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9.3℃
  • 맑음강릉 33.1℃
  • 구름많음서울 29.7℃
  • 구름조금대전 30.6℃
  • 구름조금대구 30.8℃
  • 맑음울산 31.3℃
  • 구름조금광주 30.5℃
  • 맑음부산 31.2℃
  • 맑음고창 31.0℃
  • 맑음제주 31.5℃
  • 구름많음강화 28.8℃
  • 구름조금보은 27.9℃
  • 맑음금산 29.4℃
  • 구름조금강진군 30.8℃
  • 맑음경주시 31.7℃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신묘년(辛卯年) 세초 바람

 
“한국 농자재상인을 미국의 농자재상과 일치시키려는 것은 발전의 출발이 아니다. 정책 역시 이름은 같을지언정 내용까지 같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나례(儺禮)와 농업정책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한다.”

섣달을 지내면서 19세기 초반에 자취를 감춘, 오랜 전통의 세밑 풍속 하나를 재생하고 싶었다. 이름조차 생경한 것은 오늘날 이러한 풍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록 주술적이라고는 하나 구귀축역(驅鬼逐疫)하는 의례인 “나례(儺禮)”를 오늘에 환생시키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만큼 뭔가를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푸닥거리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나례를 하고, 그 효험이 우리나라 전역에 퍼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 모두의 바람이 이뤄진다면 그깟 푸닥거리가 대수이겠는가. 귀신을 쫓고 모든 역병을 몰아내는 바램을 실은 푸닥거리라도 해서 온갖 사악함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있다면 열 번인들 왜 하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새해에는 우리 농업과 농업을 지원하는 농자재산업 모든 종사자들이 행복해진다면 고전을 뒤져서라도 멋들어진 대나(大儺)를 준비하고 행하고 싶었다.

천지(天地)는 생명의 근원이라곤 한다. 천지는 다른 말로 자연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은 곧 우리 모든 생명의 출발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앞뒤 순서를 굳이 따지자면 우리네 사람보다 자연의 창조가 앞선다. 그 자연이, 생명을 잉태하고 있는 자연이, 오래 전부터 괴로워하고 있다. 자연을 섬기면서 그 속에서 자연과 화합하면서, 자연과의 조화 속에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야 평화로 울 터인데 자연이 신음하고 있음을 보니 부조화가 적지 않게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사기(史記)」, 예서(禮書) 편에 보면, 예(禮)라는 것은 욕망으로 인해 재물에 다함이 없고 또한 재물로 하여금 욕망에 의해서 고갈됨이 없도록 양자를 상호 보완하는 데서 생긴다고 하였다. 이 말을 현재 아파하고 있는 자연과 연계해 보면, 우리가 예(禮)를 저버렸기 때문 자연의 훼손과 고갈로 인한 다양한 현재의 문제, 어려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과도한, 조화를 넘어선 욕심이 화(禍)의 근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의 욕심이 언제나 화를 가져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복(福)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지향해온 발전과 성장을 끌어가는 근저에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발전된 모습은 욕망을 채우려 몸부림해온 결과라고 한다면 그리 틀린 답이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욕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매도할 수는 없다. 단지 욕망을 채우는 데 필요한 자원의 상황과 분포(자연), 보유 사람들 간의 불균형(차이)을 보살피지 않은 욕망의 일방적 폭주가 문제의 근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함께 그로 인한 다양한 문제, FTA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대립, 점차 고갈되어가는 자원을 둘러싼 갈등과 전쟁, 매년 반복되면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구제역과 AI발생, 대형 마트의 초특가 피자와 치킨 판매, 계층 간 이해 대립 등 이 모두는 결국 일방적이면서 무절제 된 욕망의 질주 속에 사람들이 부화뇌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농업문제의 출발 역시 사람들의 기초적인 생존욕구에 기반을 둔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농산물 취득을 둘러싼 갈등이 사람 간, 사회와 나라 간에 있어왔다. 누구든지, 어느 조직이든지 자기에게 필요한 농산물을 용이하게 확보하려는 욕망이 있고 이것은 상호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 간의 이해관계를 자연에 부드럽게 조응시키는 것, 힘의 논리에 의한 일방적 욕망 강요에 균형감을 잡아주는 것이 어쩌면 바로 협상을 포함한 정책(제도)일 것이다.

욕망에 대한 어느 정도의 규제가 없을 경우 그 결과는 공멸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위해 다양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실행된다. 이것이 정책이다. 정책의 지향지표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하는 것임에 부정의 소지는 적다. 미국의 정책과 일본의 정책, 우리의 정책이 다른 것은 아마도 보유한 자원과 처해진 상황, 사람들의 가치관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정책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자꾸 정책의 획일화, 세계화가 강화되고 있어 그로인한 갈등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지금의 흐림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이다.

차별화를 인정하는 것은 진정한 발전의 출발이라는 생각을 세모에 가져본다. 나례(儺禮)를 해도 그 방법과 염원하는 내용이 다를 수 있다. 어느 사람은 건강을, 어느 사람은 대학진학을. 따라서 무작정 농민을 도시민으로 표준화해서는, 한국 농자재상인을 미국의 농자재상과 일치시키려는 것은 발전의 출발이 아니다. 정책 역시 이름은 같을지언정 내용까지 같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나례(儺禮)와 농업정책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한다. 친구 따라 강남은 가되 느낌과 얻는 것은 다름이 당연함을 인정해야 한다. 당연히 다수결로만 농업정책의 호불호를 따질 수 없다. 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에게는 구국의 충신이지만 일본인들 입장에서는 다르다. 두 나라에서 동시에 민주주의식인 다수결로 이순신장군을 평가하면 어찌되겠는가. 어느 스님의 말씀에 머리가 어지럽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세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사람들의 바램이다. 섣달 그믐날쯤에는 좋지 않았던 모든 것을 몰아내고픈 심정에서 다양한 의식이 있어왔다. 이런 의례가 축소되어도 좋은 세상이 되려면 자연과 사람들 간의 욕망이 잘 조화되어야 한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균형과 질서가 잘 유지되어야 작금의 세계적인 환경문제도, 인구문제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조화는 차별화를 인정하면서부터 시작된다. 한국과 미국은 분명 다르다. 사람도 자연도 다르다. 따라서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경우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문제라고 인식하는 분야에 대한 동일한 대응 정책도 당연히 그 내용은 다를 것이다. 신묘년(辛卯年)이 시작되었다. 토끼띠 해이다. 수궁가에서 보이는 토끼의 담대한 지혜와 기지를 이어받아 모두가 평안한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포토뉴스




배너



기술/제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