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을 자급자족하지 못하고 있는 정도를 가지고 식량자급율이 몇%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식량을 생산하는 자원, 즉 생산자재가 자급자족되지 않으면 이 수치는 무의미하다. 돼지와 쇠고기를 자급자족했다 치자. 그런데 이들에게 먹이는 사료를 100% 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면 과연 돼지고기와 쇠고기 자급율을 100%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같은 이치로 농산물 생산에 필수적인 농자재의 생산이 안정적인가 혹은 불안정적인가하는 것은 농산물 수급의 안정성과 직결된다. 어느 산업을 이야기할 때 항상 범위의 문제가 대두된다. 자동차를 이야기할 때, 어떤 경우에는 완성품인 자동차만을, 어느 경우에는 부품산업까지를 고려한다. 광범위한 논의에서는 부품의 소재산업, 판매업까지를 자동차산업의 범주에 넣는다. 농업도 마찬가지이다. 농산물 생산을 위한 각종 농자재를 농업에 넣을 것인지, 가공 식품산업까지를 포함할 것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분명한 것은 농산물 생산 이후 전방산업은 정책적으로 관심이 많은데, 후방에서 지원하는 농자재에 대한 인식과 관심, 지원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토종기업 “원제 개발·생산 상대적 열위” 농산물 생산을 지원하는 다양한 농자재 가운데 농약이 있다. 기본적으로 농약은 농산물을 키우고 관리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여기는 병이나 충을 예방 혹은 죽이거나 환경조건을 개선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여전히 화학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성격의 변화로 죽인다는 의미가 강한 ‘농약’ 이란 용어대신 ‘작물보호제’라는 용어를 유럽에서는 자주 사용한다. 개념이야 어찌되었든 농약은 우리가 원하는 농산물의 생산에 필수적인 자재이다. 농산물 생산에 필수자재인 농약을 생산하는 농약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 갑작스런 병해충의 돌발과 피해가 늘어나는 경우 이외에 정책적 관심이 적다. 어찌 보면 그만큼 농약의 수급이나 산업적 측면의 문제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속내는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장적인 측면, 기술적인 측면 등에서 우리 농약산업의 수준은 결코 안정적이지도 우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약시장은 국내 기업과 다국적 기업에 의해 양분되어 있다. 다국적 기업에 의한 국내시장 점유율이 20%내외에 머물고는 있지만 종자산업의 경우와 같은 국내 토종기업의 파멸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국내 시장을 가지고 6~7개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80%내외 차지하고 있는 과점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자본, 기술력에서 앞서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무너질 수 있을 개연성이 충분하기에 염려가 된다. 농약시장에서 농약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제품이라해도 회사에 따라, 시기에 따라, 판매상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화가 많이 되어있는 수도용 농약의 가격차별화 보다는 그렇지 않은 원예용 농약의 가격차별화가 심하다. 이 부분이 기술적인 차이를 반영하는 지, 단순한 마케팅의 차이인지는 알 수 없다. 다국적 기업의 제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데, 이것이 기술적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면 국내 농약기업의 기술적 저위성을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특별히 농약의 종자격인 원제의 개발과 생산에서 상대적 열위에 있는 국내 농약산업을 볼 때 불안한 구석이 있다. 농업의 자립 위해 농약산업도 자립 필요 농약은 농작물과 인축에 강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꾸로 안전성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개발이 힘들다. 따라서 대개 화학농약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상인 농산물의 종자의 개발과 관련 화학제품의 생산을 겸하고 있다. 시너지효과, 범위의 경제를 노리는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소규모 기업이다 보니 수평적인 사업영역의 확대가 매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농약기업들은 단순 제조와 판매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원제수입 의존도가 10년전 70% 수준에서 90%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 특별히 일부 소수국가 소수 원제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에 이러한 우려는 크다. 우리 농약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세계화의 시대에 국수주의를 논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정확한 정도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농업의 자립을 위해 농약산업도 어느 정도 자립이 필요하고 그래서 토종 농약산업을 육성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농약의 개발에는 장기, 대규모 개발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그로 인한 파급효과는 다양하고 크다. 국제 사회나 시장에서 현실문제 대응능력이 없을 때와 어느 정도 있을 때와의 상대방의 대응, 그리고 자신의 상황대처능력과 범위에는 천지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종자산업의 경우와 같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미래 우리 농업을 위해 토종 농약산업을 차분히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하길 권유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 평화 시에 전쟁을 준비하라(In peace prepare for w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