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장(腸)과 흙(土)의 연관성

2026.04.01 16:14:14

좋은 농사는 비료를 많이 주는 농사가 아니라
흙을 살리는 농사

최근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 되었는데 사람의 장 건강이 단순히 소화 문제를 넘어 노화 속도와 면역력 그리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건강한 노년과 함께 장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장 속에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으면 병도 덜 걸리고, 몸의 균형도 잘 유지되어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특정 미생물만 과도하게 많거나, 전체적으로 미생물 종류가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농업 축산 미생물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입장에서 매번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의를 통해 강조를 했던 토양 미생물의 다양성이었다.

 

사람에게 장이 있다면 농작물에게는 토양이 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물은 뿌리를 통해 양분을 흡수하고, 그 주변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함께 서식을 하고 있다. 이 뿌리 주변을 근권이라고 하는데, 눈에는 안 보이니까 평화로워 보이지, 실제로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토양 속, 삶의 현장으로 파고 들어가 보면 작금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버금갈 정도의 보이지 않을 뿐, 매우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실험실에서는 전국 농민들 토양이 수시로 택배로 들어와 분석을 하는데, 토양이나 작물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따라 분석 항목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이화학 분석을 진행하고 그 다음에는 토양 미생물 상을 확인하기 위해 세균이나 곰팡이의 밀도를 확인한다. 그리고 더 필요할 경우에는 토양 선충까지 분석하여 식물에 기생하는 나쁜(?) 선충들이 있는지도 분석하는데, 토양 내 유해 선충이 많이 관찰되는 토양에서는 바이러스나 곰팡이병 피해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미생물이 다양하고 밀도가 높은 토양
병 발생 적고 수확량도 많아

미생물 상은 보통 세균과 곰팡이를 분석하기 위하여 2종의 배지에 분석을 하는데 미생물이 다양하고 밀도가 높은 토양은 일반적으로 병 발생이 적고 농작물 수확량도 많다. 반면에 미생물의 밀도가 편협하고 밀도도 높지 않아 특정 미생물들이 우점한 토양은 병 발생이 심하고 작물의 생육 불량이 발생한다. 현장에서 흔히 땅이 살았네, 죽었네 하는 표현을 쓰는데 핵심은 결국 토양 미생물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농사를 짓다 보면 당연히 병이 생기고, 벌레도 생긴다. 진딧물 같은 녀석들은 보였다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빽빽하게 개체수가 늘어나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데 자칫 방제 시기를 놓치면 작기 중 내내 진딧물 방제를 위한 돈과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야 한다.
이렇듯 당장 눈앞에 병해충의 피해가 관찰되면 친환경이든 화학적 방법이든 살충제와 살균제 그리고 화학비료를 먼저 찾게 된다. 물론 필요할 때는 사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병이 생겼다는 것은 단순히 병원균이 넘어온 것을 넘어 토양 안에서 미생물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병원균만을 죽이겠다고 약을 치면 어떻게 될까? 병원균 일부도 사멸시키겠지만 동시에 유익균도 같이 감소가 될 것이고 미생물의 다양성은 더 붕괴가 되어 지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까지 접하지 못 했던 새로운 병원균들이 붙기도 하고, 병원균의 내성이 생겨서 전에는 한 번만 쳐도 병이 누그러지는 듯 했는데 요즘에는 2~3개 약을 혼합하여 방제를 해도 방제가가 예전만 못 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중요
앞서 이야기한 사람의 장 건강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균 몇 종만 있다고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미생물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가 중요하다. 토양도 똑같다. 세균이나 곰팡이, 방선균, 효모 등과 같이 서로 다른 미생물들이 서로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하기도 하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토양에서는 특정 병원균이 자리 잡기 어려운 환경이 된다. 이러한 원리는 가축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가축의 장내 미생물이 안정되면 사료 효율이 좋아지고 면역력이 올라가 질병 발생이 줄어든다, 그래서 요즘에는 사료에 미생물을 넣거나, 장내 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되고 있다. 결국 사람이나 가축이나 작물 모두 미생물 다양성이 건강을 좌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때는 벌써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春分)을 지나 청명(淸明)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때 반드시 해야 할 작업으로 토양 미생물 환경을 살려주는 것이다. 완숙 퇴비를 공급하고 유기질 비료를 투입하여 토양 유기물 함량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농사를 직접 짓지는 않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반드시 완숙 퇴비를 넣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미숙 퇴비로 인해 토양 선충을 비롯한 뿌리파리와 같은 해충 밀도가 높아지고 병원균까지 덩달아 증가하면서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장 건강이 노화와 면역력을 좌우하듯이 토양의 미생물 다양성은 농사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좋은 농사는 비료를 많이 주는 농사가 아니라 흙을 살리는 농사이다. 흙을 살린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미생물들이 잘 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봄철 농사를 준비하는 지금 비료나 농약도 중요하지만 우리 밭의 미생물부터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농사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발아래 흙 속의 미생물들이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뉴스관리자 newsa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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