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도 신규제품으로 매출 신장
올해 농약 시장은 뜻밖에도 ‘동부팜한농의 화옹 온실지구 사태’등으로 인해 부의 분배가 일어나는 해로 기록됐다.
농약 시장은 전통적으로 각 농약 제조회사들이 매년 비슷한 MS로 치열하게 싸우는 시장이었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복제품 농약이 대거 등록되면서 올해 농약 시장은 ‘복제품VS 오리지널’의 싸움이 예견되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지난해 말 동부팜한농이 기업형 온실사업인 ‘화옹 유리온실’ 사업을 발표하면서 예상했던 판도를 뒤엎었다. ‘수출 주력’ 온실사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동부팜한농의 계획을 믿지 못한 농업인들의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부팜한농은 유리온실사업을 포기하기로 선언했고 사업은 동부의 손을 떠난 상태다. 하지만 몇 달간의 미온적 대응으로 동부팜한농 최고의 주력 사업인 ‘작물보호제’ 판매는 곤두박질쳤고, 지난해 말 과도한 현금할인판매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부진한 판매 실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본지 자체 조사에 따르면 동부팜한농은 5~6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4%p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팜한농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나 이 같은 결과는 타 농약 제조회사들에게는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다.
실제 각 회사별로 경농 8%, 영일케미컬 4%, 동방아그로 4%, SG한국삼공 7%, 바이엘크롭사이언스 10%, 신젠타 3%, 성보 10%p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표시가 기준).
하지만 각 회사들의 성장이 단순히 동부팜한농의 일부매출이 분배 된 것으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동부팜한농의 매출을 3900억원대(2012.09 기준)로 계산해도 14%p면 54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시장이 3% 정도 성장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인 만큼 각 회사들의 성장을 단순히 동부팜한농 효과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올해 5월말 기준 농협중앙회 실적을 보면 지난해 3993억7500만원에서 4151억8300만원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158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권기 농협중앙회 농약팀장은 “올해 농협이 새로 취급하게 된 농약 중 농약제조 회사들의 신제품들이 활약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조회사들의 신제품 사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업망이 전국적으로 형성돼 있는 농협의 판매 증가가 곧 농약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농약 유통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시판상들의 적극적 공세도 농약 시장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사)작물보호제판매협회가 발표한 시판 전속 품목의 판매 약진이 두드러진 것. 41개 품목 100% 판매 달성은 못했지만 과거와는 달리 시판 전속 품목 중 눈에 띄는 인기품목이 생겨난 것이다.
성보 풀샷, 시판 중점품목으로 약진
일례로 성보화학의 풀샷 액제가 100만병 이상 판매됐다. 풀샷의 판매가 이처럼 획기적으로 증가한 것은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이 현재 무주공산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판 전속 품목으로 시판상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이 만큼의 판매고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특히 풀샷이 호르몬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약제를 살포할 때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판매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판의 적극적인 판매 전략이 아니고서는 어려웠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일케미컬은 동부팜한농 효과의 최대 수혜자였다는 것이 업계의 중언이다. 모드니, 오복, 푸레스타 등 빠지는 품목 없이 모두 잘 판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영일케미컬은 4% 정도 신장한 것에 그쳤다. 푸레스타가 지난해 재고 50만대 분량에 25만대 정도가 더 일선에 공급됐다고는 하지만 실제 소진이 모두 이뤄졌는지는 올해 말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농은 8% 성장률을 보였는데 실제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가장 큰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0년 만의 가뭄이라는 마른 장마에 진딧물 방제제가 많이 판매됐고 이 속에서 ‘팡파레’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파는 올해도 이어져 작년 재고 소진 분량에 더해 올해도 고온기 진딧물 방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엘크롭사이언스도 바스타와 모벤토, 리전트슈퍼 등의 판매 약진으로 10%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부터 공급 부진이 예견됐던 바스타의 독점으로 이미 바이엘의 성장은 예고됐다. 이에 더해 진딧물 시장에 신규 계통 약제로 선보인 모벤토 역시 지난해 가뭄 여파로 올해 무난히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동방, 스트레이트가 매출 이끌어
동방아그로는 스트레이트의 판매 약진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35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소식이다. 또 듀엣이 상자처리제 시장에서 보조 약제로 선정이 많이 돼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고 한다. 특히 동방이 올해 ‘농작업자 노출 평가’에서 제품의 작물 등록이 삭제 조치 되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는 등 악조건을 감안했을 때 선방했다는 평이다.
SG한국삼공은 풀다벤이티, 이티스타 등 간편제형 제초제의 판매가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진딧물 방제제인 빅스톤도 진딧물 약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신젠타는 터치다운아이큐의 판매 신장이 매출 신장의 원동력이 됐다. 역시 ‘그라목손’이 없는 춘추전국 시대의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의 변화가 골고루 타 제초제들의 신장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한얼사이언스, FMT, 아그리젠토 등 중소기업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이들의 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복제품 150여개가 올해 등록이 될 정도로 성장 무기가 착착 갖춰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얼사이언스는 올해 30% 성장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아그리젠토도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점유율이 4.6%를 넘어섰고 올해 성장세가 이와 같다면 점유율이 어느 정도나 올라설지 결과가 궁금해지고 있다.
다만 이들도 영업 전선에서의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는 있지만 이들 제품을 선호하는 시판들이 한정적이어서 시장이 겹치는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들 30%씩 성장…경쟁 치열
이와 함께 내년에는 올해 사업 시기를 놓친 이후에 등록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돼 판매될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는 이들의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AS 보장 등의 문제로 이들 중소기업들의 성장에 분명한 한계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메이저회사들이 복제품 시장에 뛰어들 것을 조심스레 예견했다. 원제 개발이라는 원천 기술 없는 농약 시장에서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저온해충, 키다리병 등 수도 병해충 문제
(사)작물보호협회 5월말 기준 농약 생산‧출하 실적을 보면 생산은 113%이고 출하는 99%를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만 보아서는 지난해와 동기 대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물량을 뜻하는 것으로 금액 면에서의 성장은 알기 어렵다. 다만 업계에서 3% 신장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있는 만큼 신제품 위주의 고가 약제들이 출하량에 비해 금액 성장을 이끌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올 초 저온이 지속되면서 약제 살포 시기가 늦춰져 농약 시장은 예년보다 조금 늦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말 기준 생산‧출하는 5월 기준과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용도별 농약의 생산‧출하 실적을 보면 수도용 농약은 생산‧출하 모두 줄어드는 추세다. 논벼 재배 면적이 2010년 887ha에서 2012년 847ha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것이 농약 사용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수도용 살충제가 감소한 것은 해충의 발생이 줄어드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애멸구, 벼멸구, 혹명나방 등 중국 방향에서 비래해 피해를 주는 해충이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 강원 일대에서는 저온해충 피해가 극심해 보식이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강원도 철원시는 지난 5월 저온해충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경남에서도 5월 벼물바구미를 대량 채집했다. 한낮에는 여름 날씨를 보이지만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를 6월말까지 이어가 저온해충이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각 회사들의 벼물바구미 약제도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수도용 살균제도 생산량에 비해 출하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제조회사에 재고로 쌓여 있던 물량이 일선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는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문고병 등의 발생이 증가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흰잎마름병 발생 증가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는 벼 키다리병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각 농약 제조회사들의 벼 키다리병 약제 개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논제초제는 지난해보다 생산‧출하 모두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논 면적이 줄어든 만큼 제초제 사용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한다”면서 “다만 저항성 잡초 방제 성분이 없는 제품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간편제형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중기제초제 간편제형 선호…이앙동시처리제 시장 커질 것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앙동시처리제’ 시장이 팽창하게 될 것으로 예견했다. 동부팜한농에서 선점하고 있는 이 시장이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앙동시처리제로 잡초를 방제하면 이앙전처리제를 살포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하루 이틀 차이지만 이앙동시처리제를 살포함으로써 제초제 살포 시일이 늦어지는 만큼 제초 효과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기제초제 살포 시기도 그 만큼 늦출 수 있다. 중기제초제 살포가 늦어지는 만큼 후기경엽처리제를 생략할 수도 있게 된다. 농업인 입장에서는 제초 효과를 길게 볼 수 있어 좋고 간편하게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어 좋다. 제조 회사 측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생기는 만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고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워 경쟁할 수 있어 좋다. 시장이 팽창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각 제조회사들은 내년도에 이앙동시처리제 출시를 위해 등록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약해에 민감한 만큼 벼에 안전한 약제를 신중히 고르는 분위기다.
원예용 살균제는 생산‧출하 모두 증가했다. 지난해 유래 없이 극심했던 배 검은별무늬병 발생으로 인해 살균제 소비가 높아 그 여파로 올해도 유통으로의 유입이 많았다. 특히 최근 지속적으로 여름에 비가 많은 고온다습한 기후가 지속되면서 원예용 살균제의 생산과 소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진딧물 고가 약제들 시장 성장 한몫
원예용 살충제의 생산이 50% 가까이 증가했다. 살충제는 각 농약 제조회사들의 신규 진딧물 약제의 출시와 더불어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4월 본지에서 분석한 기사와 같이 진딧물 시장에는 트랜스폼, 팡파레, 스트레이트, 빅스톤, 모벤토, 토리치, 체스 등의 고가 진딧물 약제가 격돌하면서 과잉 공급 현상이 벌어졌다.
과잉 공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뭄 여파로 올해 고가 진딧물 약제 공급도 활발해 각 회사의 진딧물 방제제는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제품으로 떠올랐다.
올해 병해충 발생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분야는 총채벌레 시장이다. 현재 고추를 비롯해 감귤에 이르기까지 총채벌레가 발생하지 않는 작물이 없을 정도로 발생이 극심하다. 총채벌레는 작물의 광합성도 방해하지만 과실을 가해해 기형과를 만드는 등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바이러스를 매개해 2차 피해가 심각하다.
총채벌레약, 특효약 거의 없어 고심
이 같은 상황에서 농약 업계 전문가들은 에이팜 이후 특별한 약제가 없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스피노사드, 스피네토람, 에토펜프록스, 클로르페나피르 정도가 그나마 총채벌레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당분간 총채벌레 전문 방제제로 개발되는 성분이 없어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밭제초제의 생산‧출하량은 모두 증가했다. 그라목손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는 비선택성제초제들이 각사에서 주력 제품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바스타, 풀샷, 터치다운아이큐, 푸레스타, 대장군 등이 각 회사들의 매출을 이끌었다. 또 제로인, 세라스타, 삭술이 등 바스타 원제들은 조기에 물량이 소진돼 시장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전멸제초제 각축전 올해로 마감
이 같은 ‘물량 없음’의 특이 현상은 올해로 마감 될 예정이다. 내년에도 바스타 원제는 전세계 소비에 의해 부족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그에 상응하는 비선택성제초제 성분이 경농과 SG한국삼공에서 출시된다는 소식이다. 이들 관계자들에 의하면 새로 출시되는 제초제는 바스타의 제초 성분 중 활성을 띄는 성분만을 모아 구성됐기 때문에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을 지녔다.