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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명; 채소 값 폭등, 죄인; ?

 
죄명은 채소 값 폭등. 작년에 비해 수배가 올라버린 가격 앞에 전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배추가 금치가 되었다는 둥, 삼겹살로 상추를 싸서 먹는 꼴이라는 둥, 단군 이래 최대 채소 값 폭등이라는 둥 말도 많다. 예고하지 않은 가격폭등은 국민들의 식생활에 어려움을 가중하였다. 해외에서까지 보도가 되었다는 이 죄에 대해 정치, 언론인 가릴 것 없이 모두 일갈하고 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가격의 폭등에 아연실색이다. 죄가 있으면 분명 죄인이 있을 것이다.

채소 값 폭등이란 죄명을 뒤집어 써야 할 죄인은 누구인가. 사건이 발생했으니 분명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보에 따르면 기후변화, 4대강 유역정비로 인한 채소면적, 생산량 감소, 채소의 중간상인들로 추정된다.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정)책도 잠정적 죄인의 대상이다. 미리미리 이러한 사정을 예고하지 못한 관측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먼저 기후변화이다. 4월까지의 이상저온현상,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나날이었다. 8월에는 24일 동안 비가 왔다. ‘꿀통병’이 빈발하여 단위 면적당 수량의 40%가 감소했다고 한다. 태풍 곤파스와 말루에 의한 피해는 전국권이며 추석전후, 처서를 전후한 집중폭우와 습한 날씨는 결국 모든 농작물의 생산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절대면적의 감소와 단위 면적당 생산량의 감소는 채소의 공급부족으로 이어지고 시장에서의 가격폭등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이다. 시장 반입량이 줄어들면 가격의 상승은 당연하다. 미필적 고의의 수준에 버금하니 기후변화야말로 가장 중대한 주범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로 4대강 유역개발로 인한 채소면적의 감소, 생산량의 감소로 인해 채소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작금의 배추, 무는 고랭지 농산물이어서 4대강 유역의 채소와는 일단 거리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4대강개발에 관련된 채소재배면적은 3662ha로 전체 26만2995ha의 1.4%에 불과하여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둔치 이외지역의 재배면적을 고려하고 농산물 공급량 변화에 대한 가격의 변동률이 대단히 크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이 있다.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기에 전혀 무관하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세 번째로 채소의 유통을 담당하는 유통업자라는 일부의 지목이다. 작금의 상황은 생산 그 자체에 문제의 중심이 있기 때문에 유통업자에게 멍에를 씌우는 것은 무리인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고랭지 채소의 경우 산지유통량의 70~90%가 산지 수집상에 의해 포전거래된다는 사실을 들어서 이들이 가격과 물량을 조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그러나 채소파종 이후 판매와 시장에서의 위험부분을 농민들을 대신하여 이들이 부담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포전수매한 채소의 가격이 농민에게 지급한 가격보다 낮을 경우 이를 고스란히 유통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래서 여전히 포전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득과 실이 양존하니 일방적으로 범인이라 말하기 어렵다.

네 번째로 정부정책이다. 정책만 잘 했으면 이러한 채소값 폭등을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 아닌가하는 측면에서 정부정책이 부적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채소수급의 안정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농산물 산지와 소비지 유통개선사업, 농협을 통한 계약재배사업, 물류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시설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가격의 폭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 통제가 불가능한, 예측하기가 어려운 자연변화와 그로 인한 가격폭등을 전제한 상시적인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는 것은 어렵다. 만약 이러한 정책을 펼치게 되면 아마 일부에서는 낭비라고 힐난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이란 부분의 일정 과실을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부정확한 가격폭등 관측이다. 농작물은 단순히 비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바람 등에 영향을 받는다. 이 모든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들의 영향력을 정확히 예측해야 작황도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구입하고 운영하는 날씨를 예측하는 슈퍼컴퓨터도 단 몇 시간 이후의 기상예측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하는데, 하물며 며칠 아니 수주 후의 기상관측을 토대로 농산물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이 가당치나 한 일인지. 그럼에도 금번 채소가격 상승에 대해 상승 경향치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요로에 알렸다. 그런 점에서 정상참작의 여지는 충분하다. 기상변수를 감안한 농산물 생산과 가격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앞으로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목되는 중요한 5개 추정범인의 소행을 자세히 살펴보자니 나름대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 많다. 고의성은 없다고 믿고 싶다. 기후변화로 인한 부적절한 자연환경이란 녀석은 기실 우리네들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현상들이 일어나고 그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등락은 있어왔다. 미래의 상황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려는 관측사업인들의 노력, 가격 등락의 폭을 줄이려는 정부의 정책 등도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수십년 동안 이어져온 포전거래를 혁파할 대안이 없다면 더 이상 논쟁의 에너지 소모대신 정책적으로 끌어안고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누구를, 무엇을 죄인으로 몰기가 어렵다.

채소값 폭등을 대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궁, 질책 등을 듣고 보면서 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의 마음과 정책에서 이 만큼 중요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든다. 중요하면 보호하고 양성하고, 투자하고 뭐 그리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한편으로 우리 농산물 가격이 과연 얼마나 값싼가를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한 가족이 1년 동안 먹는 쌀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서울 근교 골프 한번 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안된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당신의 생명이 담보된 쌀 가격이 이렇다. 차제에 우리 국민 모두 농업과 농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동시에 농민들은 이러한 국민들을 위해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노력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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