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스토리가 있는 농업

2014.12.02 16:47:55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방안의 하나로서 농식품의 6차산업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주요 농업정책의 하나로 떠오른 농식품의 6차산업화는 1차산업인 농업과 2·3차 산업간 연계를 통해 농외소득을 올리고 지역특산화산업으로 육성하자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농업인의 1인당 경지면적이 0.6ha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주요 농산업국에 비해 경지면적이 현저히 적어 그만큼 농업소득을 올리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 도시민소득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농업인소득을 올려야 하는 정부는 그 해답을 농식품의 6차산업화에서 찾고 있다.


또한 6차산업화를 로컬푸드 확산과 직거래 등 신유통 확산 그리고 지역자원을 활용한 농촌관광 활성화로 확장해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농산물의 지역내 가공·소비 체계를 구축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최신 ICT 기술, 유통기법을 도입한 다양한 직거래·B2B를 확대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확대를 모색중이다.


이와 함께 국내 관광 중 농촌 및 음식관광의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농촌자원과 승마, 산림, 음식 등을 연계한 농촌관광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농촌지역 자원 연계를 통해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농촌관광의 품질과 서비스를 높이려는 것이다.


 
삶과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농업
최근 6차산업화 선진지역 탐방이라는 주제로 그 현장을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처음 발길을 향한 곳은 전북 임실 치즈마을이다. 행정상의 주소도 임실군 임실읍 치즈마을인 이 곳은 86가구 230명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이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시골 동네에 불과했던 이곳이 국내에서 유명한 치즈마을로 자리잡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의 축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8년 전 벨기에 출신인 지정환 신부가 산양 두 마리를 키우면서 치즈 만들기를 시작했다. 마을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후 심상봉 목사, 이병오 이장 등이 그 일을 이어받았고 선구자와 같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임실마을에 소재한 치즈농가의 하나인 이플목장유가공의 송기봉 대표는 “오랫동안 느티마을로 불리던 이 곳을 치즈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것 자체도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고 술회한다.


이처럼 한 외국인 신부가 작은 씨앗을 뿌리고 수십년 간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숲과도 같은 결실을 맺었다. 임실하면 치즈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만큼 전북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고 순전히 치즈를 만나기 위해 임실마을을 찾는 사람들도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다. 마을사람들이 직접 진행하는 치즈 낙농체험이 이 곳을 찾는 이들에게 소박하고도 흥겨운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임실 한 농가의 치즈 창고에서 만난 고다치즈는 네덜란드의 가우디라는 마을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네덜란드 치즈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고다치즈를 한국의 작은 낙농마을에서 만나는 것은 각별한 기쁨이다. 이처럼 마을이 치즈의 역사를 담고 있듯 이 곳에서 치즈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송기봉(55세) 이플목장유가공 대표는 올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됐다. 그가 자신의 농가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따끈한 우유 족욕을 권하며 들려준 이야기는  좀체 끝날 줄 몰랐다. 일찍이 친환경농업에 뜻을 둔 청년시절부터 치즈에 홀려 임실 치즈마을 만들기에 두 팔 걷고 나섰던 이야기, 목장형 유가공회사를 창업해 특허출원 치즈를 개발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끝없이 펼쳐졌다.


다음 행선지로 찾은 경남 함양군 지곡면의 명가원에서 마주친 것 또한 산업보다는 삶이 담긴 이야기였다. 명가원의 박흥선 대표는 오랫동안 함양에 터잡고 살아온 하동 정씨 일두 정여창 가문의 16대 손부로서 시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솔송주를 빚어 상품화하고 있다.


솔송주는 하동 정씨 가문에서 500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가양주다. 현재 명가원은 지리산에서 내려온 맑은 물, 인근 지역에서 자란 신선한 원료를 이용해 다양한 술을 빚고 있다.


명가원에서 내놓는 술 중에는 대한민국우리술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4년 연속 상을 받은 술이 있는데 솔송주를 2년간 저온 숙성시켜 만들어낸 고급 증류주로서 은은히 퍼지는 소나무 순의 향이 일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가문의 16대 손부 박흥선 대표는 품격 높은 솔송주의 전통을 계승하고 대중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식품명인에 이어 2012년 경남 시도무형문화재 35호로 지정받았다. 


먼저 제조공장을 방문한 일행들에게 박 명인은 술에 대한 소개에 앞서 개평마을 이야기를 들려줬다. 함양의 중심에 위치한 개평마을은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유학자를 배출한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선비마을이다. 조선조 오현(五賢, 유림에서 받들어 모신 어질고 학덕이 높은 다섯사람)이라 불린 일두 정여창 가문이 500년 넘도록 살아온 마을이기도 하다. 술이 아닌 문화를 내세운 명가원의 진가는 개평마을 안의 일두고택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꼽히는 이 집은 지금도 박 명인 부부가 살아가며 한켜 한켜 삶의 역사를 새겨가는 곳이다. 일두고택은 미리 예약하면 하룻밤 머물 수 있는 한옥스테이가 가능한 곳이다. 운치있게 꾸며진 솔송주 전시관에서 솔송주 전 제품을 시음해 볼 수 있다.


일두고택에 잠시 머물며 농식품의 6차산업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긴 시간 정성들여 축적해온 삶과 문화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 그곳이야말로 6차산업화 농업의 선진지였던 것이다.                      

 이은원 hiwon@newsam.co.kr





이은원 hiwon@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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