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 선물, 국민 먹거리일 뿐 부정부패 도구 아니다

2021.08.13 21:11:22

농축산업계 줄이어
‘청렴 선물권고안’ 철회 촉구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가 ‘청탁금지법’을 민간부문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청렴 선물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 개최와 올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시행하겠다는 계획이 밝혀지면서 농업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민권익위’의 이번 ‘청렴 선물권고안’은 농축수산물의 소비위축은 물론 명절기간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한시적으로 인상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을 반대하는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 ‘청렴 선물권고안’ 의견수렴
‘국민권익위’는 지난달 26일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산림조합중앙회 한국농축산연합회 등 4개 단체의 대표들과 추석명절 기간 중 농축수산물 소비 진작을 위한 ‘청렴 선물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민권익위’의 설명에 따르면 ‘청렴 선물권고안’은 민간영역의 이해관계자 사이에 적용할 적정 선물가액을 정한 윤리강령으로, 개정이 까다로운 ‘청탁금지법’과 달리 명절, 경제 상황 등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가액기준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 기간 동안 농축수산물의 소비 진작을 위해 ‘청탁금지법’ 시행령의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두 차례 한시적으로 개정해 농축수산 선물 매출이 전년대비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다”며 “그러나 청렴에 대한 국민 눈높이 역행, 청렴사회를 향한 정부의 의지 약화, 경제위기를 이유로 법 원칙 훼손 시 예정 관행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있다는 여론과 시민사회의 반발 및 비판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국민권익위'는 “올 초부터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지키면서 농어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으로 민간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청렴 선물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라며, “간담회는 관련 단체로부터의 의견수렴과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의 직무 관련 청렴도 제고라는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농축산물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는 방법을 모색 중으로 이를 위해 관련 농어민단체들과 적극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축산업계, ‘청렴 선물권고안’ 철회 촉구 성명 발표
민간영역 확대는 농축산물 소비위축 조장

반면에, '국민권익위'의 ‘청렴 선물권고안’이 올해 추석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한 농민단체들은 앞다투어 성명을 발표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그동안 농축수산 업계는 농축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매년 명절 기간에 한해서 선물가액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럼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민간영역의 선물가액까지 규정하려는 ‘국민권익위’의 일방적인 태도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농축수산물은 은밀성이 없는 현물 형태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매개로써 ‘청탁금지법’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는 크지 않다”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청렴 선물권고안’을 시행하겠다는 ‘국민권익위’의 발상은 국내 농축수산물 생산·소비환경의 이해와 관심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청탁금지법’은 공직부패 척결을 위해 제정되었으나, 엉뚱하게 민간영역에까지 그 적용 범위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며 “금번 권고안은 그간 농축산단체들의 농축수산 선물가액 상향조정 요구에 대한 동문서답으로, 축산농가 등 농민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농축산단체와 간담회를 추진하고 마치 농축산업계 전반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친 듯한 내용의 보도자료 발표를 한 것은 결국 간담회가 권고안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였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농축산물을 부패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그릇된 정책 인식은 국민 필수 식량인 농축수산물 소비진작과 식량안보에 방해가 될 뿐이다”라며, “'국민권익위'에서는 권고안 철회 및 농축수산 선물가액 상향을 위한 법령개정을 즉각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전국한우협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권익위’가 ‘청렴 선물권고안’을 이달 말 국무회의에 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에 농축산인들의 공분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농축산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과 폭우·폭염 등 기상이변으로 농축산인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명절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과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비대면 선물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에서 농축산물 판매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축산업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권익위’가 설정한 민간부문 우월적 지위와 이해당사자의 범위는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부모·가족·친구·지인 등 과연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주고받으면서도 찜찜한 생각에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가 극명한 농축산인뿐만 아니라 관련부처에서도 반대하는 가이드라인을 왜 굳이 ‘국민권익위’에서 강행 추진하는지, 과연 국가에서 민간 자율적인 부문까지 관여하고 권고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사회적 합의 없는 ‘국민권익위’의 밀어붙이기식 ‘청렴 선물권고안’의 즉시 철회와 더불어 농축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농축산물 선물가액 한도 상향을 하루빨리 법안 통과해 주길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역시 성명을 통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농축수산물을 부정부패의 도구로, 모든 국민을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합리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청렴 선물권고안’은 새로운 규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부문에서 적용되던 규제가 민간부문으로 확대된다면 농축산수물의 거래량과 매출액은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땀 흘리며 수확한 농축수산물은 국민들의 먹거리일 뿐, 부정부패의 도구가 될 수 없다”며 “'국민권익위'의 ‘청렴 선물권고안’의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명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기존 법안 내에서 농축수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매년 명절 기간에 한해 선물가액 상향조정 정례화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2017년 농식품 명절 선물세트 판매급감
실제 지난 2017년 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 도래하는 명절인 설 기간 중의 농식품 소비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농식품 선물세트 판매 동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7년도 설 명절 기간(설 전 4주간) 중 가공식품을 포함한 농식품 선물세트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약 8.8% 감소했으며, 특히 신선식품만 놓고 봤을 때는 약 22.1% 감소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부류별로는 축산이 △24.5%, 과일이 △20.2%, 특산(인삼버섯 등)이 △23%로 신선부문 전반이 20% 이상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가격대별로는 5만원 초과 선물세트가 △22.9%로,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3%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명절 선물세트의 판매실적은 매년 최소 5% 이상 신장해 온 것과 비교할 때 체감 감소율은 실질적으로 30%에 가깝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5만원 가격을 기점으로 매출액 변화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전반적인 소비심리의 위축 외에 ‘청탁금지법’의 영향이 분명히 작용했다는 분위기였다.

[본지 2017.02.10.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첫 명절, 농식품 소비 감소세 눈에 띄어’ 기사 참조]


또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2018년 농식품 명절 선물세트 판매량은 2016년 추석에 1,150,206건이었던 것이 2017년 설날에 1,066,865건, 2017년 추석에 892,990건으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불황에 따른 소비감소와 ‘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2018년 설날에는 1,025,997건으로 다시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신선식품 상품구성이 다양해지면서 5~10만원 가격대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2017년 12월 ‘청탁금지법’ 개정을 통해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등의 선물비용이 5만원에서 10만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공직사회 기강확립 위한 ‘청탁금지법’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 확대
한편, ‘청탁금지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지난 2015년 3월 27일 제정된 법안이다.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 김영란 위원장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법안을 발의해 일명 ‘김영란법’이라고도 불린다.


‘청탁금지법’은 2015년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한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 등에서 헌법소원을 내면서 위헌 시비에도 휘말리면서 시행이 보류됐다. 이후 헌법재판소가 2016년 7월 28일 법안에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청탁금지법’은 발의 4년여 만인 2016년 9월 28일 시행되게 됐다.


‘청탁금지법’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수수 등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이후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적용대상이 확대됐다.


우선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법안 대상자들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했다. 또 직무 관련자에게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다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물도록 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제공되는 금품의 상한액을 설정했으며, 법안 시행 초기에는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원을 기준으로 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2017년 12월 선물 상한액은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올리고 경조사비는 5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해 입법예고했다.


명절 한시적 ‘청탁금지법‘ 완화조치 농축수산 선물가액 상향 정례화 절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 기간에 한시적으로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선물에 대한 상한액을 한시적으로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완화조치를 시행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를 통해 지난해 추석 기간 농축수산 선물 매출이 전년대비 7% 증가했으며, 특히 10~20만원대 선물이 10%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 또한, 올해 설 명절 기간에도 전년대비 19.3% 증가한 바 있다.


농업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호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농축수산 선물가액 상향 결정에 대한 시기가 명절이 임박해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명절 대목 특수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분위기다. 올해 설 명절만 해도 주요 농민단체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선물가액 상향을 촉구하는 건의를 ‘국민권익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설 명절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농축수산 선물가액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로 인해 생산농가와 유통업계는 관련 선물세트를 준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며, 오히려 외국산 농축수산물이 반사이익을 보는 경우도 발생했다.


농업단체들과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명절 기간 농축수산물 및 가공품 선물에 대한 상한액을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이에 대한 정례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올해 추석 명절까지 한 달여 남짓한 기간이 남았다. 농업생산자단체를 비롯한 농업계는 이번 ‘국민권익위’의 ‘청렴 선물권고안’의 시행으로 인한 농축수산물 매출감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당장 추석 명절 성수기에 대한 골든타임을 놓칠까 애태우고 있다.   



이창수 cslee69@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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