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의 경우 참외 재배면적의 40%가 침수돼 수확이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게다가 장마 이후 침수 또는 집중호우가 내린 곳에 병·해충 발생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돼 농가에게 ‘2중 3중고’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이 농가의 자연재해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는 데다 올 추석이 예년보다 빨라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의 가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자연재해는 차치하고라도 이상기후가 일반화 되가는 시점에서 농가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예측할 수 없는 병·해충 발생이다. 이전에는 문제되지 않았던 외래 해충이 갑작스레 개체수가 늘어 과수 농가 등에 피해를 주는가 하면 아직은 그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등 대응 준비가 미흡한 농가에게 직격탄을 쏘고 있다. 2009년 서해안 지역 2만ha가 넘는 면적에 피해를 준 줄무늬잎마름병이 올해 다시 발생할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또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병(TYLCV)는 2008년 최초 발생해 현재 제주도를 포함해 53개 시·군에 확산된 상태이다. 토마토원형반점바이러스병(TSWV)도 2004년에 발생해 26개 시·군으로 퍼졌다. 꽃매미는 2006년 1ha 정도로 피해가 발생했으나 지난해 8300ha 이상 발생하는 등 계속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2009년 미국선녀벌레(현 19개 시군, 400ha 피해) 발생, 날개매미충(현 7개 시군, 319ha 피해), 블루베리혹파리가 지난해 처음 발견되면서 새로운 해충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한해가 멀다하고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확산 되면서 전문가들이 원인과 유입경로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는 없는 상태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 확산과 피해를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이들의 확산속도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돌발 병·해충’ 재해보험 보상 안돼 이들 돌발 병·해충이 발생하는 것과 더불어 더욱 암담한 것은 돌발 병·해충 피해가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르면 자연재해, 병충해, 조수해, 질병 또는 화재가 보상 범위에 포함된다. 보상 내역 중 병충해 부분은 과수의 경우 해당 사항이 없으며 벼의 경우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벼멸구로 인한 피해에만 보상이 이뤄진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10월 발행된 ‘농작물재해보험의 성과와 정책과제’ 연구보고에 따르면 농업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보험가입 농가와 미가입 농가 모두 보험대상 재해가 한정돼 있는 것에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보험대상 재해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최경환 농경연 연구위원은 “병해충의 경우 이전부터 발생·방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발생할지에 대한 확률을 보고 재해에 포함시킨다”며 “돌발 병해충의 경우 발생된 과거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았고 원인도 불분명해 보상 범위에 포함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또 “사람의 경우에도 알려진 질병에 대해서만 보상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로서는 돌발 병해충에 대해 보상하기 어렵다”며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면 다음 개정 때 논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계안정 지원 등 ‘식물방역법’ 개정 이와 같이 돌발 병·해충이 재해보험의 보상범위에 들지 않는 등 우울한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일 병해충 예찰 및 방제단 신설, 생계안정 지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식물방역법’ 이 일부 개정돼 공시됐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시행령·시행규칙과 시행세칙이 제(개)정돼 내년 1월 14일부터 개정된 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는 ‘식물방역법’ 개정에 맞춰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 농진청에서 각 도의 농업기술원 작물보호 관련 담당자들과 만나 업무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관석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식물방역법’ 개정법률에 대해 설명했다. ‘식물방역법’ 개정법률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농진청, 지자체에 각각 병해충 예찰 및 방제업무를 위한 식물방제관을 신설한다. 식물방제관은 검사, 질의, 시료채취, 긴급방제명력을 즉각 내릴 수 있다. 또 국제식물검역인증원을 설립한다. 이와 함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기관별 예찰지역, 새로운 병해충 분포조사, 매몰 토지의 발굴 금지, 생계 안정 지원 등이 신설된다. 방제계획도 매년 수립하던 것을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하기 위해 5년으로 변경했으며 농식품부에서만 수립하던 방제계획도 병·해충 발생 지역의 해당기관에서 담당해 빠르게 대응토록 했다. 또 농진청은 방제의사 결정, 분포조사, 방제명령, 사용제한 등의 권한을 농식품부로부터 부여 받게 됐다. 이와 함께 악의적으로 병·해충 발생을 방조한 경우 손실보상에서 제외하도록 조치했다. 명예식물감시원 및 포상금 개정도 이뤄졌다. 이 박사는 “농경지에서의 병·해충 발생은 산림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산림청과의 책임 소재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규칙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김정수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이날 협의회에서 “이번 식물방역법 개정의 주된 골자는 방제관의 권한이 농진청장에게 부여된 것”이라며 “육묘장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묘가 전국으로 출하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었으나 이제는 방제관 권한을 이용해 병·해충 확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표 1, 2> 이 같은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역에서의 병·해충 방제는 예찰을 담당하는 농업기술원의 전문가들과 보상, 처분 등 행정을 담당하는 지자체가 서로 협력 하에 일을 진행해야 한다. 반면 지역에 식물방제관을 신설할 경우 인력 확보 문제와 예찰·행정의 역할이 모호한 상황이 발생하기 쉬워 논란이 예상된다. 또 예찰 업무를 위한 전문가 혹은 용역 인력 이용 시 발생하는 임금의 현실화 부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이날 협의회는 그간 각 도별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예찰·방제 현황을 서로 실시간으로 공유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돌발 병·해충 등은 아직까지 원인과 뚜렷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각 도간 정보 공유와 발생 현황 보고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취지에 맞춰 각 도원 담당자들은 도내 병·해충 발생현황과 연구 단계에 대해 내용을 공유하고 앞으로 예찰·방제 등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고현관 농진청 신임 작물보호과장은 “주요 돌발 병해충 발생조사 양식을 전국적으로 통일해 취합하자”며 “이 내용을 중앙에서 신속히 취합해 각 도로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병해충 관리 시스템’ 구축 정부는 이와 함께 ‘국가 병해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사진 2> 현재 사과, 배 등에서는 일부 예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으며 농가들도 이를 농사에 활용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하고 있는 ‘국가 병해충 관리 시스템’은 기존 예찰 시스템을 흡수해 좀 더 정밀한 예측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기상 조건과 생육 특성 등의 통계를 반영해 사각지대에 있는 농경지의 병·해충 발생 가능성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도록 ‘자동기상관측자료 가공 시스템’도 포함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예찰 정보를 추가하고 진단할 수 있도록 모바일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번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환 농진청 지식정보화담당관실 박사는 “아직까지는 현장에서의 스마트폰 활용이 원활하지 않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라며 “예찰 정보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와 내용을 교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병해충 관리 시스템’은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
돌발 병·해충·잡초의 방제를 위해서는 신속하게 병·해충·잡초에 효과적인 약제 개발과 선발이 선행돼야 한다. 농약 업계는 과거부터 일부 병·해충·잡초에 시험을 진행해 등록·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흰잎마름병, 애멸구 등에 효과적인 육묘상처리제가 몇 년 전부터 개발돼 농가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설포닐우레아계 제초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벤조비사이클론 등이 함유 된 제초제의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농약 업계는 그러나 블루베리와 같이 재배 면적은 적은 작물 등에는 모든 농약을 시험·등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돌발 병·해충의 경우 농약 업계로서는 그에 맞는 약제를 선발해 시험·등록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현장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직권 등록’이라는 제도를 마련해 소면적 작물의 병·해충과 돌발 병·해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을 선발해 1년 시험 후 등록해 보급하고 있다. |
최근 계속적으로 발생 면적이 확대되고 있는 식물 바이러스병은 바이러스 방제제 개발이 업계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먼저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바이러스 방제제를 등록할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농가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방제해야할 바이러스의 종류 설정에서부터 학계와 업계, 정부의 의견 조율이 난항을 겪고 있어 바이러스 방제제 등록규정 마련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고현관 농진청 작물보호과장은 “10년 전 작물보호과에서 일하던 때에는 접하지 못했던 병·해충이 현재 발생하고 있어 놀랍다”며 “등한시 되던 작물보호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