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1)살균제 베노밀(benomyl); 1만mg 2)조미료 소금(sodium chloride); 4000mg 3)제초제 뷰타클로르(butachlor, 마세트); 2000mg 4)의약품 아스피린(aspirin); 1,100mg 5)제초제 패러쾃 디클로라이드(paraquat, 그라목손); 104mg 6)살충제 카보퓨란(cabofuran, 후라단); 8∼15mg 7)고엽제 함유 다이옥신(dioxin); 0.001mg 고엽제에 함유된 다이옥신의 독성은 논에 사용하는 제초제 마세트의 200만배, 그라목손의 10만배나 높다. 다이옥신은 분명 맹독성임을 알 수 있다. 또, 대표적인 농약 3종을 비교해 보면, 제초제 마세트는 살균제 베노밀에 비해서는 높다(5배). 그러나 살충제 후라단에 비해서는 낮다(1/200배). 제초제가 가장 높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바꾸어진다. 마세트는 소금에 비해서는 높지만(2배), 아스피린에 비해서는 낮다(1/2배). 이 또한 오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날 정도다. 노출정도 낮으면 덜 위험하다 인식해야 독성이 높으면 위험도가 높은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노출 정도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호랑이는 분명 모기보다 무섭지만, 모기의 위험도가 훨씬 높다. 호랑이는 우리 안에 갇혀있기 때문에 사람을 해칠 기회가 적다. 개보다도 덜 위험하고, 모기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다. 농약도 마찬가지다. 농약의 고유 독성은 불변이지만 자동차나 모기와는 달리 노출(접촉)이 적다. 노출이 적어질수록 위험도는 낮아진다. 토양에 처리된 제초제는 어떻게 되는가? 그대로 있지 않고 분해된다고 보면 된다. 토양에 떨어지면 곧바로 환경에 의해 물리적 또는 화학적으로 먼저 분해되고, 나머지도 결국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대개는 미생물의 탄소원이 된다. 친환경농업에서 제초제를 전혀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것도 독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다. 제초제는 사용기술상 어쩔 수 없다. 즉 살균제, 살충제처럼 사용량을 줄일 수도 없고, 사용시기를 앞당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독성이 강해서 그렇게 규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초제를 쉽게 다루어야 할 물질은 아니다. 분명 주의해서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농약이나 다른 물질에 비해 독성이 아주 높은 것도 아니고,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영농에서 꼭 필요한 제초제의 정확한 지식을 알고 올바르게 사용하여 제초제의 누명을 벗겨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사용자인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 언론 매체 등 모두가 포함된다. *반수치사약량(lethal dose, LD50) : 약물을 실험동물(쥐)에 투여했을 때 실험동물의 반수 즉 50%를 죽이는데 필요한 약량으로서, 그 단위는 생체 중(kg)당 약량(mg)으로 표시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