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지가 벌써 2년이 넘어 이제는 현장에서 격려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는데 지면을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제까지는 다소 딱딱한 이야기들로 원고를 써 왔지만 오늘은 미생물의 다른 숨겨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미미한 미생물이 인류 역사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이해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1340년대 유럽은 지금처럼 농업 기술이 발달하지 못하여 농업 생산성이 낮았고 생산되는 식량이 적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상 배고픈 상태로 살았고 빈부의 격차는 심해 많은 사람들이 지주들로부터 땅을 빌려 근근히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았다. 설상가상으로 더럽고 불길한 환경 하에 전염병이 자주 돌았었다. 그 전염병의 주인공이 바로 미생물, 특히 세균이다. 병원균을 보균하고 있던 가축이나 야생동물에 기생하며 살던 빈대나 이(sucking lice)와 같은 흡혈해충에 사람이 물려 병원균이 전염되면 물린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병이 진전되어 세균이 온 몸으로 퍼져 심하게는 사람의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그 중에 페스트(흑사병 : 黑死病)라고 하는 세균병이 가장 심하게 발생하여 그 당시 유럽인구의 75%까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중세…생물학적 전쟁의 시작 중세시대에는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아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까지 한다. 그 당시에 페스트에 걸려 죽은 환자의 시신을 적군의 진지로 던져 적군에 전염병이 퍼지게 하는 야비한 전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마도 생물학적 전쟁의 시작이 그 때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흑사병 또는 페스트라고 하는 병은 Yersinia pestis(여시니아 페스티스)라는 세균에 의해 발병되는 전염병인데 사람이 이 세균에 감염되면 심한 고열과 오한이 발생하고 혈관 속으로 미생물이 침투하게 되어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병의 시작은 페스트균을 보유한 벼룩이 쥐에 기생하며 쥐에 병을 옮기고 쥐가 온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병을 옮긴 것으로 믿고 있다. 지금도 똑같지만 그 당시 쥐는 온갖 병원균이나 흡혈 해충을 사람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동화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내용은 피리 부는 사람이 피리를 불면 온 동네의 쥐가 이 사나이의 피리소리에 취해 따라 다니는데 이 사람이 피리를 불면서 쥐를 유인하여 모든 쥐를 강물에 빠져 죽게 한다는 내용이다. 인류역사상 쥐가 얼마나 우리 사람을 지긋 지긋하게 괴롭혀 왔으면 쥐를 다 죽여 버리는 동화까지 만들어 졌을까? 또한 여름 공포 영화 단골 메뉴중의 하나가 바다에 떠있는 유령선 이야기이다. 중세 유럽 어느 날 갑자기 해안가에 어두운 분위기의 배 한척이 나타나는데 그 배에 올라가보니 모든 선원이 검게 죽어있고 그 배에 올라갔던 사람도 며칠 지나서 죽기 때문에 유령선의 저주를 받았다라는 이야기를 영화 주제로 삼았다. 그 당시 미스터리했던 이야기가 현재 과학적인 근거로 추적해보면 페스트균을 보균한 쥐가 배에 함께 탔거나 선원 중에 페스트에 걸린 사람이 전체 배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병을 옮겨 결국에는 모두 죽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이러한 불가사의 했던 일들에는 페스트 병원균이 그 배경에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쥐에 의해 병원균이 사람에게 전염되어 페스트에 걸린 사람이 죽을 때면 피가 썩어(패혈증) 온 몸이 검게 변한다고 하여 흑사병이라고 한다. 페스트와 르네상스 시대 개막 특히 폐에 세균이 침투하게 되면 폐 페스트가 발생되어 환자가 기침을 할 때마다 병원균이 외부로 나와 주위의 사람에게도 무서운 속도로 전염을 시키는 질병이다. 지금이야 효과 좋은 항생제가 개발되어 세균에 감염되더라도 별 문제없이 치료가 된다. 항생제가 없었던 그 당시 전 인구의 75%가 사망하다보니 아마도 세상은 아비규환 생지옥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이렇듯 평상시에는 아주 보잘 것 없는 미생물도 그 최적 환경 여건이 맞아 떨어지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페스트 질병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여 웬만한 질병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 강한 면역력을 지니게 되었고 불행 중 다행으로 농사지을 땅도 많아졌다. 부유했던 먼 친척이 사망함에 따라 예상치 못했던 재산을 상속받기도 하는 등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먹을 것이 풍부하게 되는 엉뚱한 결과가 따르게 되었다. 그 동안 먹을 것이 부족해 항상 먹고 살기에만 급급하던 유럽 사람들에게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 삶에 여유가 생기다 보니 보다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원하여 인간다운 삶, 철학, 아름다운 건축물이나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에 눈을 돌리게 되어 찬란한 문화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가 학생시절 세계사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였던 르네상스(Renaissance : 문예부흥) 시대라는 것이 열리게 된 시작이다. 이렇듯 아주 미세한 세균인 Yersinia pestis에 의한 페스트 발병이 결국에는 15세기 유럽에서의 르네상스 시대라는 문예 부흥 시대를 개막하게 도와 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손꼽히는 예술가인 세익스피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같은 훌륭한 예술가들은 풍족한 가운데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마련해 준 세균인 Yersinia pestis에게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