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산업 경쟁력 제고]농기계산업의 혁신적인 구조조정 필요

2015.11.17 16:14:34

기술저위·유통혼란 해결해야 발전




국내 농기계산업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구조조정과  부족한 기술력을 보강하기 위한 적극적인 R&D 투자, 국내시장 유통질서의 확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6일 이군현 의원이 개최한 ‘농기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농기계·농업 전문가들은 현 농기계산업이 심각한 내수시장의 정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의 부족, 외국산 농기계의 국내 시장점유 확대 등으로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다국적기업의 길을 걷고 있는 해외 농기계 기업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당면문제의 해결과 함께 수출 중심의 농기계 정책으로의 전환도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기업의 합종연횡 강화
이날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 발표에서 “세계 농기계 시장에서 대기업들이 합종연횡, 광범위한 생산·판매조직의 네트워크를 통해 생존전략을 강화하고 후발기업들의 시장진출을 가로막는 ‘사다리 걷어차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농기계 시장은 연평균 약 7%의 증가로 2018년 2000억달러 이상의 규모가 예상되며 과거 북미·유럽 중심에서 아시아·태평양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2023년에는 전체 시장의 50% 가까운 규모로 커질 것이 예상된다. 


아시아·태평양과 남미·아프리카 등 기타지역의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미래시장은 트랙터와 수확기 중심의 시장이 될 것이며 단일국가 비중으로는 중국, 미국, 인도 순으로 전체 40% 이상의 시장몫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다국적기업의 합종연횡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와 같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농기계산업이 생존·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간의 긴밀한 유대 강화와 강력한 R&D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농기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전체 농기계의 수요량 감소와 심각한 시장 정체 상황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등 주력 3기종의 대규격화가 뚜렷한데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은 농기계 선진국의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농기계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 시장에서 일본제 이앙기는 50% 이상으로 체감되고 있고 콤바인(27.4%)과 트랙터(12.4%) 에서도 일본제의 위력이 커지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수년 내에 국산 농기계는 퇴출을 면치 못하리라는 것이 현장의 농기계 대리점과 전문 중고상인들의 평가다.



통상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외국산의 비중이 30∼40%를 넘어서면 가격과 품질의 컨트롤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 지배적인 만큼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은 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이 같은 국내산 농기계의 국내 비중 하락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문제시 된다.


우리나라 농기계 수출은 트랙터와 부품, 작업기 등이 중심이며 대기업의 비중이 70% 이상으로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과 일본, 동남아가 주요 대상국이다. 2009년 무역흑자로 올라서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으며 2020년 10억 달러 수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에 와서 증가세가 현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내수안정 기반으로 수출중심 정책 펼쳐야  
국내 농기계 제조업체는 규모와 매출 면에서 여전히 저위를 면치 못하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1위 기업인 대동의 매출액이 5억달러 수준이며 종합형 4개 농기계회사의 매출을 모두 합했을 때 일본 3위기업인 이세키(13억달러)와 비슷한 정도라고 보면 비교가 쉬울 것이다. 주력 농기계의 생산대수를 보면 일본의 1/5∼1/7 수준인 만큼 규모화가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에 비해 전체적으로 선진국을 따라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농기계 제조업체의 기반기술이 선진국의 80∼90%에 불과하며 성능평가, 자동제어, 설계 기술 등이 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금형과 주단조, 가공, 조립기술은 선진국에 근접해 있다. 직접적인 농기계의 품질에 관련된 안전성, 견고성, 연비 조작편의성, 간편성, 고장율, 외형과 인체공학적 디자인 등 농기계의 물리적·기능적 수준은 기반기술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한국산 농기계의 가격 경쟁력 상실이 두드러진다. 한국산과 일본제 이앙기의 가격을 비교하면, 2010년 한국산이 약 15% 저렴했던 것이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품질과 성능까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확보에 대한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4대 종합형 농기계회사들의 연평균 연구개발비는 110억원 정도로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농협의 최저가입찰은 국내 시장을 어지럽게 하는 요인으로서 지나친 모델 다양화와 농기계의 단기 생산단종, 가격인상, 부품확보 애로, 국산 가격경쟁력 저하, 대리점 경영문제 야기 등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기업의 기종별 전문화로 경쟁력 확보 
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농기계산업이 처한 백척간두의 난국을 해소하고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시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국내 농업정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봐야 하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종별 전문화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농협, 기업의 공동 노력을 통해 왜곡된 국내 시장질서를 정리하고 선진적인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농기계 정책을 수출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고 농기계 20억달러 수출확대 전략을 세울 것도 주문했다. 국내 토종 농기계기업에 의한 국내시장의 안정적 확보는 필수적이며 농협최저가 입찰제도의 개선과 농기계대리점의 안정적 육성 방안도 주장했다. 농자재를 적대시하는 시각을 바꾸고 농업과 상생하는 농자재 산업으로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제 농기계의 과도한 국내시장 잠식
이날 토론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농기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김준수 대동공업 대리점 전국회장은 “외국산 농기계들이 2000년대 중반 이후 물밀 듯이 밀려오고 시장에서는 여러 가격이 혼란스럽게 형성되면서 농기계대리점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본제 농기계가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내 농기계산업은 소멸될 것이며 그로 인한 고용감축, 농기계산업 기술의 퇴출, 무역수지적자 확산 등 다양한 문제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협 농기계 은행사업의 최저가입찰제도로 인한 할인판매는 농기계대리점을 사지로 몰고 가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농협 납품가격과 마진을 농기계대리점에도 동일하게 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20% 이상의 가격차이가 있으므로 대리점이 이것을 극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농협은 당초의 중고농기계 인수에 사업을 한정하든지 현재의 농기계 은행사업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잦은 고장 오명 떨쳐야 한다   
양해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부회장은 “현재 수입 농기계와 국산 농기계의 기술 차이가 많이 나고 있어 농촌 현장에서는 수입 농기계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부회장은 특히 국산 농기계의 잦은 고장이 농업인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승용이앙기의 경우 농번기 사용기간이 15일 정도인데  작업시 고장으로 정지할 경우 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이 많아 고장이 적은 수입 농기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외국산 농기계의 구입비중은 2010년 19.9%에서 2011년 22%, 2012년 23.3%, 2013년 26.9%, 2014년 27.8%로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산 농기계 기술력 제고를 위한 기업의 각고의 노력이 없으면 해결될 수 없으며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친환경 농기계 개발 보급 등 2011∼2014년까지 약 98억원의 R&D를 지원했지만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점도 토로했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개발, R&D 지원에만 그치지 말고 순수 국내 기술로 우수한 농기계를 개발해 실용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원천기술 위한 지원 필요
김경수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 정책지원팀장은 “미국의 경우 100년의 농기계 개발·생산 이력을 갖고 있으며 일본 역시 우리보다 30∼40년 앞서 시장에 진출한 만큼 핵심원천기술에 있어 세계 유수기업들과 국내 기업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농기계산업에서 미흡한 R&D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국내 4개 종합형 농기계회사의 연구개발 투자는 한 해 600억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4%대로서 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절대금액에 있어서는 해외 글로벌 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한 4개사 모두 집중하는 연구개발 기술이 증복되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지원팀장은 이런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심원천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공동개발 전문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핵심원천기술은 개별기업이 접근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미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이종 업체와 연대해 공동개발 전문연구센터를 설립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산업용엔진, T/M 등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자동차, 건설, 중장비업체와 농기계기업이 참여하고 정부지원 매칭펀드를 통해 개발·시험·인증 전문연구센터를 만드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국내 농기계산업 정책이 수요자인 농업인을 위한 공급과 사후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거시적인 산업육성 정책이나 기술로드맵이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농기계의 성능, 안전성, 대농민서비스, 사회 기여도 등을 평가해 융자율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고 환영했다.


농기계산업 육성 위한 포괄적인 정부 정책 미흡
김경욱 서울대 교수는 “60∼80년대의 농기계 국산화정책, 1977∼1988년 농기계 제조업 기본 육성계획으로 종합형업체, 중소전문형업체, 부품 전문화 및 계열화 지정제도 등이 있었는데 1990년대 이후 농기계산업 육성을 위한 포괄적인 정부 정책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김 교수는 1978년에 제정해 여러 차례 개정해온 농업기계화촉진법이 여성농기계 개발, 수요조사, 만족도 조사 등 지엽적 내용이 많고 실질적인 농기계 개발 및 실용화 추진 의지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래의 농업기계화 정책과 농기계 개발 및 보급프로그램 사후관리를 연계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도록 농업기계화촉진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농기계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농업기계화정책 등 농업인 지원 위주의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기계 기간산업 육성정책은 산업통상지원부에서 주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농협과 민간 농기계대리점의 상호보완적인 역할 분담을 강조하고, 수출기반 조성을 위해서도 내수시장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기계 관련 연구에 있어서도 농기계이용과 경영 연구는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농기계산업지원을 위한 기계 개발은 농업기계연구소로 2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융자차등화 제도 있어야 한다”
한편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에 참여한 김종훈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관은 “내수시장 확대 한계로 인한 국내 시장 정체, 대부분 영세한 중소업체로 초기 R&D 투자 부담 및 신기술 개발 한계로 인한 산업경쟁력 취약, 외국산 농기계의 국내 시장 잠식이 대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식량정책관은 2010∼2014년 정부지원 농기계 판매에서 외국산 농기계의 비율이 트랙터 26.8%, 콤바인 33.9%, 승용이앙기 62.8%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융자차등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의 농기계 정책 방향 설명에서 통합적인 농기계지원 정책이 아닌 밭농업기계화 확대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주로 설명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토론 패널로 자리한 김규삼 농협중앙회 자재부 단장은 농협 농기계 사업실적 및 현황 설명에 그쳐 최근 비등하고 있는 농협 최저가입찰 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농기계 업종 종사자와 농업인, 관련 전문가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내수시장 정체와 다국적 기업의 시장확대 경영 강화라는 어려움을 적극적인 R&D를 통해 돌파하고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획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한 농협 최저가입찰의 악순환을 해결하고 외국기업의 공격적 시장 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강구돼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이 제시됐다.


이은원 hiwon@newsam.co.kr



이은원 hiwon@newsam.co.kr
< 저작권자 © 농기자재신문(주)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PC버전으로 보기

전화 : 02-782-0145/ 팩스 : 02-6442-0286 / E-mail : newsAM@newsAM.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 22길 8 미소빌딩 4층 우) 06673 등록번호 : 서울, 아00569 등록연월일 : 2008.5.1 발행연월일 : 2008.6.18 발행인.편집인 : 박경숙 제호 : 뉴스에이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