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시설농업의 모습이 나타난 시기를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단순히 비닐 못자리나 제초를 위한 멀칭, 비 젖음을 방지하기 위한 비가림 농업 역시 조악하지만 시설농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단한 시설농업에서 발전하여 일정한 폐쇄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작물을 재배하는 보다 통제적인 농업, 즉 최근의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농업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이후로 볼 수 있다. 시설농업 가운데 특히 우리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시설원예이며 정책의 중심대상이기도 하다. 정부의 시설원예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1990년대 이후이다. 성장작목시범단지조성사업(1991~1993), 시설채소시범단지조성사업(1992~1993), 생산유통지원사업(시설채소생산유통지원사업)(1994~1996, 1997~1998, 1999, 2000), 원예전문단지의 안정적 수출확대기반 조성(단지 증개축 및 시설현대화)(2009~17)등 정부의 보조와 융자 지원사업이 추진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업에 대한 평가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단순한 노동생산성과 생산물의 품질제고, 관련시설 기자재 품질의 상승 등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수출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거나 소득이 뚜렷하게 증가했노라고 결론짓기가 쉽지 않다. 많은 경우 시설원예의 생산물들은 해외수출을 겨냥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도약의 밑바탕으로 한 후,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시장을 석권하고자 한다. 이 목표달성을 위해 정부와 농민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농민들의 소득증진도, 국내 시설원예의 발전도 결국 국내농업의 발전도 어렵기 때문이다. 2005년도 이후 각종 해외시장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그 결과 역시 신통치 않다. 이즈음 원점에서 재도약을 위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시설농업을 어느 정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야한다. 시설원예는 자본기술 집약적인 고비용의 산업이다. 국가 전체 순환적 시스템 속에서, 그리고 우리 농업 내에서 시설원예의 위상을 어디에 두고 발전을 강구할 것인가에 대한 기초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남들이 하니 우리도 한다’보다는 명확한 현실성과 합리성을 갖춘 발전방안의 강구가 필요하다. 둘째 국내외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수출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주요 수출 전략품목을 지정하고 이들의 수출확대를 위해 중장기에 걸쳐 수백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늘 각각의 품목에 대한 시장정보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그것을 이용해 수출전략을 새우기가 어렵다. 기초적인 시장에 대한 정보수집,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한 목표시장설정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해외 목표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국내 생산 가능성과 타당성, 효율성제고를 위한 종합적인 검토와 판단, 기획이 필요하다. 외부여건을 분석한 후에는 반드시 내부의 역량평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시장선정과 전략수립 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평가와 판단, 이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기획이 없다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다. 넷째 목표시장에 대한 침투 혹은 확대전략을 세웠다면 실행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합의와 함께 자원의 집중이 필요하다. 자칫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적지 않은 자원의 낭비를 감내해야 한다. 실질적인 수출창구의 일원화도 중요하다. 기술적으로 저위인 수출주체의 경우 지원을 중단하는 과감한 정책도 필요하다. 다섯째 시설원예는 시설과 종자에서 성패가 결판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전략이 미흡하다. 시설기자재와 연료비를 어떻게 절감해야하는 가는 시설원예의 중심과제이다. 백합의 경우 종자와 종구비가 경영비의 60% 를 차지하는 데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선택된 품목에 대한 인력과 자원의 집중이 아닌 백화점식 지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시설원예를 세계적인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치밀한 전략과 협력, 연구와 인력 등 자원의 집중화가 뒤따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시설원예가 우리 농업에 중요하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전략적 육성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제라도 재도약을 위해 종합적인 시설원예발전 전략을 재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를 권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