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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없는 농업’ 대기업의 농업참여 본격화

LG CNS, 새만금간척지에 50ha 대규모 유리온실 추진
롯데상사 도정업·사조그룹 양돈업 등 곳곳에서 진출 시도

2016년. 미래에 한국농업을 뒤돌아 볼 때 2016년은 악몽의 한 해로 기억될 것인가. 2016년 현재 대기업의 농업참여가 본격화되고 있다. 농업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에 ‘농업의 주인인 농민’은 배제되고 ‘자본의 주인인 대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한국농업의 주체는 이제 농민에서 대기업으로 바뀌는 것인가.
지난 2012년의 대기업의 농업참여 시도가 있었다. 동부그룹의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농업회사인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성 화옹간척지에 수출용 토마토 재배를 위한 대규모 유리온실을 건립하였으나, 농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농업참여’의 시작에 불과했던 것일까? 2016년 현재 대기업의 농업참여가 농업현장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더불어 농업당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어 한국농업의 주체가 농민에서 대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LG그룹, 새만금에 76ha 규모의 대규모 농업단지 조성
2015년말 현재 국내 대그룹의 시가총액 순위 4위는 LG그룹이다. 국내 4위이자 전세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그룹이다. 이런 LG가 농업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LG그룹 계열의 자동화설비 전문업체인 LG CNS는 지난 6일 새만금간척지 내 산업단지에 76ha 규모의 첨단 농업단지를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R&D센터, 스마트팜, APC와 가공시설, 어메니티 단지 등을 어우르는 대규모 스마트바이오파크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LG CNS는 전체 부지 가운데 26ha는 스마트팜 연구개발에 이용하고, 나머지 50ha에는 유리온실을 건립해 토마토·파프리카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겠다고 밝혔다. 유리온실 50ha의 면적은 지난 2012년 동부팜한농이 경기 화옹간척지에 건설한 유리온실 10.5ha의 5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예상 투자규모는 3800억원, 공사시기는 올해부터 시작되어 2022년 완공예정이다.
LG CNS 측은 농업생산이 목적이 아니며 첨단 시설원예 설비의 해외 수출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 특화된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려 스마트팜 설비를 개발, 해외로 수출하는게 최대의 목표이며, 농산물 재배는 첨단설비의 개발 및 판매를 위한 실험단지라는 입장이다.
농산물 생산은 LG가 참여하지 않는 별도의 농업회사가 운영하며, 농민이 참여를 희망하면 일정 면적 내에서 농민들에게 생산부지를 제공하고, 재배된 농산물은 전량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LG CNS 관계자는 “농업 생산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라며 “국내 농민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바이오파크를 조성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농민단체 “대기업의 농업참여 결사반대, 농자재 개발에 전념해야”
LG CNS의 농업참여가 발표되자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토마토·파프리카 생산자자조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대기업 농업진출 저지를 위한 농업계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그룹의 유리온실사업 포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기업이 농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농민들의 생명을 죽이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대기업은 비료 생산, 종자 개발 등 농업분야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중묵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조사업을 통해 농가들에게 시설투자를 장려해놓고 이제 와서 대규모 생산단지 조성을 묵인하고 있다”라며 “대규모 유리온실은 농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토마토·파프리카 시설원예농가 생계 위협 ‘직격탄’
농민단체들은 새만금 단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이 조성될 경우 기존 시설재배 농가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 CNS는 재배된 농산물의 전량 수출을 통해 국내 농가들의 피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농민단체들은 회의적인 시각이다. 국내 파프리카 수출량의 99% 이상이 일본에 수출되고 있고, 대만·홍콩 등 다른 아시아 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이미 점령하고 있다. 새로운 수출시장이 없는 한 LG CNS의 수출계획 역시 국내 농가들과의 경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기업의 대규모 유리온실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노동집약적 일반 농가들이 재배한 농산물에 비해 30% 정도 가격이 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농가들이 개척한 일본시장을 대기업이 싼 가격을 무기로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결국 국내 수출농가들의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수출농가들의 물량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결국에는 모든 시설재배 농가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또한 LG CNS의 수출계획이 여의치 않아 국내로 유입될 경우 국내 시설원예 재배농가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입게 된다.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을 인수한 우일팜의 경우, 올해 수출량은 당초 목표한 바에 크게 못 미쳤다. 생산량의 20% 정도만 수출하고 나머지 80%는 국내에서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우일팜은 수출전문단지가 국내 농산물 시세 하락을 이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이달 초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토마토 상품 10kg  1상자는 1만3000원대로 지난해 대비 20% 정도 하락했으며, 파프리카 5kg 1상자 역시 1만5000원대로 평년대비 15% 정도 하락된 상태이다.


새만금 700ha에 대규모농업업회사 유치 예정
LG CNS가 대규모 유리온실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곳은 새만금 간척지이다. 새만금 간척지 내 농업용지는 총 8570ha이며, 정부는 이중 5공구 700ha에 ‘대규모농어업회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업계에서는 대기업의 농업참여를 적극 반대하고 있지만, 정부는 새만금에 기업 자본을 유치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대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농림어업 경쟁력 제고방안’ 발표를 통해 새만금 간척지 700㏊에 농업특화단지를 규제프리존으로 조성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 통과되면 새만금 농업특화단지에 대기업 유치가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규제 프리존’ 정책이 말 그대로 기업자본의 농업진출에 우호적이라는 점이다. 기업활동 장려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규제를 풀기도 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기존 영세농가들이 기반을 잃고 결국 기업의 노동자로 전락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새만금 간척지에 대규모 농업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LG CNS가 유일하다. 하지만 대기업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데에는 아무런 법적 제약이 없다. 정부의 추진의지가 강한 만큼 새만금 간척지 700ha에는 제2의 LG CNS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농업참여, 올해들어 곳곳에서 시도중  
대기업의 농업참여는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모두 알다시피 지난 2012년에는 동부팜한농이 화옹간척지에 대규모 유리온실을 건립하였으나, 농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그 후 대기업의 농업참여가 잠잠했다. 헌데 올해 들어 유독 여러 사업부문에서 시도되고 있다.  
경상북도 상주에서는 상주시가 글로벌 시설채소 생산·유통회사인 네덜란드 레바트사와 농업회사법인 새봄과 함께 10ha 규모의 첨단유리온실을 설립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건설비용 중 약 100억원이 자유무역협정(FTA)피해 농민을 위해 쓰여야 할 농림예산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 크게 확산되었다.
레바트와 새봄은 1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해 연간 6000톤의 토마토를 생산하고, 이 중 40%에 해당하는 2400톤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농민단체들은 보조금 지원 중단과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어떤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아직까지 계속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농업생산 외 쌀 가공·유통 분야에서의 대기업 진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상사는 쌀 도정업 진출을 추진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논란을 촉발했다. 롯데상사는 경기 안성 산업단지내 1000평 부지에 연간 3만7000톤의 현미를 도정할 수 있는 라이스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롯데상사는 지난해에도 도정업 진출을 추진하다 농업계 및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업포기를 선언한 바 있었다. 그러나 해가 바뀐 올해 또다시 재추진을 하여 농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롯데그룹의 도정업 진출은 다른 대형 유통업체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축산업계에도 대기업 진출 가속화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농산물 재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축산업계에서도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먼저, 사조그룹이 전국적으로 양돈농장 인수를 추진해 축산관련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조그룹은 이미 가금 계열화 업체인 사조화인코리아와 배합사료업체 동아원을 인수함으로써 축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는 회사이다.
현재 사조그룹이 천안과 충북 음성에서 직접 운영 중인 직영 양돈 규모만 5만두이다. 여기에 충남 천안·예산·경기 안성에서 양돈농장을 인수 완료했으며, 추가로 보령에서도 양돈농장을 인수 추진하고 있다. 이곳까지 다 인수하면 사조그룹의 양돈수는 7만에 육박하게 된다. 사조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1만두 이상의 양돈농장 인수를 계속 추진 중이다.
한돈협회는 “기업 자본의 축산업 진출을 막지 못하면 중소 양돈 농가들이 무너지게 되는 만큼 강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라며 강력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축산단체들이 소속된 축산관련단체협의회도 “기업자본의 무분별한 축산업 진출을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전체 축산단체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변함없는 진리 “농업의 주체는 농민”
국내 양계업은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산업을 장악한 경우이다. 양계업은 양계농가의 93%가 특정 닭고기 회사와 ‘전속계약’을 맺고 닭을 키워 납품한 뒤, 위탁수수료를 받는 구조이다. 농촌경제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위탁수수료는 2012년 대비 10.2% 하락됐으며, 비품(불완전 상품)처리 비중은 같은 기간 12.6% 증가했다. 대기업의 진출로 농가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대표적인 케이스라 하겠다.
2016년. 농산업 곳곳에서 대기업의 농업참여가 시도되고 있다. 농산업의 발전은 분명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농산업의 발전에는 ‘농민’이 있어야 한다. 농업의 주체는 분명 ‘농민’이기 때문이며 ‘농민’없는 농업이란 존재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농민’을 중심에 둔 농업정책과 대기업의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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