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진짜 효과 내는 미생물과 배양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2025.07.01 00:58:21

농업인 중심의 유용미생물 공급으로 바꿔야 할 때

2006년 경기도 양주지역 축산 냄새를 해결하기 위하여 미생물을 보급하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 후로 우리나라 전국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난 20년간 유용미생물(고초균, 효모, 유산균, 광합성세균, EM 등)을 배양하여 농업과 축산분야 농업인에게 무상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왔다.


이 사업은 유기농업 확산과 화학농약·비료 저감의 대안으로 추진되어 농업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농촌 현장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유용미생물 공급 사업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미생물이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미생물이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계분 퇴비를 발효시킬 때 어떤 미생물을 사용해야 되는가”는 최종 소비자인 농업인의 궁금증과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1년 내내 같은 미생물, 농업인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급하는 유용미생물은 대부분 연중 동일한 균주(Bacillus spp., Lactobacillus spp., Saccharomyces spp. 그리고 광합성균 등)를 계절이나 작물 생육단계와 관계없이 반복 배양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작물 재배는 계절에 따라 생육 환경과 생리적 요구가 뚜렷하게 달라지며, 지역마다 기후와 토양, 주요 재배 작목 또한 상이하기 때문에, 공급되는 미생물 역시 작물의 생육 단계와 지역 특성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뿌리작물, 엽채류, 과수는 생장 형태와 생리적 특성이 전혀 다른데, 이들에 동일한 미생물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미생물은 결코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해서는 안되며, 작물의 특성과 생육 단계에 맞춘 선택과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농업인의 필요보다 농업기술센터 시스템 편의에 맞춰 동일한 공정과 동일한 균주를 연중 공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는 미생물 배양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인력이 미생물 전공자가 아닌 무기계약직 실무자 중심이라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미생물 배양도 '전문성'이 필요한 시대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배양 환경, 영양원, 온도, 산도(pH), 산소공급 여부에 따라 활성과 효과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현재 많은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미생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민감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과거에 배양해오던 방법과 균주를 반복배양하여 공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농업 현장에서는 유용 미생물에 대한 효과에 대한 의심과 함께 최종 소비자인 농업인의 미생물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유용미생물 배양 보급사업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계절별, 작물생육단계별 배양 균주의 로드맵 구축이 필요한데 지역별 주요 작물과 생육 단계를 고려하여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배양할 미생물 균주 리스트를 표준화해야 한다.


봄철에는 유기물 분해 능력이 우수하고 작물 뿌리 활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생물군이 출동을 해야하고, 여름철 고온기에는 병해 억제와 고온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녀석들을 배양해야 한다. 가을철에는 아무래도 수확기에 필요한 생식생장과 토양 지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생물을 배양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유용 미생물을 배양하여 공급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 입장에서는 “현장을 모르고 내뱉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무시할 수 있다.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절대 실행이 불가한 제안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 열두달 작물의 종류나 재배환경 변화를 무시하고 같은 미생물을 전국 농업기술센터에서 거의 같은 미생물을 똑같이 공급하는 것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현재 미생물 배양 실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미생물 배양 표준 매뉴얼과 필요하면 동영상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시군 단위에서 ‘미생물 담당자 실무 교육 워크숍’을 정례화시켜 미생물 배양에 대한 실무를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야한다.


민관협력 모델 도입
미생물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1:1 현장 컨설팅 제공

보다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지역 내 대학, 미생물 관련 바이오기업, 민간연구소와 협력해 유용 미생물 배양 기술을 개선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의 주기적인 균주 검증 및 미생물의 성능 분석 체계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 또는 매년 1~2월에 진행되는 새해영농설계 교육시 농업인의 미생물 요구를 파악하여 수요 맞춤형 미생물 배양 체계로 전환되어야 신뢰받는 유용 미생물 배양 공급사업이 될 것이다.


‘무료(저가) 공급’에서 벗어나, ‘필요한 미생물을 적기에,
적정하게 제공하는 정밀 공급체계’로 발전해야 할 시점

유용미생물 공급사업은 우리나라 친환경 농업의 중요한 기반이자,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 전략이다. 이제는 단순한 ‘무료(저가) 공급’에서 벗어나, ‘필요한 미생물을 적기에, 적정하게 제공하는 정밀 공급체계’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배양 실무자 직원의 편의가 아닌 농민 소비자의 편의를 우선해야 한다. 공급 실적위주의 짐을 벗어놓고 관내 농업인의 땅에 진짜 효과를 내는 미생물과 배양방법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전문성, 소통, 개선 의지다.
농업인 중심의 미생물 배양 시스템으로 전환될 때, 유용미생물 배양 보급 사업은 대한민국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되며, 다시 한 번 농업의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관리자 newsa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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