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수산식품부는 이와 관련 연구용역의 일환으로 지난 4월 19일 농정연구센터 주관으로 ‘농약 안전사용 및 관린 선진화 방안을 위한 연구’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농대교수와 일부 농약업계, 농협은 “농약 판매업자의 전문성 강화로 농약 오남용을 줄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찬성입장을 보였다. (사)한국작물보호제판매협회와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등은 “전문성 강화 취지는 이해하나 우리나라 농업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성과 실효성이 결여 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류평렬 농식품부 안전위생과 사무관, 임양빈 농촌진흥청 농자재관리과 연구관, 이경원 농진청 주무관, 이근식 바이엘 부장, 박상희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이남복 (사)한국작물보호제판매협회 전무, 농정연구센터 연구팀이 참석했다. 이날 양측의 상반된 의견은 2006년 식물의약사법이 최초로 제기된 후 계속돼 온 것으로 향후 국회에서의 법 제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고되는 부분이다. 특히 식물의약사법이 처음 발의된 것은 2006년 5월로 그 동안 많은 논란이 일어 왔다. 실제 법안 내용과 다른 억측이 논란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도 발생해 명확한 해석이 필요한 상태다. ‘식물의약사’ 국가 면허…전문성 강조 식물의약사법 필요성의 제기는 현재 법체계상 사람, 동물의 병리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질병을 진단·처방하는 의사·수의사 제도는 마련돼 있으나 농작물을 포함한 식물에 대해서는 의학 전문가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비전문적인 대응만 가능한데서 비롯되고 있다. 유 의원의 법 발의 취지에서 “농작물을 포함한 식물 전반에 대한 병리전문가인 식물의약사제도를 도입해 농업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농민들의 소득 제고, 안전 농산물 생산, 산림 보전 등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식물의약사법안에는 식물의약사가 되려는 자는 식물의약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농식품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식물의약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는 농과대학(농학계 학과 또는 학부 포함)에서 식물의약학 관련 학점을 이수하고 농학사 학위를 받은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물의약사가 아니면 식물을 진료할 수 없도록 하며 진료 내용이 포함된 진단서 또는 처방전을 보관토록 하고 있다. |
농민의 농약구입비용 오히려 적어져 이영근 안동대 교수는 농정연구센터 간담회에서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식물의약사 제도가 도입되면 농민들의 농약 구매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식물의약사를 집중 배출할 것으로 생각되는 4년제 농학계대학의 식물의학 관련 학과 연간 졸업생수는 약 400~450명으로 추산되고 식물의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식물의약사로 배출되는 수는 약 200~300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이 인원이 모두 농약판매업소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식물의약사 제도가 시행된 후 최소 15~30년은 지나야 거의 모든 농약판매업소에 식물의약사가 배치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기존 농약판매업소가 경쟁하는 상태에서 식물의약사만이 농약을 비싼 값으로 판매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오히려 농민의 농약 구입 비용이 적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병·해충·생리장해에 대한 잘못된 진단은 농약 오용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단에 자신 없을 경우 예상 가능한 여러 원인에 대해 복합처방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복합처방은 여러 농약의 혼용을 의미하며 불필요한 남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식물병리학회지에 투고된 20~50%의 농약이 오·남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내놓았다. 식물의약사의 처방이 따르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처방이 가능해 불필요한 농약을 처방하지 않아 총 농약구입비용은 낮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
이 교수는 특히 농약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식물의약사 제도는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농진청 농업과학원이 2006년 출간한 ‘농약에 의한 농작물 피해원인과 대책’에서도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간 농진청 국립농업기술과학원에 접수된 민원 중 235건이 농약에 의한 피해로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접수된 민원만을 파악한 것으로 실제 농약에 의한 사고는 더 높을 것으로 출간 책자에서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 같은 피해 사례를 줄이고 친환경농업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생물농약·비료·친환경농자재 등의 사용 지도를 위해서도 식물의약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농약업계 관계자들과 농협도 이 같은 내용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농약 제조회사들의 농약 판매가 연초에 일 년치의 판매가 대부분 이뤄지던 예전과는 다르게 사용 시기에 이뤄지고 있으며 과거처럼 밀어내기식 판매는 끝났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또 안전하고 효과가 높은 농약 개발로 농민의 발전을 도와야 장기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 정확한 처방이 가능한 식물의약사 제도에 찬성하고 있는 것이다. 김범례 농협중앙회 단장은 “식물의약사 제도가 도입되면 농민에게 처방을 보다 정확하게 내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좋은 제도로 본다”고 말했다. 고급인력 여전히 약값 상승 요인 이남복 (사)한국작물보호제판매협회 전무는 그러나 “식물의약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해 비용이 들며 처방전 발생으로 인한 비용도 발생할 것”이라며 “고급인력을 고용 혹은 고급인력이 판매소 설립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 받으려 하지 않겠느냐”며 여전히 농민의 농약 구매비용 증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무는 또 “농산물품질관리원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산물의 잔류농약 부적합 판정 비율이 2.3%로 점점 좋아지고 있고 선진국 수준에 달한다”며 “이는 농민들이 농약 사용방법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의미가 되며 오·남용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고독성 농약 등도 올해 안에 대부분 폐지될 예정으로 더 안전해 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식물의약사법안에 농업인의 자가진단․사용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어 농업인의 자율적 사용으로 인한 오남용 감소 효과 또한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와 함께 국내 농가들의 영농 규모가 영세하고 다양한 품목이 재배되고 있어 식물의약사가 활동하는 것은 규모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식물의약사가 모든 식물의 병해충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안을 반대하는 측은 기존의 농약판매업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작물의 병·해충·생리장애에 대해 처방이 가능한 전문가들이 농업기술센터, 식물병원 등의 기관에 이미 존재해 식물의약사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식물의약사가 기존의 농기센터, 식물병원 등의 기능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영근 교수는 그러나 “영농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식물의약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영농 규모가 대형화 돼 있어 방역회사에서 대행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역회사 직원들은 식물의약사에 준하는 자격을 보유한다. 일본의 경우도 수목의제도가 있어 수목보호에 관한 연구 및 실무에 7년 이상 종사한 자를 선발해 2주간 연수한 후 필기시험과 면접을 거쳐 수목의인증서를 발부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수많은 소규모 농가들이 분산돼 있어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에서 처방을 받아 농약을 구매하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경우 농약판매업소에서 식물병·해충에 대한 진단과 농약선택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표 2> 이 교수는 “이 같은 처방 구조로 인해 우리나라 농약판매업소에 식물의약사가 상존하며 처방과 판매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식물의약사법안의 골자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다양한 작물 진단···관련 과목 이수 필수 이와 함께 기존 식물보호기사가 존재하고 있어 별도의 식물의약사가 필요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다양한 작물이 재배되는 상황에서 식물보호기사와 식물의약사의 역할은 다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식물보호기사는 농학계 대학을 졸업하거나 식물보호분야에서 종사한 자에게 응시 자격을 부여하지만 관련분야 취득 학점에 제한이 없다. 식물의약사는 4년제 농학계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지정하는 식물 의학 분야의 교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식물 의약분야 교과목의 이수는 현행 국가기술자격법의 식물보호기사와 직무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점이다. 수의사나 의사·약사·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에게만 관련 분야의 면허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제도의 취지와 같다. |
식물의약사 도입으로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현재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가에 의한 병해충 예찰과 방제지도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식물의약사의 도입은 농기센터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물의약사법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에 대해 “식물의약사 제도는 처방하는 사람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인 만큼 이들 기관에서 근무하는 농업전문가들도 식물의약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식물의약사 면허를 가진 자를 채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농약판매업자들이 식물의약사 면허를 갖는 것도 부족한 농기센터 전문인력들을 보완하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식물의약사가 지위를 남용해 오히려 농약회사와 밀착,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부분도 현재의 농약과 농자재 유통과정에서도 리베이트가 상존하고 있으며, 식물의약사 도입이후 관리기준을 강화 등의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개최 등 의견수렴과정 남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식물의약사법안 검토의견을 통해 “식물보호 분야에 있어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자격을 식물의약사 면허로 보장함으로서 민간 전문가를 양성해 식물보호분야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강화하는데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하고 있다. 작물보호제판매협회와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등은 식물의약사 제도 도입과 관련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 농약판매상은 농약 이외에도 종자나 비료 등 다른 농자재 판매를 병행하고 있는데다 작물 생육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되고 있어 처방전을 발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농작물은 고착성으로 식물의약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거나 농민의 구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식물의약사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이 어렵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인 (사)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 부회장은 “아직 우리나라 농민들의 의식 수준이 이 같은 복잡한 제도를 따르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이영근 교수는 이와 관련 “식물의약사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공청회 개최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만큼 현재의 법안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식물의약사는 농약 처방 체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