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싹 바뀐 작물지도! 우리마을 주작물은?

2016.03.04 11:15:55

한반도 기온·강수량 증가로 작물재배 한계선 북상


한때 돌발적으로 신문지상을 장식했던 ‘이상기후’ ‘기상이변’ 등의 용어가 이제는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농작물의 재배 한계선이 계속 북상하면서 ‘제주=감귤’,‘대구경북=사과’로 불렸던 지역 특산물이 확 달라지거나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충북 농가들이 망고를 재배하고 호남에서는 커피 관광단지가 조성되고 강원도는 인삼 주산지가 되어 버렸다. 제주보다 강원도에서 감귤이 10일 이상이나 먼저 수확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리고 불과 몇 년전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강황, 구와바, 만감, 망고 등의 아열대 작물들이 농경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같은 이유는 단 하나. 기후변화 때문이다. UN산하기구인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의 보고에 따르면, 과거 100년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공업화 이전에 비해 1.4배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전세계 평균기온이 0.74℃ 상승했다고 한다. 특히 최근 20년간의 기온상승 경향은 과거 100년간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 될 경우 21세기의 평균기온은 시나리오별로 1.1~6.4℃까지 상승하는 것을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있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인천 강릉 대구 부산 목포 등 6개 지점의 기후변화를 보면 지난 100년전 대비 기온은 1.8℃, 강수량은 200mm 이상 향상하였다. 평균기온 1.8℃는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가 훨씬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IPCC의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볼 때, 향후 우리나라는 21세기 말까지 평균기온은 6.0℃ 더 상승하고, 강수량은 2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20년 이후에는 남부지방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이남이 모두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같은 기후의 변화는 생태계는 물론 산업과 농업 부문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농작물 지도를 크게 바꿔놓고 있다. 보리 재배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고, 온대 과수인 사과는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아열대 과수인 감귤과 참다래, 무화과의 재배지도 제주도를 벗어나 전남·경남 등 내륙으로 북상하고 있다.


제주, 감귤류 떠난 자리에 아열대작물 자리잡아
농작물의 재배한계선이 북상하며 제주지역의 농작물이 아열대 작물로 급변하고 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집계 결과 제주도내 아열대 과수 재배농가는 2001년 220곳(165㏊)에서 2014년 642곳(347㏊)으로 크게 늘었다. 망고를 비롯해 키위, 블루베리, 용과, 구아바, 아보카도, 아테모야, 바나나, 파인애플, 패션프루트(passion fruit·백향과), 레드베이베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망고 재배농가는 50여곳이며 참다래 재배농가는 554곳에 이르고 있다. 제주망고는 수입산과 달리 완숙한 상태에서 수확해 품질이 우수하다. 구아바는 불을 때지 않고도 재배가 가능하다. 수입자유화로 한때 일제히 폐작했던 바나나도 ‘친환경’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2곳 농가에서 다시 재배 중이다.
제주도농기원은 올해 흑노호, 블랙커런트, 체리류 등 6종의 새로운 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재배 가능성을 실증하고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리치’ 등 무핵종을 도입해 적응성 검토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호남, 한라봉 주산지로 변화... 아열대 작물도 확산
한때 제주도의 특산물을 자랑하던 한라봉은 이제 전남의 대표 작물이 됐다. 한라봉은 1990년대 초 나주에서 첫 재배에 성공한 이후 현재 전남 18개 시·군에서 재배 중이다. 재배면적도 6000여㎡에서 지난해 66만㎡까지 늘었다. 전남 고흥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기온 덕분에 석류·커피·비파 등을 키울 수 있는 아열대 작물 재배 적합지로 떠오르고 있다. 석류는 2005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흥지역에서만 300곳 농가가 하우스 없이 재배하고 있다. 커피도 2012년부터 고흥군 과역면 14곳 농가에서 1.7ha를 재배 중이다. 2020년까지 10㏊로 재배면적을 확대해 커피 체험관광산업을 통한 농업 6차산업 모델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담양에서는 올해 패션프루트 1.5㏊, 고흥은 애플망고 0.4㏊, 보성·장흥은 천혜향 5.3㏊, 영암은 무화과 5㏊ 등 총 12.2㏊의 아열대 과수 재배단지가 신규로 조성된다. 곡성에서는 2008년부터 금호타이어 공장폐열을 이용, 겨울철 난방을 실시해 파파야를 연간 50톤을 생산하고 계약업체에 납품 및 일부 직거래를 하고 있다.
전북 역시 아열대 과일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93농가 19.8ha에서 아열대 작물이 재배되고 있다. 이는 12농가만 재배하는데 그쳤던 4년전과 비교해보면 6.8배 증가한 수치다. 전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아열대 과일 중 하나인 패션프루트의 경우 2014년 9농가(2.0ha)에서 1년만에 49농가(10.7ha)로 5배 이상 늘었다. 패션푸르트는 싱가폴에서 즐겨먹는 열대 과일로 전북에서는 2011년 도입돼 시험재배에 거친 뒤 2014년부터 남원, 정읍 일부 지역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영남, 한라봉·천혜향 등 제2의 제주도 연상 
대구는 사과도시라는 명성을 이제 사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대구의 연간 사과 생산량은 1990년대 후반 4600여t에서 2015년 2794t으로 줄었다. 연평균 기온(14℃)이 사과 재배 적정온도(8~11℃)를 웃돌면서다. 경북지역의 사과 재배면적도 1990년 3만2721㏊에서 2015년 1만9247㏊로 41% 감소했다. 이 때문에 사과 주산지는 경북 중부권에서 안동·청송·봉화 등 경북 북부권으로 북상했다.
경주지역 농가들은 2006년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을 도입해 ‘신라봉’이라는 브랜드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남은 구아바와 망고, 용과, 파인애플, 한라봉, 백향과, 천혜향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221곳(78.9㏊)에 이를 정도로 아열대 과일의 주산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남은 구아바와 망고, 용과, 파인애플, 한라봉, 백향과, 천혜향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221곳(78.9㏊)에 이를 정도로 아열대 과일의 주산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충청, ‘탄금향’은 제주보다 먼저 수확 
충청도에도 아열대 작물이 늘어나고 있다. 재배면적은 2013년 14.5㏊에서 지난해 76.7㏊로 5배 이상 늘었다. 가장 많이 재배된 아열대 채소는 여주(비터멜론)로 372곳 농가(39.4㏊)가 재배하고 있다. 울금(8.6㏊)과 삼채(5.2㏊) 재배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이상기온에 대응하기 위한 기능성 작물 재배도 늘어가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예산 사과농가 절반 이상은 기온 변화에 영향을 덜 받고 색깔은 더 선명한 착색계 후지 품종의 사과를 심고 있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 감귤은 한라봉과 천혜향을 교접한 ‘탄금향’이라는 이름으로 충주에서 생산 중이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같은 품종보다 10일 정도 먼저 수확한다. 무화과, 멜론, 망고가 시범 재배되고 있다.


강원, 감자의 고향에서 ‘인삼’ ‘사과’의 고장으로 
‘감자의 본고향’ 강원도가 ‘인삼과 사과의 고장’으로 바뀌고 있다. 강원도는 최상품으로 평가되는 6년근 인삼의 주산지로 떠올랐다. 전국의 인삼 재배면적이 매년 9%씩 감소하는 데 반해 강원도는 매년 3% 이상 늘었다. 강원도 내 인삼 재배면적은 2005년 1228㏊에서 2015년 2890㏊로 급증했다. 면적으로 전국의 18.7%를 차지한다. 감자 재배 비율(21.2%)에 육박하는 수치다. 홍천군은 인삼 재배면적이 902㏊에 달해 충남 금산 등과 함께 ‘인삼의 고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주목받는 또 다른 작목은 사과다. 강원도의 사과 재배 면적은 2012년 434㏊에서 지난해 522㏊로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 역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기후변화 추세라면 2010년 7천449㏊였던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2020년 4천516㏊, 2050년 256㏊으로 급감하고 2090년에는 '0'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2만2천957㏊였던 난지형(暖地型) 마늘의 재배면적은 8배인 18만1천612㏊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북부지역에서도 포도재배, 남부엔 아열대 작물 확산
경기 역시 강원도처럼 사과의 주산지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포천시의 사과 재배면적은 111ha로 2000년(30㏊)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가평군(75㏊), 파주시(50㏊), 연천군(36㏊) 등의 사과 재배도 크게 늘었다. 서울 이하 남쪽에서 주로 재배되던 포도도 가평군(250㏊)과 포천시(180㏊)에서 이미 많이 생산되고 있다. 파주시의 복숭아 재배 면적도 15㏊나 된다. 파주시는 2007년부터 강황도 재배해오고 있다. 강황은 주로 제주도나 전남 순천, 진도 등 남부지역에서만 큰다. 지난해에는 동남아가 원산지인 과일 망고와 따뜻한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무화과를 시험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한반도에서 비교적 추운지역인 경기에서도 아열대 작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강황, 구와바, 만감, 망고, 아보카도, 여주 등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경기지역 농가는 2009년 50호(6만5천178㎡)에서 지난해 말 기준 129호(12만5천531㎡)로 6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경기지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아열대 작물은 여주로 93농가(8만1천595㎡)가 재배하고, 이어 야자 11농가(1만5천188㎡), 강황 11농가(8천38㎡), 구와바 5농가(7천515㎡) 등이다.
<기획특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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