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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들녘엔 ‘저항성 피’가 무성하다”

[기획]산·학·관·연, 대책마련 ‘스타트 ‘KHRAC 구성도

 
- 전남농업기술원 쌀연구소에서 지난 7월30일 개최된 "제초제 저항성 관리대책 협의회"에 참석한 잡초관련 전문가들이 권오도 박사의 시험포장을 둘러보고 있다.
잡초 전문가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제초제 저항성 피’ 출현 때문이다.

지난해 김제, 부안, 서산, 연무 등지에서 논을 뒤덮었던 ‘강피’의 제초제 저항성 여부를 시험했던 박태선 연구관(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의 발표<본지 제31호(2009.9.16일자), 제44호(2010.4.16일자) 참조>에 이어 전남농업기술원의 권오도 박사와 김도순 서울대 교수도 최근 제초제 저항성 피 출현을 확신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전문가들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국잡초학회(회장 한성수 원광대학교 대학원장)를 중심으로 지난 7월 30일 전남도원 쌀연구소에서 개최된 ‘제초제 저항성 관리대책 협회회’에서도 관련전문가들은 저항성 피 출현에 대한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20여명의 잡초 관련 전문가들은 이날 “전국 곳곳에서 제초제 저항성 피가 출현하고 있다”며 “산․학․관․연․민이 ‘HRAC’(Herbicide Resistance Action Committee, 제초제 저항성 잡초 연구회) 구성을 통해 저항성 피 발생예방 및 방제를 위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잡초의 경우 병해충과는 달리 수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저항성 매카니즘 등의 원인 규명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정부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농촌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직파면적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도 잡초 문제가 해결될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페녹시계 제초제 연용이 ‘저항성 피’ 발생원인
사실 잡초전문가들은 몇 해 전부터 제초제 저항성 피 출현을 경고해왔다. 1990년대 이후 농촌 노동력 감소와 단위 농가당 경지면적 확대로 벼 재배양식이 어린모기계이양에서 담수직파재배로 변화되면서 급격한 논제초제 사용량 증가에 따른 설포닐우레아계(SU계) 저항성 잡초는 1998년 물옥잠(충남 서산간척지)을 시작으로 이미 10초종이 발생해 전국적으로 확산 된지 오래며, 결국 지난해부터 관련전문가들이 우려해왔던 페녹시계 저항성 피 출현이 사실로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나라의 피 전용제초제 사용실태<표>를 보면 어린모기계이앙의 경우 써레질 직후 옥사디아존(론스타), 뷰타클로르(마세트300) 등의 이앙전처리제를 990㎡-300평당 400ℓ 약량으로 살포하고, 이앙후 10~15일(피 3엽기 이내)이 경과하기 전에 중기일발처리제(다년생잡초+피 전문약+SU계 저항성 전문약)를 뿌린다.

이후 피 5엽기 이내에 후기경엽처리제를 체계처리(매드시, 피안커, 크린처, 살초대첩, 피자바 등)하면 수확기까지 피 걱정은 없었다. 간혹 처리시기를 놓쳐 피가 분얼하더라도 약량을 2배로 늘려 살포하면 피를 잡을 수 있었다.

이에 반해 담수직파재배 논에서는 볍씨발아 시 약해를 우려해 파종전 처리제의 약량을 기계이앙벼(990㎡-300평당 200ℓ)보다 반으로 줄여 3~4회 살포해도 제초효과가 다소 미흡하게 나타난다.

이후 기계이앙과 마찬가지로 피 3엽기 이내에 중기일발처리제와 5엽기 이내 후기경엽처리제를 살포하는 동일한 방식으로 최근 10여 년 동안 피를 방제해 왔다. 이처럼 동일한 재배지에서 동일계통의 제초제를 다년간 사용하다 보니 지난해부터 전국 곳곳에서 페녹시계 교호저항성 피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SU계 저항성 잡초는 이미 ‘전국재패’
피 이외의 논제초제 저항성 잡초는 어떠한가? 우라나라 논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저항성 잡초들은 모두 SU계 제초제의 저항성이다.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박태선 연구관에 따르면 SU계 제초제들이 해마다 계속 사용될 경우 다른 계통의 제초제들에 비해 잡초들이 조기에 저항성 잡초로 변한다.
 
이는 SU계 제초제들이 지니고 있는 약효선택성과 지속성이 다른 계통의 제초제들보다 탁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U계 제초제들은 작물과 잡초 간에 선택성이 매우 탁월해 담수직파 및 어린모기계이앙 논에서 벼에 약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번 처리하면 40일 이상 잡초방제가 가능할 정도로 약효지속성이 길기 때문에 계속 연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되는 SU계 제초제들은 벤설퓨론, 피라조설퓨론, 아마조설퓨론, 시노설퓨론, 에톡시설퓨론, 아짐설퓨론 등이 있다. 이들 SU계 제초제들이 혼합된 제초제 품목(내노내, 손노리, 부자논, 포도대장, 두배논, 만천하, 암행어사, 만냥, 동반자, 풀박사, 노난매 등)들이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논에 등록․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저항성잡초를 잡지 못하는 SU계 혼합제들은 우리나라 등록 논 제초제 중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논에서는 1998년 서해안 간척지 논에서 물옥잠이 처음 SU계 저항성 잡초로 확인된 뒤 물달개비, 미국외풀, 올챙이고랭이, 마디꽃, 알방동사니, 올챙이자리까지 일년생 잡초 7초종과 새섬매자기, 올미, 쇠털골까지 다년생 잡초 3초종 등 총 10초종이 약 7만3000ha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제초제 저항성 잡초들의 발생 시기는 SU계 혼합제초제 연용기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으나 대체적으로 5~10년간 연용하면 저항성으로 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들 저항성 잡초들은 주로 벼 담수직파 및 어린모기계이앙 재배면적이 넓은 충남, 전남․북 지역에서 주로 확인됐었으나 현재는 경기, 강원, 경남 등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실정이다.

제초제 저항성 피 대책마련 시급
그렇다면 제초제 저항성 잡초를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가? 농약회사, 정부, 학회 및 연구기관, 농업인이 서로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춰야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관련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저항성 잡초의 발생 방지와 조기진단, 관리기술은 이들 모두가 상호적인 협력체계를 갖추고 저항성 잡초 관리프로그램을 수립․실행해야만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농약회사들은 비록 정부기관 및 UN단체에서 제초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더라도 제초제는 잡초방제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보다 좋은 제초제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와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성수․박재읍․박태선․강충길․김도순․권오도 박사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잡초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아무리 우수한 제초제가 개발되더라도 이들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 잡초들이 발생해 확산된다면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국 및 유럽의 농약회사들과 같이 HRAC 등을 결성해 저항성 잡초 발생 및 관리에 공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충길 친환경잡초연구실장(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은 특히 “HRAC는 전세계 저항성잡초 발생을 모니터링하며 저항성 잡초의 초종별 방제기술 및 관리방법을 연구하고 또 저항성 잡초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종합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미국은 그러나 밀이 주 재배 작물로 우리나라 환경에 도입하기는 어렵다”며 “한국·중국·일본 등 논의 분포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HRAC에 준하는 논 잡초 연구 기관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태선 연구관은 저항성 피와 관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벼는 C3식물로 배기통이 3개이고 피는 C4식물로 배기통이 4개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피는 벼보다 왕성하게 자라는데다 벼와 양분 경합이 가장 심한 잡초이기 때문에 다른 저항성 잡초들과는 심각성의 수준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박 연구관은 따라서 “피 등 잡초도 식물이기 때문에 발아를 하기 위해서는 햇볕이 꼭 필요하다”며 “이앙한 후 반드시 5일간은 단 한 시간이라도 수위가 5cm 이하로 내려가면 잡초의 발아가 진행되는 만큼 반드시 적정수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보다 구체적인 팁(Tip)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농업인들이 관행적으로 건답직파 시 볍씨를 뿌린 후 며칠 지난 뒤 잡초가 발아한 후 페녹시계 제초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벼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피가 저항성을 획득하기 더 쉬웠다는 설명이다.
 
▲ 사진 1. 저항성 피에 대한 이앙전처리제의 효과 
이앙전처리와 체계처리…재배양식 전환도 필요
박 연구관은 지난 4월 시험결과를 토대로 “저항성 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중기 약제를 펜트라자마이드, 메페나셋, 카펜스트롤 혼합제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앙전처리제인 ‘론스타’, ‘톱스타’, ‘솔레트’를 처리한 뒤 이앙 10~12일 후 ‘영일스타’, ‘지름길’ 등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진Ⅰ>

특히 약제 처리시기를 놓치면 저항성 피를 방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뿌리 활착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 약해의 소지가 있어 신중히 처리할 것도 당부했다.

아울러 이앙전처리제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앙 후 10일 이내에 초․중기 제초제를 처리해야 하고, 점보제 및 액상수화제 등 간편제형 제초제 등은 반드시 바람이 없을 때 사용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사진 2. 강피 1.0~3.0엽기 제초제 반응 
 
▲ 사진 3. 강피 1.0~3.0엽기 제초제 반응 
 
▲ 사진 4. 강피 1.0~3.0엽기 제초제 반응 
 
▲ 사진 5. 강피 발아전 제초제 반응 
권오도 박사도 최근 제초제 저항성 ‘강피’에 대한 시험결과를 바탕으로 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저항성 강피 1~3엽기의 제초제 반응을 보면 △Mefenacet +Pyrazosulfuron-ethyl(무논매 입제, 만냥, 일꾼, 미성풀업세)와 △Benzobicyclon+Mefenacet+Penoxsulam(풀천왕 액상수화제)<사진Ⅱ> 및 △Bensulfuron-methyl +Fentrazamide(파문) 그리고 △Mefe.+Oxad.+SU △Mefe.+Benzo.+SU<사진Ⅲ>의 경우 100% 방제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Fen.+SU △Cafen+SU △Mefe.+SU<사진Ⅳ>의 경우도 방제효과가 탁월했다. 하지만 △Indanofan+SU △Oxaziclomefone+SU △Pyriftalid+SU는 90% 수준의 효과를 발휘했으며, △Metamifop+SU와 △Pyriminobac+SU는 방제효과가 50% 이하로 나타났다.

강피의 발아전 제조제 반응시험에서는 △Oxadiazon △Oxadiagyl △Pentoxazon△ Fen/Oxadiagyl의 경우 100% 방제가 가능<사진Ⅴ>했고, △Benzobicyclon 80% 이상, △Pyrazolate 50% 이하로 나타났다.

산․학․관․연․민 상호적 업무관계 유지 절실
잡초전문가들은 특히 제초제 저항성 피 예방 및 방제를 위해서는 유관기관과 농업인간에 상호적인 업무관계 유지가 최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약회사는 전문약제 개발 및 영업조직을 통한 모니터링 및 교육․홍보에 앞장서야 하며, 대학과 연구소는 발생기작 및 잡초생태 연구에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또 농업인은 문제잡초의 저항성 여부 및 제초제 사용 이력관리를 보다 철저히 할 필요가 있으며, 농업기관은 재배기술 개발 및 전문약제 등록,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일빈 박사(바이오식물환경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정부조직 산하에 잡초전담부서 하나 없이 관련전문가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니 제각각 유사과제를 동시에 연구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산․학․관․연이 협의체를 구성해서라도 전문분야별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도 박사는 특히 “올해 이미 발생한 저항성 피는 ‘손 제초’ 이외엔 방제대책이 없다”는 말로 그 심각성을 일깨운 뒤 앞으로의 대책마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제초제 저항성 피 발생 모니터링=동일계통 제초제 연용 포장에서 특정 잡초우점 및 민원발생 포장의 저항성 검증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고, 벼 수확후 지역별로 토양을 채취해 온실 조건에서 저항성 검정.

≫제초제 저항성 피 종합관리기술 개발=저항성잡초별 대체 약제 선발 및 벼 재배양식별 제초제 처리체계를 구명하고, 제초제 제형별 저항성 잡초 및 생육시기별 반응 정도를 구명.
≫제초제 저항성 피 발현 및 확산기작 구명=저항성 잡초의 유전자 교환 및 물리적․인위적 확산 기작 연구.

≫제초제 저항성 피 생태적 특성 및 피해해석 연구=저항성 및 감수성 계통의 휴면성, 출현 및 발아율 등 생태적 특성 차이를 구명하는 연구와 함께 벼 재배양식별 저항성 잡초 발생 밀도별 경제적 피해해석 연구.

김도순 교수는 여기에 저항성 피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늘릴 것
●초기 피 방제용 제초제(VLCFAs 저해제)와 합제로 초중기 비중 확대.
●이앙동시/초기 처리제 + 일발처리제의 체계처리 개발 및 적용확대.
●피 방제용 제초제 원제의 교호사용 확대(ALS ACCase VLCFAs ALS).

≫줄일 것
●유사한 원제조합의 합제 개발 지양.
●ALS 저해 제초제의 지속 사용 금지.
●ALS 저해제 토양처리 + ALS 저해제 경엽처리 조합 금지.

≫맞출 것
●처리시기를 최대한 정확히 맞추어 처리.
●제초제 처리 후 물 관리를 철저히 할 것.

≫해야 할 것
●피의 저항성 여부 정기적 Monitoring.
●신규 제초제의 경우 핵심 잡초에 대한 Baseline Study 수행.

“제초제가 최근 몇 십년간 빠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잡초가 별로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잡초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현재 잡초연구가 홀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한성수 한국잡초학회장의 한숨어린 진단이다.

“올해 농약업체들은 유독 ‘제초제가 듣지 않는다’는 전국적인 농가민원에 시달리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정문기 바이엘크롭사이언스 이사)이었다거나, “이제 우리나라 논 잡초는 거의 모든 초종이 저항성”(정창국 한국삼공 연구소장)이라는 현장의 목소리 또한 제초제 저항성 잡초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엘로우카드’가 분명하다.

‘저항성 피’가 향후 벼농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이를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낼 전문가 집단이 절실한 때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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