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 사이 농촌의 결혼 풍속도는 격변하고 있다. 이미 여러 언론이나 정보매체를 통해 농촌총각들의 미혼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졌었다. 농촌 총각이 외국인 신부를 맞아들이는 것은 이제 일상이다. 2008년도 결혼한 농어업 종사 남자 6458명 가운데 38.3%, 2472명이 외국여성과 혼인하였다. 10가족 중 4가족이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야기이다. 신부의 대부분은 베트남(1280명, 52.2%)과 중국(673명, 27.2%)인이다. 농촌 내 다문화가정은 이제 농촌사회의 중심세력이 되고 있다. 이들 다문화 가정은 결국 농촌의 다문화 사회를 형성할 것이다. 호․불호를 떠나 이것이 농촌사회의 모습이다. 우리 스스로 단일민족이라는 우월성을 강조하던 시절이 가까운 과거였다. 백의민족으로 대변되는 한민족, 단일민족이 이 한반도의 주인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유지될 것으로 믿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는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을 조상님에게 큰 죄 짖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다가 농촌에 외국인이라도 나타나면 그 자체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 결혼한 가정을 목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사실 과거 근세이전 우리의 역사 속에서 자의든 아니든 이민족과의 결혼이 있었다. 외세의 침입을 받는 과정에서 강제적으로 혹은 외국과의 교류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변국가의 사람들과 결혼을 하였다. 그러나 가까운 주변국들과의 교류이다 보니 사람 외모나 풍습에 커다란 차이가 없었고, 소수이다 보니 사회적으로 큰 사안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동란이후 미군의 주둔과 함께 우리 사회에 서양인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성사되기 시작하였다. 농촌의 경우는, 농촌총각과 결혼을 기피하는 국내 여성들로 인해, 동남아 출신 신부와의 국제결혼이 급격히 증가해왔다.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다문화사회를 용광로이론(Melting Pot Theory)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사회를 용광로하고 말하는데 기존의 주류문화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들의 문화가 녹아드는 것을 말한다. 정책적으로 중국 한족을 대규모 이주시켜 소수 민족을 한족문화로 동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론과 부합된다. 문화다원주의(Salad Bowl Theory)에 입각한 설명도 있다.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어느 새로운 문화권내에 편입되어도 융화되지 않고 별도로 분리된 상태로 유지, 발전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미국 내 차이나타운이 대표적인 유사 사례이다. 하지만 현실은 위와 같이 명쾌하게 이분해서 설명할 수 없다. 뒤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의 양상도 복잡하다. 농촌의 다문화 가정과 사회를 생각할 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과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아무런 대비가 현재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연구와 정책이 있지만 다문화가정 자체와 그들이 가져오게 될 농촌사회문화의 변화, 충돌 등에 대한 심각한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이민족, 다문화 가정, 문화의 충돌 등으로 인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많다. 사실 우리들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했는가. 이것을 빗댄 말로 세계 어디에서든 차이나타운이 정착, 성공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혼혈아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 보면 그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존중하는 미국사회에서조차 흑인, 히스패닉계인, 동양인, 한국인 간의 갈등, 차별화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유럽에서의 민족 간 갈등과 전쟁도 목도한 바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농촌 내 다문화 가정은 대세이다. 농촌사회에서 이들이 중심세력이 될 날이 멀지 않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들의 문화가 기존 우리의 문화에 자연스럽게 융화될 경우 다행이겠지만 충돌하거나 별도의 문화로 대립할 경우 농촌사회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 속으로 휘몰릴 가능성이 많다. 어린 아이들 사회에서 한국인 자녀들과 혼혈 아이들 간의 갈등이 가장 먼저 우려된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과연 계승이 될 것인가에 대한 강한 우려도 지우기 어렵다. 외국인 신부의 문화와 언어 등의 면에서의 갈등으로 인한 파혼과 부부갈등도 경계해야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예상하다 보면 다문화 가정이 중심이 될 미래 한국농촌의 바람직한 모습을 하루 빨리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데 마음이 조급하다. 나아가 그것의 실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구성, 지원이 필요하다. 미래 다문화 농촌사회에 대한 이와 같은 우려가 단지 어리석은 걱정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와 정책담당자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