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달째인가. 농민들과 공무원 들은 지쳐만 가고 있다. 구제역은 이제 국가 대 재앙의 수준으로 문제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동해안을 중심으로 한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폭설로 시설농가들까지 생산기반의 파괴에 괴로워하고 있다. 한마디로 넋을 잃어버릴 상황이다. 구제역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다. 2월 21일 현재 10개시도 73개 시군에서 구제역 가축 약 340만두가 매몰되었다. 구제역 발생과 이에 대응한 각종 대책시행에 따른 정부와 농가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2조원에 육박한다. 관련업계의 피해까지를 포함하면 그 피해액은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표면에 나타난 경제적인 손실이다. 당장 매몰지에서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침출수가 6000만ℓ가 넘는데 이는 8ton 탱크로리 7600대 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 침출수를 안전하게 처리하려면 그 비용 역시 예상하기 어렵다. 국가 전체가 지하수오염을 걱정하고 있다. 외형적인 피해만이 아니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예정되어있던 각종 모임, 행사와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특히 겨울축제와 봄축제는 지역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데 이러한 행사들이 지금도 연이어서 취소되고 있다. 사회의 활력이 줄어들고 있다. 구제역 농가는 무슨 죄인이라도 된 양 정신적으로 힘든 압박감 속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이 이동 자체를 두려워하다보니 개인들의 애경사도 제대로 치루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사람의 왕래조차 없어지니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 것인지. 확대되고 있는 주민, 지역 간 불신의 늪은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될 텐데 그로인한 비용은 추산이나 가능한지. 국민들의 축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 개선에 얼마의 노력이 필요할지 걱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설익은 지식으로 엉뚱한 소리들을 하여 힘들게 국가적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들의 어깨를 누르고 허탈하게 한다. 한마디로 어렵고 고통스럽다. 아무리 힘들고 절망으로 다가오더라도, 이러한 구제역 역경이 우리만의 경우는 아니라는, 그래서 이 위기를 잘 극복하면 발전적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 2001년 2월에 영국에서도 구제역이 창궐하여 660만 마리 이상의 우제류가 살처분 매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 영국은 백신 미사용 청정국이다. 일본도 2010년 3월에 구제역이 발생하였다. 일부 백신을 사용했으나 올해에는 백신미사용 청정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백신을 사용하고도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우루과이도 2001년 구제역이 발생했었다. 모두가 어렵고 고통스러운 수습책이었지만 국민 모두 합심하여 극복한 결과이다. 물론 자주 거론되는 대만의 경우도 있다. 1997년 대규모 구제역이 발생했고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9년 구제역이 재발하였다. 대만 정부는 부득불 전국 백신접종을 하여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확보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대응하기에 따라 희망적인,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렵지만 지금 우리는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하고 긍정적이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가장 먼저 우리는 현재의 방역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면서 아직도 뿌리가 남아있을 구제역 발생을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좁은 틈새로 스미는 방심으로 또다시 대규모 가축매몰을 불러오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전국 4000여 장소에 매몰되어있는 가축으로부터의 환경재해를 막는 방안을 마련, 즉시 실행해야한다.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표출되고 있는데, 그 정도가 심상치 않다. 안전성이 담보된 표준화 시설과 방법을 조속히 마련해서 대응해야한다. 자칫 늦으면 제2의 구제역과 같은 재난이 올 수 있다. 세 번째 이번 사태의 원인과 결과를 과학적으로 철저하게 규명한 다음 그것을 기반으로 구제역발생과 대응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매뉴얼을 개발해야한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혹 발생하더라고 초기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완벽한 대응시스템을 개발해 놓아야 안심할 수 있다. 네 번째 차제에 축산업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생산규모에서 관리제도 까지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평가와 미래대안을 마련해야한다. 대충 덮어놓고 나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안타깝도록 심화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노력을 정부와 축산 농민들, 관련자 모두가 경주해야한다. 너와 나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공동의식으로 대처해 나가다보면 분명 밝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하다보면 오히려 한 단계 높은 사회문제해결과 갈등해소의 단계로 접어들 것으로 믿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사람과 자동차 등의 이동제한으로 영농자재의 수급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농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 쉽게 원상으로 뒤돌아 가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고 조금씩 서로 격려하면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우리 모두 동참한다면 이번의 구제역은 전화위복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