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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정보

경제사업 실적 없으면 “조합원 자격 박탈”

경제사업 범위와 실적에 대한 기준은 아직 불투명
농자재업계 ‘계통 농자재 강매 및 유통일원화’ 우려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농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회장 호선제 선출, 축산 경제 특례 폐지, 조합원 정예화 등 여러 조항에서 농업계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농민단체와 정치권이 ‘농협중앙회장·농협 무력화’ ‘정부 개입 노골화’를 지적하고 ‘관치농협으로 돌아가려는가’라며 강력반발하고 있다.

35개 농민·시민단체가 참여한 ‘좋은농협 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역시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조합원의 힘을 약화시켜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을 직접 틀어쥐려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재검토를 요구하며 처리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다.


농식품부 “경제사업과 조합원 중심으로 개정” 

농식품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2017년 2월 농협 사업구조 개편 완료이후 중앙회의 경제사업 기능이 경제지주로 이관됨에 따라 중앙회 및 경제지주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고, 일선 조합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경제사업과 조합원 중심으로 조합이 운영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필요했다”라고 그 추진배경을 설명한다. 

이에 따라 농협법 개정안의 기본방향을 ▲중앙회는 조합 지도·지원 기능에 적합하도록 운영규정을 보완 ▲경제지주는 시장대응에 적합하게 운영되도록 농축산물 판매·조합 경제사업 협력 등 기본 규정 외에는 자율경영 존중 ▲일선 조합은 경제사업을 잘 이용하는 조합원이 중심이 되어 사업과 조직이 운영되도록 개선 ▲농협의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감사기능 강화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그 결과 개정안에는 ▲중앙회 회장의 호선제 선출 ▲중앙회장의 직무 조정 ▲경제지주 조직 및 임원선임 방식의 정관 명시 ▲축산특례 폐지 ▲조합원 정예화 ▲감사기능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합원 정예화, 경제사업 실적없으면 자격 박탈  

일선조합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조합원 정예화“이다.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조합원 수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 조합원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할 경우 조합의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협법 제30조는 ‘제명’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정관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1년이상 제57조 제1항 제2호(경제사업)의 사업을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 총회의 의결을 거쳐 제명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농식품부는 “협동조합 조합원이 조합사업을 이용해 편익을 얻고 조합원이 운영에 적극 참여해 조합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본 구조”라며 “조합원이 조합 사업을 적극 이용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밝히며 “경제사업(구매·판매) 최소 이행량을 자체적으로 정해 준수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2014년 기준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총 조합원 중 19%인 45만명 수준이다. 판매사업(조합으로의 농축산물 출하 등)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173만명에 달한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조합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 현재 230만명이 농협 조합원 중 약 4분의 1이 넘는 60만명이 비조합원으로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합원 30% 줄 경우 전체농협의 20%는 존립 어려워 

문제는 지금도 조합원 수 기준 때문에 존립기반이 약한 회원농협의 많다는데 있다. 농협법 시행령을 보면, 조합 설립인가 기준 가운데 최소 조합원 수는 지역조합이 1000명, 품목조합이 200명, 특·광역시나 농가 700가구 미만의 도서지역은 300명이다. 

만약 조합원에 대한 자격을 강화해 약 30%의 조합원이 자격을 잃는다면 일선조합중 20%는 위의 조합설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존립자체가 어렵게 된다. 또한 조합원 자격을 잃은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할 경우 출자금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2014년말 현재 전체 조합원중 65세 이상 고령농은 121만명(52%)에 달한다. 고령농들이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조합원 자격을 잃고 조합을 탈퇴한다면 전체 출자금의 53%(지역농협 기준)에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조합설립 기준 및 출자금에 대한 조정이 먼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자격만 강행할 경우 일선조합에서는 큰 혼선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경제사업 실적 의무화, 농협을 위한 조합원?  

조합원 자격 유지를 위한 ‘경제사업 실적 의무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선이 높다. 조합의 사업에는 ▲교육·지원사업 ▲경제사업 ▲신용사업 ▲복지후생사업 ▲교류·협력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있다. 이중 경제사업을 특정해서 실적 강요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조합원들은 많은 사업중 자신의 상황과 판단에 맞춰 선택적으로 이용하면 되는 것이지, 특정사업을 강요하면 안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농협법에서는 지역농협의 목적(제13조)에 대해 “조합원의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하며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기술, 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여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조합원의 자격(제19조)에 대해서는 ‘조합원은 지역농협의 구역에 주소, 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업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현행법에는 ‘농협이 조합원의 판로 확대 및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데, 개정법에 따르면 ‘조합원은 일단 농협 경제사업을 먼저 이용해야 하며 농협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조합원의 자격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조합원을 위한 농협인지, 농협을 위한 조합원인지 아리송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계통농자재의 구매강요는 아닐까 의심 

경제사업 실적 강요는 계통 농자재의 선택 강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비료·농약·농기계 등 영농자재 공급과 농산물 도매사업, 소비자유통 등 농협경제사업을 일정정도 이용해야 농협 조합원 자격을 주기로 했다”라며 “경제사업(구매·판매) 최소 이행량을 자체적으로 정해 준수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 관계자의 발언처럼 비료, 농약, 농기계 등 영농자재의 구매사업의 최소 이행량을 강요한다면 이는 계통농자재의 강요이며, 소비자의 구매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자유 시장경쟁을 위협하며 농협 외 시판상·농자재전문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농협법 제57조 제1항 제2호에는 농협의 경제사업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데 ▲농산물의 제조·가공·판매·수출사업 ▲농산물의 유통 조절 및 비축사업 ▲사업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의 구입·제조·가공·공급사업 ▲공동이용시설의 운영 및 기자재의 임대사업 ▲조합원의 노동력이나 농촌의 부존자원을 활용한 가공사업, 관광사업 ▲농지의 매매, 임대차, 교환의 중개 ▲위탁영농사업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사업에 대해 최소이행량을 운영한다는 것은 농자재의 유통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하겠다. 


회장 호선제, 농업계의 직선제 요구와 정반대        

농업계 전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안건은 중앙회회장의 호선제로 이는 농협개혁을 후퇴시키는 결과라고 비판받고 있다. 농업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중앙회장 선거방식을 간선제에서 식선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19대 국회에서는 중앙회장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이번 개정안에서 반영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경제사업 이관 이후 경제사업 기능은 지주 이사회가 담당하며, 중앙회자의 모든 권한은 사업대표에게 이양된다”라며 “협동조합은 이사회 중심의 공동 의사결정 구조이며 중앙회장은 비상임이므로 선거를 통한 선출방식은 적합하지 않고 호선제가 적합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럴 경우 중앙회장 선출방식이 지난 2009년 ‘조합장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바뀐 이후 다시 ‘이사회 호선제’로 변경된다. 이에 대해 농업계 및 정치권에서는 “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으로 바꾼다는 것은 정부의 생각대로 중앙회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NGO단체로 구성된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도 “농협중앙회의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정부와 경영진에 의해 더욱 좌지우지 될 것”이라며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중앙회장과 회원조합의 권한은 약화시키고 정부개입은 더욱 심해지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중앙회장 ‘대표성·책임성’ 어디까지?

이번 개정안으로 중앙회장의 권한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입법예고안처럼 농협중앙회장이 농업경제·축산경제대표를 비롯해 교육지원부문을 책임지는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 등에게 위임해 전결토록 했던 업무권한이 모두 각 사업대표의 고유권한으로 전환되면 실제 사업과 관련된 부문에서는 중앙회장의 권한이 없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될 경우 중앙회장이 실질 업무에 관여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대표성을 어디까지 인정해 야 할지, 그리고 책임성은 어느 선까지 규정해야 할지가 모호해진다.   


경제지주 정관변경때 농식품부 인가받아야

경제사업과 관련된 중요쟁점은 ‘경제지주 정관변경시 농식품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조항이다. 현쟁 규정에서는 정관을 변경하려면 총회만 통과하면 되었었다. 농협을 비롯한 농업계는 “경제지주는 엄연히 상법사 회사”라며 “이런 규정은 농협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조치”라고 반달하고 있다.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 및 사업운영의 전문성, 효율성 강화를 위한 사업구조개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농협경제지주의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역시 “경제지주 정관의 농식품부 인가, 조합감사위원회 의결사항에 대한 농식품부 보고 의무화 조항은 정부의 개입력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라며 “결국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경영진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축산특례폐지, 축산분야 전문성·독립성 상실  

축산특례(농협법 제132조)란 지난 2000년 농협과 축협이 통합될 당시 축산경제대표를 축산조합장들이 직접 선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축산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축산업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국내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의 농협법 개정안은 농업경제대표와 축산경제대표 선출방식을 농협이 알아서 정관으로 정하도록 했다. 즉, 축산특례조항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농업경제대표, 축산경제대표는 사실상 사라지고 경제지주 대표 한 명만 선출되게 된다. 전국 1132개 일선조합 중 축협은 139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안에서 축산분야는 뒷전으로 밀리며 전문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있다. 

축협 관계자는 “가뜩이나 축산농가가 어려운데 농업 쪽에서 대표가 나오면 자연스레 축산 쪽 지원이 줄 게 될 것”이라며 “미래 성장산업이자 생명산업인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농협축산지주 설립과 축산특례 존치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기능 강화, 사고예방? 농협감시? 

농식품부는 또한 중앙회 및 지역농협에 대한 감사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중앙회의 감사위원장·조감위원장은 외부 전문가를 선임토록 하였으며, 지역조합에 있어서도 일정규모 이상 조합은 외부인 상임감사를 두게 하고, 일부 비상임 조합장에게 부여된 경제사업·교육지원사업 집행권을 제외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조합의 내부통제 강화 및 조합의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조항에 대해서도 “지역농협의 힘을 약화시키고 정부가 감사기능까지 간섭한다”라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에 입법예고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달 29일까지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필요사항을 반영하고, 8월까지 정부 내 입법절차를 거쳐 금년 8~9월 중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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