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방제 이대로 좋은가?

2021.08.01 09:00:55

보조사업 선정에 문제점 많아…
무책임한 책임회피로 피해만 늘어나

과수화상병의 발생은 1780년 미국동부지역 뉴욕 허드슨 밸리의 사과·배·모과나무에서 첫 증상이 포착됐으며, 이후 지중해를 거쳐 유럽, 캐나다, 뉴질랜드 전역으로 확산됐다. 최근에는 중국과 인접한 중앙아시아까지 범위가 확대되어 50개국 이상에서 발생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최초 발병 후 2018년 이후 안성, 천안, 제천 등 인근 지역으로 확산됐다. 특히 2018년 말에는 강원도로 전파됐으며, 2019년 경기북부, 2020년 전북 익산에 이어 올해는 경북 안동과 영주에서 발병되면서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올해 과수화상병은 지난 6월 23일 기준 ▲경기 117(용인 3, 평택 16, 남양주 5, 이천 17, 파주 2, 안성 70, 여주 4), ▲강원 4(원주 2, 영월 1, 평창 1), ▲충북 221(충주 142, 제천 37, 진천 1, 괴산 4, 음성 34, 단양 3), ▲충남 111(천안 80, 아산 10, 당진 19, 예산 2), ▲경북 12(안동 11, 영주 1) 등 5개 도, 22개 시군의 465농가, 218.8헥타르(ha)에서 발생 됐다. 이는 과수화상병이 주로 발생하는 사과와 배 과수원면적 4만689헥타르(ha) 기준 0.5%에 해당된다.


국내 화상병 등록 농약, 14개 제조사 75개 품목
치료제 아닌 예방 차원의 처리 약제

전세계적으로 과수화상병에 대한 방제약제는 1780년 미국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2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으며, 미국이나 스위스, 이탈리아 등 오랜기간 과수화상병을 겪어 온 나라에서도 감염여부를 판단해 발병을 최소화하는 방법 이외에는 뚜렷한 방제법이 없는 실정이다.
때문에 치료제가 개발되거나, 내병계 품종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병원균의 밀도를 줄이고 과수의 면역력을 키워 최대한 발병을 억제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과수화상병에 등록된 약제는 14개 제조사, 75개 품목으로 검색된다. 국내 화상병이 최초 발생한 지난 2015년 5품목 대비 15배 증가한 수치이다. 다만, 이들 약제는 치료제가 아닌 예방차원의 선제적 방어수단으로 과수화상병 발병 이전에 약제처리를 통해 병원균의 밀도를 낮게 유지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과수화상병은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예방과 예찰을 통해 확산을 줄이는 방법과 과수의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이 최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과수의 면역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과수화상병에 등록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괴산군 사례와 같이 등록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 후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이다.


화상병이 아닌 원인불명 피해로 괴산군 236농가, 사과 178ha 심각한 피해
괴산군 농업기술센터는 지난 6월 중순경 군내 과수화병 피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사업비 7,100여만원을 들여 사과·배를 재배하는 490여 농가에 방제약제를 무상으로 공급했다. 
그러나 약제를 사용한 농가 중 230여 농가에서 사과에 반점이 생기며 잎이 떨어지고 생장이 멈추는 피해가 발생했다.


괴산군의회는 지난달 14일 농업기술센터와의 긴급 간담회에서 “과수화상병 약제로 4종을 추천했는데 이중 문제가 발생한 약제는 ‘과수화상병 방제약제’로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해당 약제는 방제약제가 아닌 ‘미량요소복합비료’로 등록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등록 여부는 물론 사용효과에 대해서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약제를 공급함으로써 이번 피해가 발생됐다”며 “군은 피해 보상을 약제를 공급한 제조사 등으로 전가하지 말고 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괴산군 피해농민 김종천(58세)씨에 따르면 “공급된 ‘화상스탑’은 농촌진흥청에 등록된 농약도 아닌데도 마치 사과화상병 약제인 것 같이 공급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한 김종천씨는 “관련 기관인 괴산군청,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이 피해 농민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서로 책임회피를 위한 구실만 찾고 있으며, 관련 비료의 생산회사에서도 피해 농민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이 시간끌기를 하고 있어서 농민들의 피해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관련된 기관과 생산회사들을 민·형사 고발 및 집단행동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어 “특히 6~7월에는 사과가 햇빛을 받아 과실이 커지는 시기임에도 즉시 살포할 것을 요청했다”며 “화상병 약제 선정에 문제점이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을 위한 시민의 모임’ 이준영 사무국장은 “괴산군의 농민피해에 대해서는 비단 괴산군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보조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화상병에 대한 치료제는 없으며 농촌진흥청 등록농약 또한 예방 위주의 약제로 등록된 약제만으로는 화상병 방제가 확실치 않기 때문에 과수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확인되지 않은 농약, 비료 등을 추천하여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이번 괴산군 피해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니, 농약과 비료도 구분하지 못하고 마치 화상병을 치료할 수 있는 것 같은 혼란을 자초했다고 본다”며 “화상병 예방약제 보조사업 선정위원회의 전문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조사업은 지자체나 국가의 보조를 통한 병해충 방제사업인데, 약제선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있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며 “약제선정의 이유가 우리가 알 수 없는 묘한 뒷거래나 옆 지자체에서 사용해 봤더니 문제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선정됐다면, 매우 무책임한 처신이며, 그들을 믿고 따르는 농민들에게는 배신의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사무국장은 “모든 농작물은 그 지역의 토양, 기후, 농민의 재배습관 등을 종합한 세심한 주의를 통해 재배기술을 전파해야 되는데 과연 그렇게 했는지 의심해 볼만하다”며 “이러한 농민피해는 관련 기관과 제조사들이 책임 떠넘기기 방법으로 피해농민들을 지치게 하여 흐지부지 하기가 쉽다”고 말했다. 
이어 “약제선정 시 전문성 있는 기관, 기업 등에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고 공개된 약제선정 과정이었다면 농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번 괴산군 농민피해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며 “이럴 때일수록 관련 기관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보조사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기회에 국가와 지자체 예산이 집행되는 보조사업의 관리·감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여, 시중에 떠돌고 있는 많은 불합리한 점을 사전 예방하고 농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된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비료의 등록, 허가권한이 지자체에 이관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 농림부와 농촌진흥청에서는 이번 피해와 같이 특정병해에 대한 오해를 유발시킬 수 있는 것에 대한 예방 및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수화상병 방제에 대한 근본대책은?
농촌진흥청, ‘식물방역법’ 개정 통해 현장 중심의 예찰·방제체계 구축

국내의 경우 그동안 과수화상병은 세균성 병으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세계적으로도 치료제가 없어 발생 즉시 매몰 처리해 왔기 때문에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2월 ‘2021년 과수화상병 예찰·방제 추진과제’를 확정하면서 과수화상병이 의심되는 과원에서 검사 후 화상병 감염 여부를 바로 판단할 수 있는 RT-PCR(Reverse Tranion Polymerase Chain Reaction,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기법의 검사 방법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와 함께 과수화상병 손실보상금 분담과 민관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식물방역법 시행령’의 개정을 추진했다. ‘손실보상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비율을 분담하는 방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농촌진흥청이 농가에 지급하는 화상병 손실보상금 전액을 부담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5월 13일 입법 예고한 ‘식물방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식물병해충을 예방하고 방제상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국가식물병해충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한다. 또한 병해충 발생의 예찰과 정밀검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문시설과 능력을 갖춘 지자체의 농업기술원, 대학 연구소 등을 정밀검사 실시기관이나 식물병해충 예찰조사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신속 진단·방제 체계를 구축하고 대학 등과의 민관협업을 통해 상시 예찰 활동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농가 예방 기본수칙을 법제화하고 방제명령 미행시 강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도 명확히 했다. 이를 통해 신고지연, 조사거부·방해, 의무교육 미이수, 예방수칙 미준수, 방제명령 위방 등에 대해 보상금을 감액할 수 있는 ‘손실보상금 감액규정’을 구체화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물방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입법예고를 통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연말까지 개정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편,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학, 농업환경정보기술 전문기업이 공동연구로 개발 진행 중인 ‘과수화상병 예측 시범서비스(https://fb.epinet.kr)’를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농업용드론(무인기) 및 수간주사를 활용한 시범 방제도 추진했다. 드론 공동방제에는 보호살균제인 미생물약제를 사용했으며, 방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3월 한 달간 방제 대상지역을 도면화(Drone Mapping. 드론맵핑) 하는 작업을 실시한 바 있다.

특히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어 예방 약제를 직접 넣는 수간주사 방제기술은 지난해에 수간주사를 통해 화상병의 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를 일부 확인했으며, 이에 대한 실증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수간주사를 통해 과수화상병을 장기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될 경우, 과수화상병 방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newsAM@news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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