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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약사법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테마기획]농약업계, 법제정 ‘반대’···· “현행법에 장점 흡수”농학계는 ‘적극 지지’····“농약 오남용 완화 대안”

 
국회에 ‘식물의약사’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농과대학 교수들은 ‘농약 판매업자의 전문성 강화로 농약 오남용을 줄여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찬성하는 반면, 농약업계는 ‘우리나라 농업여건을 감안할 때 현실성과 실효성이 결여 된다’며 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물도 사람과 동물처럼…’
사람과 동물의 병리에는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와 수의사제도가 있으나 농작물을 포함한 식물에는 의학전문가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식물의 병․해충과 잡초 및 생리장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만큼 식물병리전문가인 ‘식물의약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식물의약사법’ 제정안의 취지이다.

유성엽 의원(무소속, 정읍) 등 10명은 지난달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식물의약사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래야만 농약 오남용 문제 완화를 통한 농산물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를 위해 식물의 병․해충과 잡초 및 생리장해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식물의약사’와 ‘식물진료업’을 두되, 식물의약사가 되려는 자는 식물의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시험응시자는 농과대학에서 식물의약학 관련학점을 이수하고 농학사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법제정의 주요골자이다.
 
식물의약사법 제정안은 또 식물의약사가 아니면 식물을 진료할 수 없고, 식물의약사는 식물병원을 개설하거나 그에 소속되지 아니하고는 직무를 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식물의약사는 식물의약사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해 농식품부장관 등은 방제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식물의약사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농약관리법상의 ‘판매업’을 ‘판매업’ 또는 ‘방제업’으로 구분해 판매업 또는 방제업의 등록을 하려는 자는 반드시 식물의약사 면허를 취득해야만 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농대생들의 취업문을 넓혀라?’
이같은 식물의약사법안 발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5월 한국식물병리학회, 한국농약과학회, 한국응용곤충학회, 한국잡초학회 등에 참여하고 있는 농과대학 교수들이 중심이 돼 당시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실에 법제정을 건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06년 5월 국회에 법안이 발의 됐으나 농림부, 학회, 관련협회 등과 수차례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법제정의 실효성과 현실성을 인정받지 못한데다 김재원 의원의 낙선 등으로 인해 국회 종료와 함께 발의 법안이 폐기(2007년 12월)된바 있다.

이처럼 식물의약사법안은 관련학계를 주축으로 추진되면서 ‘농약의 오남용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라는 겉으로 드러난 명분보다는 “제자(농대 졸업생)들의 취업문을 넓히려는 농과대학 교수진들의 ’숨은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이들은 법제정 이후 관련학과를 신설해 농과대학 출신들의 새로운 직업군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드러내 보이고 있을 정도다. 현재 농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고시제도가 미흡한 상황에서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식물의약사와 같은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 농과계 교수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나’
농약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해 “농업경시 풍조로 농대 지원자가 줄어들고 또 농대를 졸업해도 마땅한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으니 그런 제자들을 가르치는 교수님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제정을 통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발상은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현실성을 무시하고 법제정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으나 ‘득보다는 실이 너무 크다’는게 농약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식물의약사의 자격조건을 강화하고 식물의약사가 아닌 자는 농약 판매 및 방제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면 농약판매업자 및 방제업자의 전문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는데는 공감하고 있다.

또 식물병 진단 인력 확대 및 식물진료․방제업 산업육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가령 농촌진흥청과 농업기술센타 등의 국가 인력이 맡고 있는 식물병 진단․방제분야에 식물의약사라는 민간전문가 그룹을 양성할 수 있고, ‘가정원예’, ‘가로수방제’, ‘항공방제’ 등 식물병 진료․치료, 방제업에 대한 수요를 제도적으로 보완함으로써 관련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제정으로 인한 폐단은 이같은 기대효과보다 월등하다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먼저 농약판매업자가 식물의약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농약 판매업자의 자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단순 판매업에 식물의약사(국가고시) 의무고용은 수준이 너무 높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일부에서는 ‘농약기사’를 신설해 판매업자가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으나, 현재 판매상이 일정학력(농고이상), 일정교육을 수료한 농약판매관리자를 의무고용하도록 ‘농약관리법 전부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농약유통의 50% 상당을 점유하고 있는 3000여 시중농약판매상의 경우 대부분 영세해 식물의약사를 고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농약판매상에 식물의약사를 의무고용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가령 연간 500명의 식물의약사가 배출된다고 가정하더라도 5000여 판매상(농협포함)에 의무고용하기 위해서는 10년이 소요된다는 것이고, 이 기간 내에는 또 어찌 운영할지에 대한 규정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식물의약사의 진료기능이 농업기술센터와 농협에서 수행하고 있는 영농지도 기능과 유사해 인력, 시설, 장비 등의 중복 우려가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식물의약사의 진료․처방 후 발생된 약해피해에 대해 농가 피해보상 등 각종 민원발생 소지가 높다는 점이다. 처방전에 따른 농약살포에도 불구하고 약해피해, 방제효과 미흡 등의 민원이 야기될 경우 원인규명과 피해보상이 쉽지 않아 이로 인한 분쟁이 상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농업인의 자가진단․사용에 대한 금지조항이 없어 농업인의 자율적 사용으로 인한 오남용 감소 효과 또한 현재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농약관리법만으로도...”
따라서 농약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식물방역, 농약 판매․사용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식물의약사 제도는 정책연구 용역수행, 해외사례 수집, 현행제도(농약관리법, 식물방역법)와의 관계설정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도입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필요할 경우 기존 법에 장점 등을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방향이라는 주문이다.

대부분 농약판매상은 농약 이외에도 종자나 비료 등 다른 농자재 판매를 병행하고 있으며, 작물 생육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는데다 농작물은 고착성으로 직접 방문 또는 농민의 구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식물의약사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이 어렵다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농작물에 발생하는 1500여 병해충 및 잡초와 작물생리․생태 등을 고려할 때 과연 식물의약사가 완벽하게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던진다.

그보다는 현재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의 전문가에 의한 병해충 예찰과 방제지도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의 지도강화방안이 더욱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문이다. 또 식물의약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른 추가비용이 농업인들에게 전가돼 농약가격 인상에 따른 농가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는 어찌 해결할 것인지 되묻고 있다.

결론적으로 식물의약사에 의한 식물병원의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법안은 우리나라의 농업여건상 도입의 실효성이 낮은 만큼 농작물 병해충 방제에 관해서는 농업기술센터나 농협 등의 농업인 교육 및 지도와 정보제공 기능을 강화하고, 농약판매상의 전문성 향상 및 농약의 안전성 향상에 대해서도 농약관리법의 관련규정을 개정(현재 정부에서 개정안 마련중임)해 보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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