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작물을 계속해서 재배함으로 나타나는 연작피해.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통이 다른 작물을 돌려가며 농사를 짓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다. 하지만 다른 작물을 돌려가며 농사를 영위하기는 쉽지 않다. 경북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안병문씨는 “이미 성주는 참외로 이미지가 형성돼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어떻게 다른 작물을 돌려짓기 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참외가 대부분인 지역이라 다른 작물을 재배해도 판매가 어렵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이미 지역과 농산물을 연계해 기억하는 만큼 브랜드의 가치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연작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농촌 현실을 감안하면 어려운 상황이다. 연작피해 경감 기술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왕겨·우드칩 등 유기물 염류 낮춰 염류집적이 심해 나타나는 연작피해는 물로 염류를 씻어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피해방지법이다. 노지에서 염류집적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강우에 의해 염류가 지하수로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설하우스나 비가 부족한 지역에서의 염류집적 해소를 위해서는 염류가 적은 토양으로 환토하거나 염을 빼 낼 수 있는 제염작물을 심는 등의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 왕겨나 우드칩과 같이 분해가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난분해성 유기물을 토양에 투입하면 상대적으로 뿌리 부분에 염류 농도가 낮아지게 된다. 난분해성 유기물은 토양수분이 토양표면으로 상승하는 것도 억제하기 때문에 염류의 집적을 억제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물이 작물 주변에 분포하면 유기물 부피에 의해 토양 사이의 공간이 넓어져 통기성이 좋아지고 장기적으로 서서히 분해되면서 영양 공급제 역할도 하게 된다. 여기다 유기물이 수분과 밀착하고 있어 서서히 배출하기 때문에 보습력도 높아진다. 다만 난분해성 유기물을 과다 사용할 경우 뿌리 주위에 일시적으로 질소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미생물농약·제제의 투입을 통해 염류집적을 방지할 수 있다. 미생물을 토양에 투입하면 항균물질을 분비해 토양병원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유기물 등을 분해해 작물생장에 도움을 준다. 또 인산을 분해하는 균도 있어 이를 투입하면 염류집적을 직접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딱딱한 토양은 ‘심토파쇄’ 토양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우 경운을 깊이 해 흙을 갈아줘야 한다. 최근에는 심토파쇄기가 개발돼 토양을 갈아엎지 않고도 토양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심토파쇄기로 토양의 공극이 늘어나게 되면 통기성이 좋아져 뿌리의 가스 교환이 잘 일어나게 되며 뿌리가 토양 깊이 뻗어가게 돼 염류가 집적된 토양 표면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준다. 또 뿌리가 깊은 토양의 양분도 사용할 수 있게 돼 작물 생육이 좋아지게 된다. 시설재배지에서는 진동형 심토파쇄기를 활용하는 것이 더 간편하다. |
선충·토양병, 담수·열 소독 선충·토양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간작기에 담수를 하고 벼를 재배토록 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연작피해가 심한 곡성의 경우 지자체에서 멜론 재배 농가에 벼 재배를 권장하고 있다. 벼 재배를 위해 담수를 하면 토양 내 산소공급이 어려워지고 먹이 부족으로 선충 등이 사멸한다. 논에 연작피해가 거의 없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 선충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시설재배지에 두둑을 만들고 물을 채운 후 비닐을 덮어 태양열로 소독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은 한 달 이상 기간이 걸리는 점이 단점이다. 또 선충이 선호하지 않는 식물을 간작기에 심으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크로타라리아를 두 달 정도 재배하면 먹이 식물이 없어 선충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식물을 로터리로 경운하고 1개월 간 부숙시키면 토양에 유기질을 공급하는 역할도 함께 하게 된다. |
전북 남원시 운봉읍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최낙주씨는 지난 4월 토마토 재배지 약 20a를 열수로 소독해 병해 없이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방울토마토와 상추를 돌려짓고 있지만 두 작물 모두 선충 등에 의한 연작피해가 심해 고심하던 차에 전북 남원시농업기술센터로부터 열수소독기술을 전수받아 적용했다. 김종필 남원시농기센터 연구관은 “열수소독은 물을 끓여 시설재배지에 살포하는 기술로 6.6a를 처리하는데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열수소독 처리구간에서는 바이러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청고병 또한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처리 구간에 비해 수확량도 14%가량 높았다”면서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일주일 내로 작물을 정식할 수 있고 열수로 선충·토양병원균 등을 사멸시키기 때문에 가스 배출 등의 작업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관은 “수출 멜론에서도 열수소독을 적용한 결과 멜론괴점바이러스(MNSV)와 덩굴쪼김병이 현저하게 줄어 기존에 비해 수확량이 22%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시설상추는 뿌리혹선충이 68.7% 감소되는 결과를 보였다. |
경북도농업기술원은 연작피해를 막기 위해 스팀소독 기술을 개발했다. 스팀파이프를 시설재배지 50㎝ 깊이에 설치하고 스팀을 분사해 토양을 찌는 기술이다. 이중환 경북도농기원 박사는 “2008년에 처음 개발된 기술로 현재까지 설치한 스팀파이프가 손상되는 경우는 없었다”며 “설치 첫해에만 시설비가 소요되고 이 후에는 매년 스팀을 연결해 토양을 소독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스팀소독으로 선충의 경우 5%까지 밀도가 낮아졌으며 토양병은 간이 체크 시 곰팡이 등의 밀도가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을 직접 시용해본 경북 상주시 흥각동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정현진씨는 “오이 재배지 23a에 지난해 9월 스팀소독을 실시했는데 오이 초기 생육이 빨라졌다”고 밝혔다. |
연작피해가 심한 농가에서는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토양소독제를 살포하고 있다. 가장 빠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데다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정식하기 한달 전 토양소독제를 살포해 땅을 갈고 중간에 경운 작업을 한 번 더 해줘 발생한 가스를 제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최근 토양소독제 살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가 개발될 예정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 중 현실적으로 농가가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 서비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토양소독기를 트랙터에 부착해 토양소독제를 토양 속으로 직접 살포한다. 동시에 토양소독제가 살포된 땅을 롤러로 눌러줘 가스가 배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정식 한 달 전 이와 같이 살포한 후 시설재배지를 밀폐하며 2~4주 후 하우스를 개방해 토양을 경운하고 잔여가스를 제거한다. 이 모든 작업이 농민이 아닌 대행사가 직접 처리하므로 농가는 정식 전 발아테스트만 해 주면 된다. 특히 토양소독에 사용되는 약제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로 이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또 부수적으로 잡초 발아 억제 효과도 있어 초기 작물 재배에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