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립식량과학원 벼맥류부 시험포장에서 만난 박태선 연구관은 그간의 실험결과를 토대로 저항성 피 출현과 그 심각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지난 15일 김제시농업기술센터에서 50여명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열린 ‘벼농사 재배기술’ 세미나에서도 저항성 피 출현에 대한 원인과 대책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중기처리제 이앙 10~12일 이내 처리 박 연구관은 지난해 피밭을 방불케 했던 김제 죽산면의 논에서 추수 후 흙을 떠와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중기처리 제초제에 대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저항성 피는 다른 저항성 잡초들에 효과적인 벤조비싸이클론과 브로모뷰티드 등과 같은 약제에도 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 5엽기 이후에 처리하는 후기경엽처리제들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사진 Ⅰ> 박 연구관은 “지난해 제초제를 2~3번 사용해도 피가 죽지 않았던 농가들은 제초제 처리하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피가 안 죽은 것이 아니다”며 “피에 저항성이 발현됐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도 농약 제조 회사들은 중기제초제의 사용 시기를 ‘이앙 15일 후’로 표기해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예전에는 이 시기가 3엽기쯤 이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현재는 기온이 높아지고 있어 잡초가 빨리 자라 이앙 15일 후에 제초제를 사용하면 이미 잡초 제거시기를 놓치게 된다는 게 박연구관의 설명이다. |
‘액상수화제’보다 ‘입제’가 효과적 현재 액상수화제, 초간편제형 등의 중기일발처리제 등은 시장에서 2008년 기준 32% 정도의 점유율을 보인다. 노동력 절감뿐만 아니라 처리가 간편하고 입제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박 연구관은 그러나 이런 간편 제형들은 국내 사정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논 한 필지의 크기가 300~600평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서산 간척지 등 한 필지에 1600평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편 제형의 제초제를 살포하면 약이 바람 때문에 논 한쪽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
이로 인해 약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쪽의 잡초들이 약에 견디는 힘을 길러 저항성이 발현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초제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입제 타입의 약제를 꼼꼼히 뿌려주기를 권한다. 수로, 농기계 공동사용…피 확산 원인 박 연구관은 “벼는 C3식물로 배기통이 3개이고 피는 C4식물로 배기통이 4개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피는 벼보다 왕성하게 자라는데다 벼와 양분 경합이 가장 심한 잡초이기 때문에 다른 저항성 잡초들과는 심각성의 수준이 다르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경우 한 지역에서 저항성 잡초가 발견되면 수로를 막고 벨트를 형성해 확산을 막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수로를 같이 쓰는데다 농기계 임대 사업으로 기계 작업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저항성 피가 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수로에 그물망을 설치해 봤더니 씨앗이 꽉 차서 망 째 떠내려 가더라”고 경험담을 들려준다. 수로 정비 사업 등 주변 환경의 열악함도 피 확산에 한 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파→기계이앙’…이앙 후 적정수위 유지 이미 피에 저항성이 발현한 것으로 판명된 상황에서 원인만을 탓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는 박 연구관은 “잡초는 병해충과는 달리 수확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저항성 메카니즘 등의 원인 규명보다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요청하고 강의를 다니는 것도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기 위함이다. |
“피 등 잡초도 식물이기 때문에 발아를 하기 위해서는 햇볕이 꼭 필요합니다. 이앙한 후 반드시 5일간은 단 한 시간이라도 수위가 5cm 이하로 내려가면 잡초의 발아가 진행되는 만큼 반드시 적정수위를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농업인들이 관행적으로 건답직파 시 볍씨를 뿌린 후 며칠 지난 뒤 잡초가 발아한 후 페녹시계 제초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벼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잡초들이 저항성을 획득하기 더 쉬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직파(건답․담수 직파 모두 포함)는 이앙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
박 연구관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저항성 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중기 약제를 펜트라자마이드, 메페나셋, 카펜스트롤 혼합제로 제한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이앙전처리제인 ‘론스타’, ‘톱스타’, ‘솔레트’를 처리한 뒤 이앙 10~12일 후 ‘영일스타’, ‘지름길’ 등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사진 Ⅱ> 특히 약제 처리시기를 놓치면 저항성 피를 방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뿌리 활착이 완전하지 않은 경우 약해의 소지가 있어 신중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이앙전처리제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앙 후 10일 이내에 초․중기 제초제를 처리해야 하고, 점보제 및 액상수화제 등 간편제형 제초제 등은 반드시 바람이 없을 때 사용해야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 저항성 올챙이고랭이, 물달개비 등도 여전히 문제되고 있어 벤조비싸이크론과 브로모뷰타이드가 함유된 제초제 사용을 권장했다. “제초제가 최근 몇 십년간 빠르게 발전해 왔기 때문에 잡초가 별로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잡초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현재 잡초연구직 공무원이 전무한 실정이지요.” ‘저항성 피’가 향후 벼농사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이를 연구하고 방법을 찾아낼 전문가 집단이 절실한 때라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